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1.휴...요즘 미칠듯이 맥도날드 갈릭시즈닝 감자를 먹으니 몇킬로가 순식간에 쪄버렸어요. 이 몇킬로를 빼는 데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었는데 말이죠.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노름판에 가서 하룻밤만에 탕진하는 도박중독자의 기분이 이런 거구나 하고 느꼈어요.
하지만 갈릭시즈닝 감자를 실컷 먹어서 더이상 먹을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이젠 냄새만 맡아도 싫어요.
예전에 파파이스를 너무 좋아했던 떄가 있었어요. 그래서 영화를 보러 가도 꼭 용산CGV를 가서 영화 보고 파파이스를 먹거나, 심심한 날엔 과천까지 가서 과천 파파이스를 가거나 압구정로데오에서 한참 안으로 들어가 파파이스를 먹곤 했죠. 우리동네에 파파이스가 있으면 참 좋을 텐데...하고 있는데! 파파이스가 우리동네에도 생겼어요!
휴.
그리고 2주일인가 지난 어느날 아는사람과 이런 대화를 나눴어요. 압구정로데오였어요.
나-아...밥은뭘먹지
아는사람-그러고보니 여기 파파이스 있던데 파파이스로 한 끼 때울래? 파파이스 좋아하잖아?
나-이젠 파파이스 안 먹어.
아는사람-왜?
나-우리동네에 파파이스가 생겼거든.
아는사람-(마구웃음)
파파이스가 생긴 날부터 1주일 반동안 거의 매일 파파이스를 먹으니 정말 파파이스가 먹기 싫어졌어요. 다른 것에도 그렇지만 먹을 거에 있어선 그 먹을 것이 싫어지는 순간이 올 정도로 미칠듯이 반복해서 먹곤 해요. 가끔은 '싫어하려고 이렇게 먹는 건가?'싶기도 해요. 그 음식을 좋아하는 상태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요.
...그런데 문제는 파파이스가 나가고 그 자리에 버거킹이 생기니 파파이스가 그리워요. 아니 솔직이 말하면 버거킹이 생겼을 때도 기뻤어요. 드디어 우리 동네에 버거킹이 들어왔다고 기뻐했죠. 그러나 버거킹도 2주일이 지나자 싫어져 버렸죠. 우리 동네 버거킹이 작년 말쯤 생겼을 텐데 버거킹 생기고 며칠만에 2015년 1월까지 쓸 수 있는 쿠폰이 수북이 쌓여버렸어요.
2.20대때만 해도 플레이스테이션2만 있으면 무인도에 가서 잘 살 수 있을 거 같았어요. 그러다가 학교를 졸업하고 이런저런 일을 하는 동안에는 아무도 안 만나도 되어서 좋았어요. 완벽하게 고립되어 다른 인격체를 볼 필요가 없어서요. 할 게 없으면 에뮬을 꺼내서 신창세기 라그나센티나 파이널판타지5를 한번 더 플레이하면 됐죠.
그런데 지난번에 쓴 냉동인간 계획을 포기하고 나니 왠지 슬슬 사람을 만나 보고 싶은 거예요. 심심할 때 불러낼 사람 1명...2명 정도 있으면 좀더 윤택해지겠다 싶었고 1~2명은 쉽게 만들었죠.
한데 몇명 만들고 나니 마약에 손댄 사람이 더 많은 마약, 더 강한 마약을 찾게 되는 것처럼 미친듯이 만나는 사람 수와 종류를 불려나가게 됐어요. 친구는 아니지만 아는사람인 사람들이요.
흠.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사람을 만나게 된 게 아니라,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바뀔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야 20대 때처럼 남이 뭐라든 상관없다면 바뀌지 않아도 되죠. 아니 애초에 사람을 안 만나도 되겠죠. 그러나 강제적이 아닌, 사람들을 스스로 만나러 가는 이상 그 사람들에게 이상한 아웃사이더 취급 받으려고 나가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이상한 아웃사이더 취급 받지 않으려면 자크라캉이 말한 그걸 해야 하죠.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것 말이죠.
자크라캉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타인의 욕망과 본인의 욕망을 구분하는 거라고 말했는데 제 경우는 아닌 거 같기도 해요. 다빈치데몬스에서 다빈치가 하는 말이 있죠. '생각을 덜어내지 못하면 이 생각들이 나를 먹어치워 버릴 거다'는 말이요. 흠. 인간의 용량은 무한대가 아니라서, 타인이 욕망하는 것들로 나의 물통을 채우기 위해 내 물통을 좀 비우고 나니 인식과 연상 작용은 덜 폭주하게 된 거 같아요.
예전에 쓴 글들을 찬찬히 되짚어 보니, 1년 10개월쯤 전만 해도 체크카드를 잘 안썼거든요. 체크카드를 쓰는 용도는 반드시 ATM에서 돈을 뽑는 용도로만 쓰고 현금만 썼어요. 정말 어쩔 수 없이 체크카드를 계산원 손에 맡겨야 한 날은 바로 다음날 은행에 가서 새 체크카드로 바꿨죠. 요즘은 물수건으로 체크카드를 한번 닦아 주면 되다가...이젠 계산원 손이 깨끗해 보이면 아예 안 닦기도 해요.
지난번에 배부른 돼지가 되는 게 목표라는 글을 썼었죠. 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길은 지금보다 더 얄팍해지고 더 뻔한 사람이 되는 거라고 믿는 편이예요.
3.한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 위에 말했듯이 요즘 만나는 사람들은 친구가 아니예요. 그런데 그들과 내가 만나서 노는 걸 보면 진짜 친구와 내가 만나서 노는 것보다 더 친해 보일 거에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단팥을 너무 좋아해 제작년에 팥빙수용 단팥을 몇깡통 그냥 퍼먹었더니 지금도 단팥빵 안먹어요.
타인의 욕망과 나의 욕망을 구분한다는건 이해에 관한 이해가 되겠습니다.
아 웃겨라 좀 말끔한 사람은 안닦고 그냥 패스해주었군요.
여은성님의 소박한 맥도날드 얘기는 항상 ♡예요.
오랜만에 보는 결벽증(체크카드, 물수건) 얘기 반갑네요 ㅋㅋ
전 커피점 가면 머그잔 손잡이 티슈로 닦은 후에야 집어들고 도장쿠폰도 티슈로 닦은후 지갑에 넣는 사람이라(이런 내가 미쳤다 싶지만), 공감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