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잡담] 할머니의 사진들

격조했습니다(?)


21769E43556DAAA311C1F6


이만큼 자랐습니다.

아직 17개월 갓 넘었을 뿐이지만 이제 슬슬 아가가 아닌 어린이의 비주얼에 근접해가고 있죠.

돌 지나도록 못 걸어서 과연 걷기는 할 것인가... 싶었던 게 무색하게 혼자서 두 발로 발발대며 잘 돌아다니구요.

거실에 냅두고 설거지하고 있을 때 다다다다 달려와서 다리에 폭 하고 안기는 맛이 아주... (표현 왜 이래;;)

그런만큼 가만히 있으려 하질 않고 자꾸 집 밖으로 나가자고 떼를 써서 놀아주기가 2배 피곤해진 기분이 있긴 합니다만.

크면 클 수록 늘어가는 재롱에 그냥 허허허 즐거워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


그리고 요즘 육아 재미에 한 가지 포인트가 되어주는 게 있으니 바로 제 어머니께서 보내주시는 사진들입니다.


256D0D3E556DAA4C387977


두둥. ㅋㅋㅋ (입가에 묻은 건 체리입니다. 놀라지 마시길. ^^;)


애 엄마가 휴직을 끝내고 다시 출근하게될 때, 누구에게 아기를 맡겨야 하는지 한동안 아주 고민이었거든요.

친정 어머니는 건강 문제로 불가능하시고. 제 어머니께 맡기면 애 엄마가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서 육아 도우미를 쓰자...

라고 고민하는 와중에 그걸 눈치채고 불호령을 내리셨습니다. 아니 어떻게 아직 크지도 않은 갓난 아가를 생판 모르는 남에게 맡기냐며 (혹시나 오해하시는 분 있을까봐 덧붙입니다만, 그냥 제 어머니 생각일 뿐입니다.) 당장 근처로 이사오라고(!!?).

그래서 시키는대로 이사를 갔고 결국 어머니께서 애를 봐주시게 되었죠.


근데 이 양반에게 '내가 찍어 보내는 아기 사진을 크고 선명하게 보시라'고 사드린 스마트폰이 이 때부터 의외의 활약을 하게 되니,

어머니께서 매일매일 애 보다가 틈틈이 사진을 찍어서 간단한 설명과 함께 보내주시는 겁니다.

참 신기한 일이죠.

제 어머니께선 평생 카메라 셔터 몇 번 눌러본 적 없으시고, 스마트폰은 커녕 피쳐폰도 문자 메시지 확인을 못 하시던 그런 분이거든요.

손주에 대한 사랑 하나로 일생 유지한 라이프 스타일을 이렇게 간단히 바꿔 버리시는 걸 보면서 참 제가 장가 늦게 가고 애를 늦게 가진 게 결과적으로 부모님껜 엄청난 스트레스였구나... 라는 걸 깨닫습니다. 하지만 뭐. 결국 내 인생입니다만? <-


암튼.

이 할머니의 사진들은 재밌는 게, 참으로 자비심이 없습니다. ㅋㅋ


267EC63E556DAA532B0CE4


이렇게 초점 나가도 아무 상관 없습니다.


23797B41556DAA5D37172A


애 입가에 침방울이 거대하게 맺히다 못 해 흘러내려도



21266B42556DAA5C28FCCE


구도가 이상해도


2127FC42556DAA592EC14A


유난히 다리가 짧아 보여도



23357D3E556DAA5109EF1C


표정이 바보 같아도(...)



240C113E556DAA4E23EDB7


아침에 눈 뜨고 얼굴이 팅팅 부어 있어도 아무 상관 없죠.

왜냐면 할머니 눈엔 그냥 다 예쁘기만 하거든요. ㅋㅋㅋ

게다가 이런 미래를 예측하지 못 했기에 제가 부모님께 해드린 핸드폰은 '카메라 따윈 장식일 뿐이죠!'로 유명한 LG 옵티머스 G-pro... orz


이것저것 일상을 시시콜콜하게 다 찍으시지만 아무래도 가장 많이 찍으시는 사진은


231A4C42556DAA5A3998EF


밥 먹는 사진입니다.



2321ED42556DAA5633C681


아무래도 세대가 세대이다 보니 제 어머니께서 가장 신경쓰고 애쓰시는 게 식사거든요.

일생은 가족, 친지, 손주들 뭐 해 먹이고 살 오르는(...) 걸 구경하는 재미와 보람으로 사신 분이라 아들놈에게도 자비심이 없습니다. ㅋㅋ



2402B042556DAA55470249


먹고.


242F6F41556DAA6014F6AD


또 먹고.


23147341556DAA652683E7


계속 먹고.


22754141556DAA66385019


그냥 먹고...

