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계 전공인 영국 친구와 오늘 사태에 관해 얘길 했는데..

먼저 서정우 병장과 문광욱 이병의 명복을 빕니다.

 

대애충 요약하면..

(한국에 산지 오래됐고, 한국전쟁사 등에 관해 저보다 훨씬 잘 압니다.)

 

나님 : 오늘 북한이 대포쏴서, 군인도 둘 죽고, 민간인도 죽었는지 몰라.

 

그님 : 헉 그래 큰일이네. 왜 그런 일이?

 

나님 : 한국군이 서해에서 훈련했는데, 북한이 하지 말라고 통보했는데, 할꺼니까 공격하지 말라고 하고 그냥 했더니 공격을 했어.

 

그님 : 훈련은 미군이랑 한건가?    

 

나님 : 아니. (제가 잘못 알았던듯요) BBC 에서는 휴전 이래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던데.

 

그님 : 그럴리가. 청와대 쳐들어온 거랑 미얀마 사건이 훨씬 심각했지.

 

나님 : 그러네. 걔네들이 그런 일 있었는지 몰랐던가, 이번이 정규군간 교전이라 그렇던가. 어쨌든 남한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봐?

 

그님 : 글쎄.. 국제사회에 호소해서 비난하도록 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겠지.

 

나님 : 민간 주택에 정규군이 폭격했다는 건 정말 큰일인데. 다른 보복 방법은 없는 거야?

 

그님 : 흠, 세계적으로 neutral sea 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곳이 한국밖에 없어. 중국과 대만 사이에서조차 안그래. NLL 은 북한이 승인한 적이 없기 때문에 국경선이 아니거든. 한국군이 거기서 훈련하는 건 위법적(illegal) 이야. neutral sea 에서 훈련을 하려면 관련된 나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해.

 

나님 : 북한이 승인하지 않았으니까 neutral sea 라면 서해에서 한국군은 어디까지 관할해야 충돌하지 않을 수 있는 거야?

 

그님 : 정확하게는 neutral sea 는 아니고 북한이 섬들에 관해선 동의했지만 바다 위의 NLL은 미군 장군이 그은 것이고 분명 한국 편향적이지 (Definitly it is biased to South Korea). 북한도 자기 유리한 쪽으로 해상경계선을 주장했어. 그 사이는 음.. (나 : 분쟁지역?) 그렇게 봐야겠지.

 

나님 : 근데 왜 세계 나라들은 북한을 비난하지?

 

그님 : 그야 미국 헤게모니가 있고, 북한은 폭력적이고 나쁜 나라이고, 민간에 군사 공격을 한 건 비난받을 일이잖아. 관련내용을 자세히 모를 수도 있고.

 

나님 : 그러면 서해에서 분쟁이 멈추게 할 방법은 없는 건가?

 

그님 : 훈련을 멈추고, 북한과 경계선 합의를 해야지. 현재의 NLL보단 좀 손해를 봐야할 거야.

 

나님 :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국민들이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걸. 그런 일을 추진하는 정치인은 매장당할 것이고.

 

그님 : 그렇겠지. 하지만 나라면 폭력적인 이웃이 살고 있고 토지 문제로 계속 다툼이 일어난다면 좀 양보하고 합의를 보겠어.

 

나님 : 개인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라는 한 개인이 아닌걸. 어떤 정치세력도 그런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할 수 없어.

 

그님 : 그래서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거지.

 

 

정전협정에서 이뤄지지 않은 서해 경계선에 관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언제라도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고 한국군은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NLL 지역에서 훈련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런 견해를 갖고 있더군요. 물론 민간 포격에 대해서는 비난했지만, 다른 부분에 대해선 의외로 담담하더라고요(?) 안보불감증에 찌들어서 아직 종전되지 않은 나라에서도 무사태평하게 지내면서 안보관련 사건 터지면 뭐 또 시끄러워 에잉 하고 넘어가는 평범한 한국인인 저도 이번엔 꽤 놀라고 쭈삣했었는데 말이죠.

