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았으면서 서로 다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이야기
동남아시아의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공통점이 많은 나라입니다. 두 나라 모두 이슬람 신도가 많고 언어나 식문화도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한국외대에도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가 있어서 두 언어를 같이 배우거든요. 하지만 자세히 보면 볼수록 두 나라는 다른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몇년전에 업무 때문에 말레이시아는 잠시, 그리고 인도네시아는 조금 오래동안 머무른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보고 들었던 내용들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물론 제가 있었던 곳은 대도시였기 때문에 그 나라의 전체적인 상황을 알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먼저 말레이시아 이야기부터 해보도록 하죠.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프르는 매우 현대적인 도시입니다.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빌딩인 페트로나스 타워가 있고 거리도 깔끔합니다. 아마 동남아시아에서는 손 꼽힐 정도로 현대적인 도시일 것입니다. 그런데 가끔가다 들려오는 암울한 소식에 의아해 하실 수도 있을겁니다.
2009년도에 카르티카 사리 데위 수카르노라는 32살된 여성이 호텔 로비에서 맥주를 마시다 신고를 받아 태형 6대를 선고받은 뉴스가 전 세계로 퍼진 적이 있습니다.

이 여성의 경우는 전세계 인권단체의 압력 때문에 태형이 집행되는 대신 사회봉사로 감형되었지만, 2010년에 혼외 정사를 한 여성 3명에게 실제로 태형 집행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말레이시아 역사상 여성에게 태형이 집행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토록 현대적인 도시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그러면 말레이시아에 술집이 없는걸까요? 아니오. 아주 많습니다. 바나 클럽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업소는 전부 외국인 용일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술이 금지된 사람들은 무슬림들 뿐이고 다른 종교 또는 무종교인 사람들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아요. 물론 외국인들도 해당이 안됩니다. 말레이시아의 법은 세속법과 샤리아로 이원화되어 있는데 무슬림은 샤리아의 적용을 받고 비 무슬림은 세속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입니다. 말레이시아는 다인종 국가인데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말레이계는 무조건 이슬람교를 믿어야 합니다. 말레이계는 태어나면서부터 무슬림인 셈입니다. 말레이계는 개종도 안되고, 말레이계 사람에게 다른 종교를 포교하는 행위도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요. 대신 세속법을 적용받는 중국계나 인도계 그리고 기타 인종은 이슬람 법의 지배를 받지 않습니다. 이 사람들도 무슬림이 될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 사람 자유 의사에 따릅니다.
말레이시아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지만 사실 그 자유라는게 제한적인거죠. 말레이시아가 다른 이슬람 국가보다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화교들이나 인도계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말레이시아의 무슬림 사회도 사우디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곳보다는 보수적 색채가 약하긴 합니다.
인도네시아로 넘어가보면, 인도네시아 역시 이슬람 국가라고 할 수 있지만 이슬람교가 국교는 아닙니다. 헌법에도 종교의 자유가 명시되고 있지요. 그리고 말레이시아처럼 특정 인종에게 이슬람교가 강요되지도 않습니다. 이슬람교, 가톨릭, 개신교, 힌두교, 불교, 유교 등 6개 종교 중 하나를 믿어야 하고 그 사람의 종교는 신분증에 표시됩니다. 그래서 신을 믿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불교나 유교를 선택한다고 하지요.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무신론자라고 하면 공산당이 아닌가 의심을 한다고 하죠.) 그래도 전체 인구 중에 80% 이상이 이슬람교를 믿기 때문에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로 분류됩니다. 그것은 인도네시아가 세계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약 2억5천만명) 나라이기 때문이기도 하죠. 종교에 대한 명문화된 차별은 없지만 다수인 이슬람교의 텃세가 없다고 할수는 없지요. 하지만 제가 만난 정부 고위층 중에 기독교 신자도 있었기 때문에 명시적인 차별은 없는 듯 하였습니다. 명함을 받았을 때 무스타파라든가 무함마드 같은 이름이면 그 사람은 이슬람교, 리차드라든가 엘리자베스 같은 서양식 이름을 갖고 있으면 기독교일 확률이 높더군요. 최근 들어서는 신분증에 종교란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답니다.
인도네시아는 FGM이 성행하는 나라로 악명이 높기도 합니다. 그런데 2006년에 인도네시아 정부에서는 FGM 금지법을 발효시켜서 현재는 FGM 시술을 하는 행위도, 받는 행위도 불법입니다. 그럼에도 FGM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인도네시아의 넓은 국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인도네시아는 17,000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는 나라입니다. 도시 지역에는 FGM이 거의 사라졌지만 현재까지 성행하는 지역은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농촌과 벽지라고 합니다. 그들 지역에는 아직까지 실정법보다는 관습과 지역 원로들의 말 한마디가 더 구속력이 강한 셈이죠. 인도네시아어로 FGM은 tetesan이라고 부르는데 반둥과 아체 지역에서 가장 많이 성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반둥 지역이 가장 보수적인 지역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인도네시아에서 인기가 높은 Dewi Persik이라는 가수가 있는데 이 지역에서 콘서트를 열려고 계획하다가 지역사회의 격렬한 반대와 항의 때문에 오히려 사과 성명까지 발표하고 콘서트를 접은 적도 있다고 합니다. 워낙 이 가수가 선정적인 무대(이 나라 사람들 기준에서는)로 유명했거든요.
