한국 근현대 문학의 표절

그 당시 근현대 문학의 소개는 주로 해외 문물을 일찍 접한 유학생이나 부유한 계층 - 유학을 가려면 어느 정도 재정이 뒷받침 되어야 하니 당연하게도 - 중심이었고, 일반 서민들은 그런 문학을 접할 기회를 갖기도 어려웠습니다.

또한 그런 문학을 접할 대중적인 매체가 발달한 것도 아니었으니, 당연히 해외 문학을 답습하고 그 형식으로 창작하는 과정에서 표절에 해당하는 행위가 많이 있었을 겁니다.


제가 아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주요섭의 '아네모네의 마담' 입니다. 이 작품은 제가 고등학교 때 우리 나라 근현대 단편소설을 찾아 읽어보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그 소재와 형식과 플롯이 오 헨리의 '마녀의 빵'과 정말 똑같이 닮아 있습니다. (다행히 오 헨리 단편집을 중학교 때 즈음 읽었더랬지요.) 그 당시는 우리 나라의 근현대 문학의 한계 같은 것이라고 인식을 했고 재미있는 비밀을 혼자 발견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습니다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저런 게 우리 문학계에 알게 모르게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튼, 아래의 김소월의 '진달래 꽃'이 예이츠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것은 할 법한 주장이긴 하지만 - 사실 영향을 받았다 정도로는 알고 있습니다. - 전체적인 작품의 형태나 사용된 싯구들을 봐서는 표절보다는 표현의 모티브를 얻었다 정도로 생각이 됩니다. 즉, 의도가 불순한 표절 행위는 아니라는 얘기지요.


사실, 의도가 불순한 표절에 해당하는 작품들이 더 많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표절이나 저작권 개념이 현대와 같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겠지요. 나쁜 영향이라고 하셨는데 예컨대 <아네모네의 마담>의 서사 전개가 <마녀의 빵>과 비슷하기에 후배 작가들이 표절에 둔감해졌을 거라고 보시는 건가요? 저는 외국 문학 수용 초기에 한국 작품들이 갖는 유사성은 현대에 와서 비난하는 데 큰 의미는 없고, 오히려 외국 문학이 한국 작가들의 정서와 어떤 식으로 공명했는가, 어떤 방법으로, 또 어떤 형태로 각색되었나 등 연구와 탐구의 재료로 삼기에도 충분한 시간이 지난 것으로 느껴져요.
      • 그렇긴 한데, 어차피 과거의 사실을 해석하는 건 현대적인 기준일 수 밖에 없죠. 나쁜 영향이라는 건 그런 행위에 대한 비판보다는 덮어두는 관행이 더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요즘 문제가 된 소설가 신경숙씨 건도 비주류 문학인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었는데 주류에서의 비판의 소리는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런 맥락에서의 얘기입니다.

    • 둘다 좋아하는 단편입니다만 표절이라고 부르거나 똑같이 닮아있다고 하기엔 좀 다르지 않나 싶어요. 실제로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고 받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런 너 나한테 반했구나 류 오해의 플롯은 의외로 많지 않던가요. 최근 작품으로 오면 일본 작가 노나미 아사의 단편 중에도 오해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 화자의 시점이나 반전의 흐름과 등장인물 끼리의 관계 설정, 오해가 해소되는 장치까지.. 솔직히 이전 작을 보지 않고는 이렇게 유사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유사성엔 저도 동감합니다. 두 작품을 따로 읽고도 그 생각을 못했는데, 둘다 좋아하는 이유가 닮아서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 이 글을 읽다보니 문득 예전부터 궁금했던게 생각나는데, 최인호의 타인의 방도 카프카에 영향을 받은건가요? 요즘 때 같았으면 표절시비논란도 일어났을 법도한데, 대상이 너무 유명해서인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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