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분류와 분류체계 (Acloudinpants 님, 9years 님 게시글을 읽고)

0-1.

저는 문헌정보학이나 DBMS를 전공하지는 않았고, 다만 기록정보 관리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공공기관에서 공공기록물 관리 업무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래 얘기는 다른 분야의 전공자나 실무자들이 보시기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0-2.

Acloudinpants 님, 9years 님 게시글을 읽고 쓰는 글이지만 두 분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과 맥락이 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냥 잡설로 받아들이셔도 됩니다.


  
1. 분류이론이나 분류방법에 대해 얘기할 때 종종 고대 동아시아의 분류가 언급됩니다.


   '산해경'이나 '예기'에서는 동물들을 분류할 때 '황제에게 속한 것', '미친 듯이 날뛰는 것', '낙타털로 만든 섬세한 붓으로 그려진 것',

   '날개달린 것', '벌거벗은 알몸인 것', '헤아릴 수 없는 것' 과 같은 분류 기준이 나옵니다. 현대의 인문학 전공자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고

   영감을 주는 방식이지만 다수가 동의하고 이용할 만한 방식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후배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생각을 덧붙입니다.

  
   분류 자체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개인적인 차원에서 기준을 잡고 실행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음식, 그저그런 음식이란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다른 사람에게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그 사람이 나와 같은 방식으로 분류할 수는 없다. (음식 이름을 말하지 않고 위의 '분류 기준'만을

   설명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음식을 객관적으로 분류한다면 종류, 조리방법, 재료, 원조국가나 지역 같은 것들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하나 또는 그 이상의 기준은 그 내적인 차원에서 세분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음식의 종류를 주식, 부식, 찬품, 후식, 간식으로 나누고 부식을

   탕, 국, 찌개로 나눌 수 있다. 개인의 선호도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분류방식이지만 정보의 전달과 축적에는 효용성이 높다.


   현대화된, 체계화된 분류의 핵심은 분류기준을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세부 분류를 할 수 있는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2. 이런 분류방법은 보통 18세기 스웨덴의 박물학자인 '린네'가 정리한 '이명법'에서 발전되기 시작했습니다.


   린네 이전에도 생물을 분류하는 방법은 있었지만 -아리스토텔레스 등-, 린네의 이명법을 근대적인 분류방식의 시초로 보는 것은 상위분류와 하위분류를

   같이 표기하여 특정 생물의 학명을 표기하는 방법 이면에 깔린 사고가 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무엇에 속하고, 그 무엇은 또 무엇에 속한다는 것을

   강하게 인지하면서 사용한다는 것이죠. 단, 이 방법은 대상이 가진 다양한 특성들을 반영하여 이중으로 분류되지 못하는 한계도 가집니다. 보통 이런 경우

   대상 자체를 새로운 분류로 만들어서 사용하죠.


3. 분류를 classification 이라고 할 때, 그 어원적인 의미는 '일정 기준의 집단으로 나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taxonomy 라고 할 때, 그 어원적인 의미는 '정리정돈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http://www.etymonline.com/)

   
   이런 어원적인 의미로만 본다면 분류는 대상을 구분하는 것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앞의 1,2에서 언급한 것처럼 분류대상의 특성에 맞는, 객관적인, 예외사항을 처리하되 일정 분량 이상 축적되면 새로운 분류를 설정할 수 있는,

   그리고 분류 관련 이력관리가 가능한 분류체계가 설계되고 적용되며 발전해가는 것이 '관리자' 입장에서는 중요합니다.

  
   (분류체계는 보통 classification scheme 라고 하는데, scheme 자체의 의미는 '구조적 형식'에 가깝지만 분류체계라는 말이 일반화 되어있습니다.)


   분류체계란 '일정한 분류방법을 적용하여 유사한 것은 모으고 다른 것은 구분한 구조체계'이며 전통적으로 트리(tree) 형태로 구성됩니다.


4. 분류방법(기준)은 대상의 특성에 맞게 설정할 수 있는데, 공공기관의 경우 생산맥락이 중요하기에 조직분류나 업무기능분류를 사용합니다.

