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피' 보러 갔다 본 'Top Five'

주말에 닐 블롬캄프의 새 영화 '채피'를 보러 갔습니다.

호의적이지 않은 평들을 챙겨 보고 갔지만 영화는 그 기대 이상으로 기괴했습니다.

다 떠나서 사실 관객으로서 이 영화 후반부의 전개를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할겁니다.

있다면 그 사람은 아주 멍청하거나 미친 사람입니다.(혹은 양쪽 다 속하는 사람일겁니다. 영화 속의 대부분의 인물들처럼)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에 각본과 제작에도 감독의 이름이 있는 것을 보고 든 생각은

'감독 잘못이 아니야, 이런 각본에도 투자한 영화사의 잘못이야.'


아무튼 험한 꼴을 당한 사람처럼 서둘러 문밖을 나오다 충동적으로 바로 옆의 관으로 들어갔습니다.

더럽혀진 입을 물로 씻어내듯 빨리 다른 무언가로 이 기억을 씻어내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습니다.


좌석에 앉자마자 마침 영화가 시작합니다.

많이 봤던 코미디 배우가 상대 여배우와 오바마 대통령을 소재로 흑인 또는 소수자로서의 삶에 대한 얘기를 하며 뉴욕거리를 걷습니다.

'이름이.... 크리스 터커였나? 크리스 락이었나?'

기억을 더듬는 와중에 영화의 제목 'Top Five'가 화면에 뜹니다.

크리스 락 주연의 코미디 영화에 관심은 없지만 아무렴 어때? 하는 심정입니다.



크리스 락이 각본, 연출한 이 영화는 결론적으로 상당히 괜찮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같습니다'.

확신할 수 없는 이유는 그 상황에선 왠만한 영화는 다 재미있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크리스 락이 친구들과 서로의 베스트 5 래퍼들 얘기를 하며 희희덕대는 장면을 보며 "그래, 이런게 영화예술이지."라고 혼자 말하는 상황, 평소같으면 상상할수 있을까요?


크리스 락의 흑인으로서, 코미디언, 영화배우로서의 자의식이 반영된 스토리는 영화의 주인공 Andre가 처한 상황처럼 조금은 웃음기를 뺀 진지한 이야기 같습니다.

성공한 코미디언 출신 영화배우인 Andre는 아이티 노예 폭동에 관한 새 영화의 개봉과 리얼리티 쇼 스타인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자신을 스타로 만든 'Hammy the bear' 시리즈와 달리 진지한 영화로 평가받길 원하는 그에게 대중의 관심은 여전히 새 Hammy 영화나 준비과정마저 리얼리티쇼에 담기는 그의 결혼에 있습니다. 영화는 뉴욕타임스 리포터인 Chelsea가 그를 인터뷰하고 서로의 속얘기를 하며 엮여가는 하루를 보여줍니다.


신기하게도 이 영화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여러 다른 영화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배우와 배역의 이미지가 겹치는 모습은 8 mile이나 최근에 개봉했던 '버드맨'이 떠오르기도 하고 

뉴욕의 거리를 두 남녀가 끊임없이 대화를 하며 거니는 모습은 우디 앨런의 영화들과 Lost in translation이나 링클레이터의 Before sunrise같은 영화들도 연상시킵니다.

생각지 못했던 크리스 락의 진지한 연기도 나름 인상적이었고 상대역인 로자리오 도슨은 여전히 아름답고 캐릭터의 디테일도 훌륭합니다.

한국에서 극장개봉은 아마 어려울 것 같아 보이나 기회되면 2차 미디어로 한번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습니다.

    • 채피는 결말이 특이한 영화 같군요,


      평이 많이 갈려 어떤지 궁금하네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11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6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5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9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4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6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4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50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7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5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9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6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8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