 

이분의 생각은 잘못된 걸까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북한 관련해서 수업 듣는 데 오늘 교수님과 친분이 있으신 관련 미국 기자 분이 오셔서 대강 중.
      교수: 북한이 한국에 폭격? 한다면 당신은 어떤 입장을 취할 건가.
      그분: 아,'-'?그건 그쪽 문제지요. 한국이 폭발하는 건 저랑 상관이 없죠. 하하하하, 물론 당신은 좋아해요'-'!

      하...외부인 외부인이죠.
    • "흠, 세계적으로 neutral sea 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곳이 한국밖에 없어. 중국과 대만 사이에서조차 안그래. NLL 은 북한이 승인한 적이 없기 때문에 국경선이 아니거든. 한국군이 거기서 훈련하는 건 위법적(illegal) 이야. neutral sea 에서 훈련을 하려면 관련된 나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해."

      - 여기에 대해서 할 말이 있습니다.

      우선 1953년 7월 27일 밤 10시를 기해 모든 군사적 공격을 중단하기로 한 것,
      그리고 전선은 현 전선에서 2Km씩 물러나 총 폭 4Km의 DMZ(비무장지대)를 두기로 한 것.

      이것이 휴전협정의 요체입니다.

      그럼 그 당시 전선이 어땠냐 하면. 육상 전선은 현재의 그 부분이 맞습니다.
      북한은 반면에 38도선에서 10Km씩 물러나자고 주장했었죠.

      그런데 북한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북측(대부분은 중국군..)은 7월 중순에 동부전선에서 대대적인 공격을 가하여 한미영터 등 유엔 연합군의 전선을 5~6Km 정도 남하시킵니다. 이 쪽을 이른바 '단장의 능선'이라고 하는데, 창자가 끊어질 정도로 고통스럽다 하는 이름에서 보듯 원래 공방전이 치열했습니다. 그리고 정전회담 소식을 미리 입수한 북측은 그 와중에 국지전 대공세를 가하는 치사함을 보인 거죠. (*유엔군이 싸움을 못해서 치고올라가지 않은 게 아니라, 그냥 안 올라간겁니다. 리지웨이나 아이젠하워가 확전을 경계한 거죠. 이건 만주에 핵을 떨구겠다는 맥아더의 돌아이짓도 컸지만...)
      이게 지금 지도 펴놓고 보면 고성-펀치볼(12사단 주둔지)-화천까지 이상하게 좀 남쪽으로 우묵하게 내려와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해상의 경우는 어땠느냐 하면, 1953년 당시 북한 지역에 얼마 없는 섬이란 섬들은 몽땅 다 유엔군이 접수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곳들은 북한 내 자생 반공 게릴라/후방 특작임무를 띤 북파공작원들(가스통 할배들이 아닙니다)의 전초 기지가 되었었습니다. 구월산의 반공유격대 활동이 가능했던 것도, 백령도 등에서 인력과 물자가 끊임없이 전달되었기 때문이죠.

      이 때 심지어 안주/박천 앞바다나 현재 북한의 동해상 군사기지가 있는 신포 앞 마양도까지, 북위 40도선상 이남의 섬들은 모조리 포위하다시피 국제연합군측이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정전협정에 따른다면 이 섬들도 현재 남한 소속이어야겠죠.
      북한은 애초에 영해가 없다시했었던 겁니다.

      그러던 것을 유엔사가, 북한측의 볼멘소리를 받아들여서 38도선상까지 낮추어 그어 준 게 이른바 NLL입니다.
      정확히는 유엔사 사령관의 령이죠. 지금 북한은 이 점을 치고들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전협정대로라면 북한이 마양도를 내놓아야 합니다.
      (뭐 요즘 같으면 남북기본합의서를 더 근거되는 법령/규약으로 보겠죠)

      +80년대까지 북한은 NLL 주장을 안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80년대말부터 슬금슬금 주장하기 시작하더니 지금 와서는 이
      렇게 무력도발에 사상자까지 내고 있습니다.