어느 정도 선정적인지 한번 보도록 할까요?
우리나라 기준으로 봤을 때는 별 것 아닌 무대지만 그들에게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던 모양입니다.
어쨌든 인도네시아 정부의 FGM 금지법에 대해 울라마(이슬람 학자, 주로 원로들) 위원회인 MUI는 불만이 많다고 합니다. 이들은 FGM이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도덕적으로 권장할만하다면서 전통을 폐지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한답니다. 그러면서 "정 그렇다면 살짝만 절제하는걸로 타협하면 안되겠냐"고 한다는 군요. -_-;
이에 대해 젊은 무슬림 지식인들은 "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만든 신체 기관을 사람이 마음대로 절제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냐"고 응수하고 있답니다.
무섭네요..
그렇긴한데 저는 그래도 다른 이슬람 국가보다는 희망적으로 보고 있어요. 훨씬 더 빨리 개혁이 이뤄질 것이라고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아는거라곤 네덜란드 식민지였다는거랑 보르네오의 원목밖에는 없지만요
인도네시아는 세계적인 자원 부국이기도 합니다. 1998년 우리가 모라토리엄(지급 연기)가 될 뻔 했을 때 인도네시아는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을 했었지요. 그러니까 인도네시아의 자원이 아쉬운 채권국에서 그러지말고 좀 천천히 갚는게 어떠냐고 사정을 했다고 하죠.
말레이시아에서 이슬람이 세력화된 것은 1930년대 이후라고 합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이슬람이 국교처럼 된 것이 말레이시아가 독립을 한 1957년이후고요. 바바와 노냐 문화는 아마 1950년대 이전에 형성된 듯 합니다. 그리고 1960년에 말레이계 중심의 통치에 반발해서 싱가포르가 독립해 떨어져 나갔는데 이 때 혼혈 들도 거의 이주한 듯 합니다. 중국계와 말레이계 혼혈은 현재 싱가포르에 많이 살고 있어요. 싱가포르에선 이들을 페라나칸이라고 하더라고요.
액트 오브 킬링 보셨군요. 그 영화 보고 싶었는데 워낙 상영관이 적어서 놓쳐 버리고 말았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인도네시아 독립의 아버지인 수카르노를 쿠데타로 몰아내고 수하르토가 집권한 이래 무려 40여만 명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학살하였다는데 아마 그 역사를 다룬 것 같습니다. 수하르토의 통치 이념은 이슬람교와 반공이었는데요 그 때문에 인도네시아에 좌파가 씨가 마르고 이슬람교가 번성하였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1998년 분노한 시민에 의해 수하르토가 쫓겨 난 뒤 꾸준히 민주화가 진행되고 있답니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대통령을 지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는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의 딸이었고요, 현 조코 위도도 정부에서는 무려 8명의 여성 장관이 기용되어서 역대 최고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여성 장관이 8명이나 된 적은 없었죠?) 현 인도네시아 정치권의 세속화에 보수 이슬람 세력인 나흐다툴 울라마는 불만이 많다고 하고요 극단주의자들의 이슬람 국가 분리독립운동도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자카르타나 발리에서의 테러도 바로 이 분리 독립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 합니다. 제가 아는건 이 정도입니다. 사실 어느 나라 가도 마찬가지인데 정치적인 부분을 현지인에게 묻는건 많이 조심스러워서요. ^^;
재미있네요... 말레이시아 반도 동북쪽에 잠시 체류한 적이 있는데 편의점에 술을 안 파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몇 군데 안 가보긴 했지만 가는 데마다 그 넓은 냉장고들이 물이랑 쥬스 탄산음료 유제품 같은 것들로만 채워져 있어 문화충격을 받았죠. 뭐 중국 음식점에서 쉽게 술을 사 먹을 수 있긴 했어도 주 전체에서 알코올의 일반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는 게 신선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선 슈퍼나 편의점에서 술을 쉽게 살 수 있어요. 빈땅이라는 자체 브랜드 맥주도 있고요.
이건 글의 내용과는 상관없지만 인도네시아에선 유벤투스의 인기가 높은가 보죠? 일반 여가수의 무대에 거대한 유벤투스의 엠블렘을 바닥에 깔고 백댄서들은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고 춤을 추고... 아니면 쇼의 PD가 유베 광팬일지도 모르겠군요 ^^ 뭐눈엔 뭐만 보인다던데 축구팬한테는 축구관련된 것만 보이네요.
물론 쓰신 글도 관심있게 잘읽었어요. 동남아의 이슬람국가에 대해 약간 궁금했었거든요.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제가 워낙 축구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걸거예요. ^^; 답변이 잘 안돼서 죄송합니다.
아 그리고 최근 B1A4 콘서트 중 멤버와 포옹과 키스를 했다고 해서 체포 위기에 처했다는 세 명의 소녀는 결국 체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다행스러운 일이죠. 실형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약 20만원 가량의 벌금과 6개월 이하 징역이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