어쩌다 하루 종일 애가 밥 안 먹는다고 떼를 쓴 날엔 사진도 안 옵니다. ㅋㅋ

밥 먹는 사진은 디폴트. 애가 밥 잘 먹으면 힘이 나서 노는 사진도 여러 장 찍어 보내주시고 그러죠.



24424942556DAA541C4337


이렇게 놀이터에서 왕따놀이하는 사진이라든가.



2438603E556DAA4F08819C


피아노 치는 사진. (폼 하나는 그럭저럭... ㅋ)


272F9F3E556DAA4A0D818B


사촌 형들 따라 공부하는 '척' 하는 사진.


2447DF42556DAA5819CC8A


입이 비죽 나와서 밖에 나가자고 시위하는 사진 등등.


근데 한참을, 몇 개월간 이렇게 어머니께서 찍어 보내주시는 사진들을 보다 보니 느껴지는 게.

이 분이 저보다 사진을 한참 더 잘 찍으신다는 겁니다. -_-;;


어차피 저 같은 사람이 사진 작가를 할 것도 아니고 전시회를 할 것도 아니고.

결국 이런 일상 스냅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분위기와 생동감, 그 안에서 풍기는 감정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머니의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로 아들놈이 이러쿵 저러쿵 하고 있을 때의 표정, 감정, 분위기 같은 게 그대로 느껴집니다.

제가 돈x랄로 구입한 비싼 카메라로 열심히 머리 굴려 찍어도 안 되는 그런 분위기가 어머니의 사진들을 보다 보면 느껴져요.

그리고 뭣보다도 제 아들놈에 대한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이 느껴져서 아들 입장에선 뭉클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사진에서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란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라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물론 제 어머니를 모르는 이 곳 분들께서 보시기에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ㅋㅋㅋ


23312A41556DAA621286C7



2442BA41556DAA63066B06


암튼 뭐 그렇습니다.


거창한 말 다 집어 치우고 어머니께서 정말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제 아들놈 크는 거 다 보시고 이렇게 베푸시는 사랑, 많이 보답받은 후에 정말 천천히, 행복하게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23344440556DAA68153D4A


얼굴이 아아아주 살짝 드러나긴 했지만 이 정도면 괜찮... 겠죠?

라고 적어 놓고 시간 좀 지나면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


암튼 울 엄니께서 만수무강하시길 빌 뿐입니다.

이제부터라도 효도하려고 애를 써봐야겠어요. orz


    • 사진 하나하나 너무 좋습니다 >_< 점점 잘생김이 얼굴에 덕지덕지 묻어나고 있군요.


      저희 장인장모님을 보면서도 느끼는건데 손주에 대한 조부모님들의 사랑이란건 정말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거 같습니다. 장모님이야 당연히 아이를 예뻐하고 사랑하실거라 생각했지만 장인어른이 보이시는 반응이 그정도 일줄은... 정말이지 '우리 장인어른이 달라졌어요'에 나가셔야 할 정도로 제가 알던 그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시더군요 (그분이 웃으시는걸 아이 태어나고 첨 봤습니다)


      단, 저는 로샘님과는 달리 효도를 더 할 생각은 안하는데... 그냥 아들녀석이 저 대신 잘 하고 있어서 말입니다...쿨럭쿨럭 (리모콘 효도가 최곱니다...)
    • 저도 한때 조카를 수염나기 전까지 덕질(...)했던 이모지만, 손주에 대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덕심은 참으로 모든 걸 가능케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외할머니들은 손주가 아무리 이뻐도 자라면서 지 엄마(당신의 딸)를 너무 힘들게 애를 먹이면 속상해하시는 경우를 종종 봤어요. 내리사랑도 맞지만 또 한편으론 고생하는 아이엄마에 대해 여전히 엄마의 마음을 갖고 계신지라. 사람 마음이 '한 다리 건너 천리'라고 중얼거리곤 하시더군요.

    • 스크롤 내릴수록 함박웃음 짓게 되네요 하하.


      아기 너무 이쁘게 잘 크고 있군요. 할머니가 찍은 손주 사진에 애정이 깊게 담긴 느낌이라 더욱 좋아요. 


      하 마지막 사진....정말 좋아요ㅜ 

    • 오, 첫 번째 사진 보자마자 차갑고 까칠한 도시 소년의 표정에 사로잡혔어요.    


      그런데 바로 다음 사진에서 순식간에 농촌 총각의 표정으로 변하는군요. ^^ 


      (저런 표정은 아무한테나 보여주는 게 아닐 텐데 손주도 할머니를 참 좋아하나 봐요.) 


      뒤에서 안아주는 마지막 사진은 할머니의 일편단심 사랑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싸르르하네요.