      저 영국 사람 뭘 잘못 알아도 한참 잘못 알고 있는 듯.... 아님 북한쪽 주장을 수긍하고 있는 것이든가요.
    •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 타겟이 된 민간인이 자국의 민간인이냐, 타국의 민간인이냐는 꽤 큰 반응의 차이를 주겠죠.
      저는 김신조사건이나 버마아웅산사태보다 오늘 일이 더 심각한거라고 봐요.
    • NLL이 역시 시원찮은 구석이 있는것 같긴 합니다.
    • 홀짝/NLL관련 얘기나 한국의 대응책은 동의합니다. NLL은 유엔군 사령관이 임의로 지정한 것으로 영토선으로 보기엔 법적 근거나 합의가 없습니다(이 부분은 정확하지 않을수가 있습니다.) 북한은 정전 이후 NLL에 관해서 계속 항의해 왔습니다.
      향후 대응책도 유엔을 통해 비난 결의안이나 경제 제재(미,일 동의하에)밖에 없을 것 같구요.
      다만 그분께서 사태의 원인을 좁게 보신 건 아닐까 합니다. 북한이 NLL에 대한 항의나 어선 나포는 있었지만 실제적 군사 충돌은 99년(이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이었거든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주기적인 군사 행동과 핵 실험이 있었구요.
      이건 뭐나면 단순한 강경파의 군사 도발이 아니라 북한의 대외정책(그토록 갈망하는 북-미 일괄타결이나 동북아에서 전략적 입지 구축 등)의 하위 전술로 보는게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단순히 NLL영역 조절로는 군사 도발 문제를 해결되진 않을 것 같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좀 더 큰 틀의 합의가 필요한 것이죠.
      눈팅족인데 오늘 소식이 하두 심난해서 안하던 짓을 하네요.
    • 북한쪽 주장을 수긍하고 있는 건 아니죠.
      한국현대사에서 주목받는 연구자 중 한명인 박태균 교수의 '한국전쟁' 책을 지금 찾아보고 있는데, 371쪽 내용이 이렇습니다.

      서해교전이 일어난 이유

      정전협정을 체결하면서 해결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문제는 해사의 군사분계선을 설정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국제법에서 영해는 12해리로 규정되어 있어 남과 북의 영해가 서로 겹칠 수밖에 없다. 가령 유엔군의 관할로 규정된 서해5도는 북한까지의 거리가 10킬로미터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서로 자기 영해로 규정할 경우 이 지역에서 불가피하게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동해 역시 마찬가지다. 해안선에서 12해리를 설정할 경우, 서로 겹치는 영역이 발생한다.

      유엔군 사령부에서는 정전협정 조인 직후 해상의 군사분계선을 설정하여 북한에 통보하였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유엔군 사령부가 설정한 해상 군사분계선이 자의적이라면서 받아들이지 않았고, 1999년에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명의로 자기들 나름대로의 해상 군사분계선을 설정하였다. 결국 남과 북이 합의한 해상 군사분계선은 '없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정전협정 후 동해안과 서해안에서는 수많은 사건들이 발생했다 ... (중략) ... 1999년과 2002년에 있었던 서해교전은 결코 우연한 사건이 아니었다. 예견된 사건이었다. 피해를 입은 건 어부들이었으며, 어부들을 지켜줘야 할 국가는 이들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못했다.


      저 친구가 말한 내용과 대동소이한데요. 박태균 교수도 뭘 잘못 알아도 한참 잘못 알고 있는 것이거나, 북한쪽 주장을 수긍하고 있는 사람으로 볼 수 있을까요?
    • 솔솔이// 저도 님 말씀이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NLL 문제는 언제든지 (우발적이건, 계획적이건) 분쟁 소지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고 있고, 실제적 도발 또는 분쟁 발생은 정세적인 측면의 폭발이거나 전술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 그렇죠. 1999년에 가서야 주장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남측은 그 섬들에서 철수했고 말입니다.

      전 현 경계를 지킬 의도가 없다면, 오히려 북한이 마양도를 내놓아야 한다고 보는 쪽입니다.
      neutral한 곳이라고 무조건 자국 정부의 주장을 철회한다면 독도 인근에서 해군함정이 왔다갔다하는 것도,
      일본 해상보안청이나 해자대가 거기에 조준사격을 가하여도, '음 문제가 있네요...' 하고 받아들이진 않을 거 아닙니까?

