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는 감각이 희미함

요새 종종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살아있나?'


살아있다는 것이 의심스러워지는 겁니다.


살아있다는 걸 객관적으로 관측하고 입증하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살아있다는 감각 같은거죠. 존재감 같은 거기도 합니다.



데카르트 책을 읽어본적도 없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말 정도밖에 모르는데


아마 데카르트는 밤에 불 앞에 앉아서 졸면서 생각을 했을거에요.


'내가 살아있나?' 그런 의심을 했을 겁니다. '물론 살아있지'


앞에 있는 불에 데이면 아프잖아? 하지만, 고통이 살아있다는 증거가 되진 않잖아?


세계가 있는 건 어떻게 확신하지? 모든 걸 다 의심할 수 있어.



그러다 데카르트는 의심한다는 걸 의심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어디선가 읽었던 게 떠올랐을수도 있고, 아무튼 그게 떠올랐겠죠.


그리고 웃었을겁니다. 이건 기본적으로 농담에 속하는 생각이거든요.


의심한다는걸 의심하는건 의심이 이미 걸려있기 때문에 할 수 없다. 거기서 자신의 존재부터 여러가지 보증을 해냈을 겁니다.




제 존재감과는 별 상관 없는 얘깁니다만


전 제가 있다는 걸 세계관을 갖고 입증할 생각은 없어요.


신을 갖고 하기도 뭐하고, 신이 없는 상황에서 생각으로 해내기도 뭐해요.


어떻게 되겠죠.



    • 어렵지만 남의 생각을 듣는 것도 즐겁습니다.

    • 데카르트가 살아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의심을 했다기보다는... 데카르트 특유의 방법적 회의는 '이 세상에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지식의 기초'를 찾기 위해 시도된 것입니다. '고통스럽다'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살아 있다'의 증거는 되죠. 살아 있지 않다면 고통스러울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고통스럽다' 같은 감각적 내용이 확실한 지식에서 배제되는 이유는 꿈 같은 상황 때문입니다. 내가 팔이 엄청 아프다고 느끼는데 사실은 그게 꿈일 수도 있다는 거죠. 




      살아 있다는 걸 느끼는 경우는 사실 아주 드물죠. 보통은 배고프다 힘들다 이연희 보고 싶다 같은 걸 느끼지 살아 있다는 걸 느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떤 철학자는 뭔가 잘 안 되고 있을 때 살아 있는 걸 느낀다고 한 거 같고요.

    • 혼자있으면 살아있는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있어야 살아있구나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게 상처든 격려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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