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증언Testament of Youth(스포일러)
<엑스 마키나>에서 인상적이었던 알리샤 비칸더 경력을 찾다가 발견한 영화인 <청춘의 증언>이 국내에 소리소문 없이 개봉했습니다.
1차 세계대전을 겪은 베라 브리튼이라는 실존인물의 자서전 원작이 있는데, 알고보면 이건 이분의 자서전들 중 첫권이고, 나중에 반전운동가로 활동하게 된다고 하네요. 영화에서는 1차 세계대전 경험에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
프롤로그격인 영화 첫 정면 승전일의 떠들썩한 분위기에 여주인공이 도망치듯이 숨은 교회에서 마주한 노아의 홍수 그림이 작품의 주요 모티브가 됩니다
The Deluge by Francis Danby 1840년작 테이트 소장
http://www.tate.org.uk/art/images/work/T/T01/T01337_9.jpg
이 첫장면을 빼면 영화는 주인공이 고향마을의 물웅덩이에서 수영하는 장면에서 시작하고 끝나죠. 그리고 그 사이 그림 속 노아의 홍수 같은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모양이니 그림이 좋은 암시가 되기는 합니다.
예쁘고 고집있는 부르주아지 집안의 딸로 결혼 안하고 대학가서 작가가 되겠다는 끔을 가진 여주인공은 남동생과 그의 친구 삼총사가 1차대전에 참전하여 하나씩 생명을 잃는 과정을 겪어가면서 성장합니다. 즐거리는 1차대전 영화이면 흔히 짐작할 수 있는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지만 눈에 익은 영국배우들을 보는 맛이 있습니다.
단독 주연인 비칸더는 다소 철없던 소녀에서 여인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고요. 킹스맨의 껄렁한 남자애 타론 애저턴이 누나를 위하는 남동생으로, BBC멀린인 콜린 모건이 주인공을 사모하는 친구로, 왕좌의 게임의 킷 해링턴이 주인공의 마음을 얻는 시인으로 나옵니다. 그 외에도 눈에 익은 BBC배우들-에밀리 왓슨이 엄마, 미란다 리처드슨이 옥스포드 교수, 에이전트 카터인 할리 애트웰이 독일포로병동 수녀로 나오는등 알아볼만한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아직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는 고통을 담은 주인공의 아름다운 얼굴과 그에 못지않게 아름다운 촬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각색상의 문제인지 뭔가 좀 부족한 느낌도 있네요. 하지만 작가지망인 여주인공은 EM포스터 소설 속 여주인공을 연상시켜서 그런지 맘에 듭니다. 동네 물웅덩이에서 수영을 즐기는 개구장이 남동생이 있는 여주인공은 <전망좋은 방>의 루시 허니처치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여권주의자이자 반전주의 사회운동가의 싹이 보이는 모습은 <하워즈엔즈>의 슐레겔 자매들같아 보여서요.
아이보리-머천트 제작 영국소설-영화 풍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