    • 아드님 팔자가 눈물나게 부럽습니다 ㅋㅋ (나도 엄마가 해준 밥 먹고 싶다아 ㅠ) 근데 여러 굴욕짤에도 불구하고 아드님이 어딘가 신비롭게 생기셨어요. 언제 한번 신비주의 컨셉으로 가시죠! 흐흣...
    • 잘 먹고 잘 자라고 있네요. 특히 잘 먹는것 부럽습니다. ㅠ.ㅠ 


      마지막 사진이랑 왕따 놀이 사진이 특히 좋은 것 같아요. ㅎㅎㅎ



    • 아유 뽈롱한 볼살 하며 눈 하며 튀어나온 뒤통수 하며,고루고루 귀엽고 영리하게 생겼어요.할머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으실듯.

    • 사진에 할머니 애정이 뚝뚝 흐르네요. 글도 사진도 참 좋습니다. 특히 마지막 사진.. 묘하게 여운이 있네요.

      2주 후면 복직이라 9개월 아기를 어린이집 맡기고 있는 와중에 이 글을 보니 따뜻하면서도 뭉클해요.
    • 세호/ 저희 아버지도 몇 년간 우울하던 인생에 꽃이 피었다고 할 정도로 큰 변화를 겪으셨... 으나 그게 또 시간이 지나니 약빨이 서서히 떨어지는 게 보이더라구요. 하하. 결국 저희 집에선 할머니가 최고입니다. ^^;


      효도에 대한 말씀은 새겨 들을 구석이 있군요. 흠... 그렇네요. 굳이 저까지 효도를 할 필요가!!!?




      spooky/ 아아 수염... orz


      제 장모님도 비슷하셨어요. 처음에는 애는 하나도 안 예쁘고 그냥 딸 고생하니까 도와야지. 라는 마음으로 저희 집에 오시다가 애가 좀 자라서 애교를 떨기 시작하니 딸>손주에서 딸<손주로 역전 현상이 일어나더라구요. 요즘엔 그냥 손주 보려 오셔서 손주 보고 가십니다. ㅋㅋ




      보름달/ 정말 그냥 사진인데도 보다보면 애정이 팍팍 느껴지고 드러나는 게 신기하더라구요. 이런 게 순수한 감정의 힘인가... 라는 오골오골한 생각까지 해 보게 됩니다.




      underground/ 첫 번째 사진이 제가 찍은 사진이고 두 번째 부터가 어머니 사진이죠. 결국 실상은 농촌 총각에 가깝습니다. ㅋㅋㅋ


      네. 아들놈도 할머니를 참 좋아해서 제 입장에선 정말 좋습니다. 원래 아들에겐 제가 압도적인 1위였는데 요즘 슬슬 위협받고 있어요. 하하.




      은밀한 생/ 본인의 복 받은 팔자도 모르고 밥 안 먹겠다고 떼를 쓸 땐 참 화도 납니다만. 얘가 뭘 알겠냐... 라고 생각하며 참곤 하지요. ^^;


      신비로운 건 모르겠으나 눈이 커서 사진으로 잘 조작하면 잘 생겼다는 얘기도 많이 듣고 그럽니다. 하하. 하지만 나이 먹으면 느끼해질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가라/ 사실은 전혀 잘 먹지 않습니다. 저 사진들이 잘 먹을 때 찍은 사진들일 뿐이죠. 입이 짧아서 살도 잘 안 붙고 어머니 고생이 심해요. ㅠㅜ


      저도 마지막 사진은 제가 찍어 놓고 스스로 감탄했습니... (쿨럭;)




      보리/ '요즘 사는 낙이 이 녀석 하나 뿐이다' 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하지요. 영리한 건 아니지는 않은 것 같긴 한데 겁이 참 많아서 웃겨요. 하하.




      golondrina/ 아이고 저런... 힘드시겠어요. ㅠㅜ 저도 주변에서 비슷한 사례들을 많이 보고 들어서 제가 참 운이 좋다 싶고 어머니께 감사한 마음도 커지고 그렇습니다. 그래도 어린이집 일찍 가면 사회성 발달이라든가 오히려 좋은 점도 많다고 하니 너무 걱정 마시길. 글 좋게 보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너무 예쁘게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군요 ㅠ_ㅠ... 로이배티님 어머님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만수무강하시길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저도 빨리 제 부모님께 손주를 안겨드리고 싶어지게 만드는 글이네요 ㅠ_ㅠ... (하지만 어느 세월에)

      • 하지만 부모님들께 손주를 안겨 드렸을 때 마냥 기뻐하시는 것만은 아니니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ㅋㅋ


        아기 예쁘게 봐 주셔서 감사하고 어머니 만수무강 빌어주셔서 감사해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3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37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8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4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89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0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5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6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3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27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1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4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4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1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3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