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잡담...
1.지난번에 강신주 김영하 등 몇몇 강연을 보고 자본주의 잡담이나 해보겠다고 했었죠. 덧글의 기대하겠다는 반응을 보고 써봐야지 하고 있었지만...자본주의 얘기를 한다고 해도 뭐 박사학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코끼리의 귀만 만지면서 사는 입장인데 뭘 안다는 듯이 썰을 푸나 싶어서 안쓰고 있었어요. 저런 거창한 듯한 제목을 쓰면 뭔가 전문적인 말을 해야 할 거 같아서요.
뭐 이름표만 자본주의가 안 붙었지 자본주의는 모든 것인 거 같아요. 나에 대해 얘기하려고 해도 이 자본주의 환경에서 나고 자라고 제어당하는 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고 요즘 세상 얘기를 해보려고 해도 자본주의 얘기죠. 자본주의는 중력처럼 늘 작용하고 있고 1초도 그곳에서 달아날 수가 없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 들수록 느껴요. 뭐 언제 기회가 있으면 써 보죠. 정론을 펴면 얄팍한 이야기밖에 안 나올 테니 아마도 개인적인 경험에 대한 썰이 되겠죠.
2.자본주의 얘기를 꺼내니 끔찍한 옛날 일이 떠오르네요. 아침에 2호선을 타러 간 적이 있어요. 아침...아침 9시요. 마치 고등학교 엘리트 운동부에 가입하는 거 같은 기분이었어요. 내 차례가 와서 지하철에 발을 들여놓으려는 순간 그곳에 꽉찬 수많은 사람들과 아이컨택을 해야 하죠. 그들은 한 사람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조금씩 비켜주지도 않고 물러나지도 않고 형형한 눈빛으로 가만히 이쪽을 쳐다보고만 있어요. 물론 어떤사람들은 어떻게든 자신을 그 안에 집어넣어요. 어쩌지? 당장 이 지하철에 타야만 하는데...거기에 어깨를 밀어넣으며 제가 들어갈 자리 하나를 억지로 만들려면 만들 수도 있겠죠.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그 사람들의 시선만 없으면요. 그들이 뒤돌아져 있으면 시도해볼 수 있겠지만 그 눈빛을 정면으로 받으면서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어요. 그래서 '다음엔 좀 낫겠지'하며 그 지하철을 보내고 다음 차례가 와도 마찬가지. 꽉찬 지하철이 오는거예요. 도저히 한 사람이 들어갈 틈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데 옆에서 보고 있으면 칸당 십 수명은 너끈히 들어가고서야 지하철 문이 닫힌단 말이죠. 그래서 결국 그곳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빙빙 돌아 가야 했어요.
3.흠...뭐랄까...말하고 싶은 건 이거예요. 위에 말한 2호선 이야기 같은 일들, 이 세상이 내게 가하는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몇 가지 일들을 겪고 말이죠. 어떤 것에 익숙해지는 것에 대해 고민해 봤어요. 이 무서운 세상에 부잣집 아들이 아닌 사람으로 태어나 살아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던 날 말이죠. 이런 인생에서는 결국 뜻은 같지만 포장지는 다른, 다양한 표현들로 훈계를 들어야 해요. 철이 들어야 한다거나 대체 뭐가 될려고 그러느냐 라던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런 말들이요. 이건 그들에게 이 세상이 시켜서 하는 거지만, 그들은 정말로 걱정스러워서 그러는 거겠죠. 그래서 계속 훈계를 들어야만 해요. 그 사람들이 나를 포기하는 날까지 말이죠.(사실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포기한다는 게 웃기지만...그들은 그렇게 말하더군요)
말했듯이 그 말들의 뜻은 사실 다 같아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용성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는 뜻이죠. 누군가에게 쓸모가 있고 월급을 줄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되는 거 말이죠. 그것이야말로 내가 이 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의 최대치라고 여겨지는 거죠. 사람들이 나를 고작 그런 사람으로 여기는 거죠.(여기서의 나는 꼭 이 글을 쓰는 저를 가리키는 건 아닙니다. 다양한 많은 사람들을 말하는 거져.)