      영토문제는 한 번 밀리기 시작하면 끝장입니다. 햇볕정책을 처음 제시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이 건에 대해서는 양보가 없었죠.
    • 홀짝 / 리영희 선생도 같은 이야기를 예전에 하신걸로 알고 있는데...
    • '좀 양보하고 합의'라니... 그 분 북한을 한없이 선량하게 보는군요.
    • 역시 외국인에다가 영국애라 쉬크하기가 하늘을 찌르는군요.
      그런데 별로 틀린말은 없습니다. 01410님 말씀도 맞구요.
      제가 줏대가 없어서 그런게 아니라.... 사실관계면에서는 다 맞다는 말이죠.
      북한이 80년대까지 주장을 안했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곳을 경계선으로 인정한적도 없다는 것도 사실이죠.
      이런 상황에서 문제 삼기를 시작하면 분쟁지역이 되는거구요. 전세계 곳곳의 국경분쟁이 다 이런 패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지역에서 군사훈련하지 않는게 암묵적인 국제규율인것도 사실이구요.
      사람이 죽었는데도 이렇게 따지고 들면 참 죽은 사람들만 불쌍하고 화가 나지만 그런게 국제분쟁의 성격이고
      감정적으로 대처해봤자 이득을 볼 사람들은 따로 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오늘따라 여러가지 한계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이 그립군요. 특히 국민의 정부요.
      덧붙여 북한 이 개또라이 자식들도 문제지만 그 정부시절 실질적인 북한의 상대가 되어야할 될수밖에 없는 미국이 부시정권하였던게 비극이라면 비극이었네요. 다 지나간 시절이고 일들이지만 참 기구한 조국의 운명의 장난입니다. 젠장
    • 저도 한국정부가 자국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고도, 그럴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과, '국제법적으로 따지면 분쟁지역이라고 학문적 판단을 하는 것은 북한 주장에 동의하는 것' 이란 건, 매우 다른 논리지요.
    • 홀짝/물론 먼 훗날 통일이 되어서 북한 측 문건에 해당 군 지휘관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이뤄진 거라고 씌여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령님-장군님-작은장군으로 바뀔 때마다 군에 대한 통제력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 있겠죠.)
      의외로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도끼 만행 사건때도 당시 후계자 김정일은 미군 벌목 작업에 대해 적절한 대처(?)를 지시했는데 현지 일이 꼬여서 사건이 커졌다는 얘기가 있습니다.(김일성은 나중에 알았구요.) 그 후엔 아시다시피 한반도 긴장은 최고조였죠.
      천안함 포함해서 이런 걸 확인하려면 오래 살아야 하는데 가능성이 조금씩 주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 경고사격을 통해 훈련을 방해하는 것과 다짜고자 공격을 해오는 건 분명 다른 일이고... 이번엔 민간지역이 포격의 대상이었으니
      북쪽의 막장집단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네요. 중국측에서도 나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신경쓸 일이 많을텐데 상당히 거슬릴듯.
    • 솔솔이// 그래도 이번 사건은 너무 정규전적인(?) 공격이라..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됩니다. 하튼 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통일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떤 현대사의 비밀이 풀릴지 충분히 알려면 빨리 되야 할텐데요.. (--)
    • niner// 같은 얘기라면 박태균 교수 글과 같은 얘기라는 거겠죠?

      스핏파이어// 핏줄이랄까 역사적 공동체성 같은 감성이 없어서 그렇지도 않습니다. 저보다 더 냉정하게 보는 편이죠.

      Soboo// 님의 소감에 저도 거의 공감이 갑니다. 부시정부 들어서서 모든 게 꼬이기 시작했죠.
    • 홀짝 // 리영희 교수는 NLL에 대한 연구를 통해 NLL이 남측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남북한 사이의 해상 군사분계선이 아니라, 6-25휴전당시 임시로 만들어졌던 경계선이었음을 주장하고 있다.
    • 본문글은 합리적으로 들리네요.
    • 본문글은 합리적으로 들리네요.2

      상황이야 어쨌든 분쟁지역이 된 곳에서 군사훈련을 한다는건 위험한 행동으로 보입니다. 군사훈련을 안한다고해서 영해를 내주는 것은 아니니까요.
      Soboo// 님의 소감에 저도 거의 공감이 갑니다. 부시정부 들어서서 모든 게 꼬이기 시작했죠.2
    • 저처럼 무식한사람도 이해하기 쉬운 글이네요 영국친구 똑똑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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