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1.아내의 유혹을 방영해준 sbs가 너무 고마워서 보답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그 시간대 sbs드라마를 진짜 다 봤어요. 그야 모든 편을 봤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각 드라마마다 대개 반 이상은 다 봤어요. 종편이 없을 때는 sbs일일드라마 보고, 바로 mbc일일드라마 보고 뉴스데스크를 보는 게 패턴이었는데 말이죠. 


 한국 미니시리즈는 이상하게 안 보게 돼요. 소프오페라 일일드라마 아침드라마만 보죠. 한국 일일드라마 아침드라마 수준은 세계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는 수준이라고 믿거든요.


 어쨌든 달려라 장미가 끝나고 새 일일드라마가 시작하는데...첫 몇편은 안봤어요. 아니 애초에 요즘은 일일드라마의 초반을 잘 안 보게 돼요. 일일드라마를 즐기는 방법은 갈등을 즐기는 거거든요. 얼마나 갈등을 꾹꾹 눌러 담았다가 터뜨리냐가 볼 거리죠. 갈등이 지속되는 것도 재미있고 갈등이 해소되는 것도 재밌게 볼 수 있어요. 다만 유일하게 못 참는 것이 갈등이 쌓이는 과정이예요. 다른 종류의 드라마는 처음부터 보지 않으면 몰입이 안 되는데 일일드라마만큼은 전속력에 도달했을 때에 쫓아가서 올라타야 재밌게 볼 수 있거든요. 그 갈등이 어떻게 만들어졌건 무슨 갈등이건 상관 없어요. 어느 단계에서 봐도 누가 나쁘고 누가 착한지 그냥 알 수 있으니까요. 


 흠.


 일일드라마는 그냥 착한 주인공이 12라운드 내내 단단히 가드를 굳히고 있고 나쁜 주인공이 주인공을 신나게 패는 걸 보는 게 대부분이죠. 드라마 대부분의 재미는 이거죠. 나쁜 주인공이 12라운드 내내 얼마나 주인공을 맛깔나게 두들겨 패느냐예요. 주인공도 가끔 펀치를 내밀긴 하지만, 12라운드까지는 그럴 역량이 되더라도 게임을 끝낼 수 있는 KO펀치를 내밀지 않는 게 규칙이고요. 그리고 가장 재미있는 순간은 기만적인 주인공이 이제 적을 끝내기로 마음 먹은 순간이죠. 그리고 적도 순간적으로 회피도 방어도 버티는 것도 불가능한 펀치가 온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고요. 여기까지 보면...굳이 또 그 시간에 TV앞에 앉아 그 드라마를 보진 않아요. 그냥 주인공이 게임을 끝내기로 마음 먹었을 때 게임은 끝난 거고 그 다음 볼거리는 모든 드라마에서 이미 여러 번 본 거기 때문에 몇 달 내내 스케줄 조정을 하며 '평일 7~8시에는 나갈 수 없어 이해해 줘'하다가도 그때가 되면 그 드라마에서 벗어나는 거죠. 그래서 지난 주, 달려라장미의 마지막 주는 편하게 보냈어요. 밤에 sbs플러스에서 하는 재방으로 봤죠 대개. 마지막에 강민주가 커터칼을 들고 특공을 시도하나 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고요. 


 위에 일일드라마는 중간에 올라타야 재밌게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돌아온 황금복은 이미 보기 시작했어요. 초반 전개 보고 이거 설마 황금복이 이엘리야 대신 빵간에 가나? 했는데 그렇진 않더군요. 배우들이 꽤 괜찮아요. 전미선 예쁘고 심혜진 예쁘고 이엘리야 예쁘죠. 황금콤비인 이혜숙 김영옥도 나오고요. 전노민은 이전 드라마에서 찌질한 백수로 나와서 신선하긴 했는데 역시, 그냥 폼잡는 아저씨로 나오는 게 나은듯. 아 그리고 박한별의 남자친구인 '안마방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는 정은우'도 나오죠. 


 언젠가 정은우를 만나게 되면 '안녕하세요 안마방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는 정은우씨. 비록 팬은 아니지만...'하며 사인지를 내밀 거예요. 그러면 버킷리스트 953번 항목을 지울 수 있겠죠.


 

 2.통화는 사물의 핵심과 고유성, 특별한 가치, 비교불가능성을 가차 없이 없애버린다는 말이 있죠. 짐멜이었나 뭐 그럴 거예요. 이 사람은 이게 자본주의 사회의 단점이라고 보는 모양이지만 살면 살수록 이게 정말 다행이라고 봐요. 절대적인 어떤 것에 의해 모든 게 계량화가 되면서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의 야만성과 감상주의에 찌든 태도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니까요. 


 뭐 요즘은 그래요. 큰 몸집과 큰 목소리가 아무 힘도 발휘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살게 되니 이제야 있어야 할 곳에 왔구나 하고 느끼곤 해요. 아직 남아있는 문제는 감상주의예요. 아직도 주위의 어떤 사람들은 별 근거도 없이 자신의 아집이나 감상만으로, 이 세상에 어떤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더 특별한 무언가라고 주장하는데 언젠가는 그런 헛소리를 안 들었으면 좋겠어요. 모든 게 완벽한 계량화가 되어서요. 


 쓰고 보니 감상주의에 대한 의견은 너무 개인적인 거 같네요. 이건 아마 경험에 의한 반동인 거 같아요. 사실 감상주의적 태도도 적당히 유지하면 모임에서 좋은 무드를 조성할 수 있는데 뭔가에 경도된 한 감상주의자가 다른 모든 가치를 까내리면서 한없이 폭주하기 시작하면 결국 쌍욕이 나올 수밖에요.



 3.대부분의 것들은 글이나 말로 알고 있어도 경험을 통해 알아야 '쳇, 할 수밖에 없나'하고 툴툴거리며 행동하게 되죠. 요즘엔 스트레칭이 그랬어요. 스트레칭을 배워 두긴 했지만 왜 이걸 꼭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됐거든요. 흠. 뭘 하든지 의미 없어 보이는 부분은 빼버리고 빨리 빨리 해버리는 걸 좋아해서 운동도 가자마자 웨이트를 하거나 마구 뛰거나 했죠. 한데 저강도로 운동할 때야 몰랐는데 슬슬 강도를 올리게 되니, 스트레칭을 안 하고 운동을 하면 어디가 어떤식으로 아프게 되는지 잘 배우게 됐어요. 그렇게 아파보니 나니 목운동은 왜 그렇게 하는지, 팔 스트레칭은 왜 그렇게 하는지, 다리찢기 스트레칭은 왜 그렇게 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됐어요.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니 기분이 좋았어요.


 






    • 하루도 안빼고 본 드라마 기억나는게 없군요 그게 보통이었으니 그럴까요.


      누구나 그렇게 다 원인과 결과를 나에 맞춰 사는거라 생각해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9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1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3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2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