위에 말했듯이 어떤 것에 익숙해지는 것...그것은 정말 힘든 일이죠. 어떤사람들은 어떻게든 해내요. 사실 저도 해낼 수 있어요. 듀게의 징징거리는 글들을 본 분들은 이게 웬 근자감인가? 싶겠죠. 하지만 정말로 문제를 피할 수 없을 때 그걸 견뎌내는 걸 해내 보긴 했어요. 그리고 누군가의 명언이 맞다는 걸 알았죠. '잠깐 견딜 수 있다는 것은 계속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라는 말처럼요.
흠...하지만 문제는 분노예요. 아니, 사실 모든 건 분노에 관한 거죠. 아닌가요?
위에 말했듯이 좋은 직장, 강남이나 역삼, 삼성에 사무실이 있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회사에 가도 아침마다 출근에 익숙해져야 해요. 입기 싫은 깨끗한 양복을 입고 신기 싫은 깨끗한 구두를 신어야 하죠. 직장에 가면 이상한 놈은 한 두명씩 꼭 있고 기계적이고 합리적으로 돌아갈 줄 알았던 일들은 뭔가 납득되지 않게 진행되고 끝나요. 도저히 맞지 않는 놈과도 밥을 먹어야 하고 말 한 번이나 행동 한 번 잘못할 때마다 뒤에서 수군거리는 걸 들어야 하며 직장 내의 정치질과 사람들 사이의 긴장감을 견뎌내야 하죠. 퇴근할 때도 힘들게 돌아와서 내일 회사에서 졸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일찍 자야 해요. 뱀파이어 다이어리 새 에피소드나 던파의 꿀이벤트 같은 거도 포기하고요. 이 모든 것에 익숙해지는 동안 스스로의 하찮음에 분노해야 해요. 그리고 그보다 더 무서운 건 이런 것에 분노하지 않고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게 된 나를 상상해 보는 거죠. 다른 버전의 내가 된다는 것에 진짜로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공원 벤치에서 식은땀을 흘렸죠.
그래서 그 날부터...는 아니지만 그 날을 계기로 노력을 하게 됐어요. 이 사회에서 요구되는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요구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한 노력 말이죠. 사실 이 두가지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고 봤어요. 자본주의 사회의 복잡하지만 단순한 면...무엇을 하든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거요. 다른 것으로 변하기 위해 비용을 들여야 한다면 차라리 그 비용을 내고 변하지 않는 게 낫지 않은가 싶었죠.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일상에서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의미를 찾아내서 감동하거나 분노하거나 해요. 저는 식당에 가면 늘 큰 테이블에 앉고 싶거든요. 문제는 식당에 같이 갈 사람이 없다는 것과 식당은 혼자 온 사람이 큰 테이블에 앉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식당에 가서 2인분 이상을 시켜도 타격이 없게 되었어요. 그래서 식당에 가면 대개 2인분을 시켜서 편하게 앉게 됐죠. 큰 테이블에 앉을 때마다 내가 해낸 레벨업에 스스로 감동하곤 해요.
4.흠......
5.5번 항목을 쓰려는데...이런! 달려라장미가 시작했어요. 달려라장미를 보는 것에 비하면 5번 항목 따윈 중요하지 않죠. 윤유선!! 정애리!!!
제자리 서있는 사람들 못살게 굴며 타는건 한번도 안해봐서 그래요.
난 남들은 보통인 음식 줄임말을 못했는데
가령 김치찌개를 그냥 김치 하나 그런다든지
뭐든 꼭 그러지 않아도 되지만 못타고 버스 타면 좀 곤란하죠.
몇번만에라도 타야합니다 오래 걸려 빈차를 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