   도서나 박물의 경우 이용자가 원하는 내용이 중요하기에 주제 분류를 사용합니다. 주제 분류를 하는 경우, 분류 대상을 미리 설계된 분류체계에

   분류하면서 연역적인 지식을 근거로 삼게 됩니다.


   (처음 설계한 분류체계의 기준과 나중에 실제 분류할 때의 판단 사이의 괴리를 막기 위해서는 설계시에 최대한 많은 예시를 표현해두어야 합니다.

    또한 운영하면서 이를 보완, 발전시켜가야 합니다. 공공기관은 이를 위해 맥락정보 항목을 점차 늘려가고 있습니다.)


5. 2에서 언급했듯이 개인적인 필요에 의한 분류는 필요하고 알게 모르게 실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를 정리된 '분류체계'로 만드는 것, 유지발전해

   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공공기관이나 도서관, 박물관은 관리대상을 보관,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고 이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인력과 예산을 배정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분류, 분류체계에 대해 전공하고 실무업무를 하는 이들이 이런 개인자료 분류에 대한 고민을

   해야 겠지요. (근데 사실 기준관리, 이력관리에 초점을 두라는 원론적인 얘기 이상의 명확한 답이 없습니다.)


6. Acloudinpants 님이 언급하신 초점은 'DDC 외의 분류방법의 필요성'이라기 보다 '의외성이 강한 배가 방법의 필요성' 같습니다만, 공공도서관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방식입니다. 공공도서관은 다양한 이용자들의 다양한 요구와 소장도서관리의 효율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RFID는 원하는 대상을 정확히 알고 있을 때

  효력을 발휘하며, 또한 기술적 한계 때문에 한 권, 한 권 위치구분이 정확히 되지는 않습니다.


7. 9years 님께서 관리하려고 하시는 대상이 무엇인지, 이용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데이터베이스 구축 방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장 간단하게는 MS 엑셀로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본격적인 DBMS를 구축하신다면 '최소한' 수백만원 수준의 비용이 필요합니다.

   (1만개 정도의 문서파일이고 점차 추가될 것이라면, MS 엑섹스를 사용하시고 데이터 자체는 별도 보관하시기를 권합니다.)

     

    • 아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
      • 별로 이어지는 내용은 아닌데 재밌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헌책방에서 책 고르는 것과 비슷한 부분을 원하셨던 게 아닌가 합니다. 특정하게 찾는 책이 있는 건 아니지만 대략 어떤 부분에 관심이 있기는 할 때 헌책방에서 직접 책을 찾거나 점원에게 부탁하면 생각지도 못했던 보물이 걸릴 때까 있었죠.

        • 네 맞아요. 그런 것을 원했는데,


          생각해보니 서고분류체계의 문제라기보다 배치계획의 면에서 접근하는게 맞지 않나 싶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치의 가장 큰 축은 여전히 서고분류체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러네요. 

          • 음, 말꼬리 잡는 것 같을지도 모르지만.




            DDC는 서고분류체계가 아니라 도서분류체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서자료를 십진분류로 나누면서 도서자료의 내용을 세분류하는 방식이죠.




            서가 및 도서의 배가 방식을 DDC의 논리적 배열 방식과 동일하게 '하여야만' 하는 이유는 없습니다만,


            그것이 이용자와 관리자에게 대상에 논리적, 물리적으로 접근하는 '익숙한' 방법이기에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차원에서 보면 이건 개가식 서가 운용이기에 도출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 아 그럼 개가식 서가 체계(처음 써보는 단어에요!)가 아니면, 듀이십진분류체계보다 효율적인 방식이 있는건가요? 

              • DDC의 분류기준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니신 것으로 정리된 것 아니었나요??


                (그리고 한국의 도서관들은 DDC의 한국형인 KDC를 사용합니다)




                개가식 서가 운용은 일반 이용자가 서가에 직접 접근해서 도서를 꺼내어 열람하거나 대출신청할 수 있는 것이고, 반대 개념은 폐가식입니다.


                이 자체는 DDC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하지만 관행적으로 개가식 운용을 하면서 분류체계를 그대로 적용하여 배가하지요. 이건 효율성 문제가 큽니다.

              • 대댓글이 달리지 않네요. 비루한 제 글과 상관없이 궁금해서 여쭤본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 저도 처음에 9years님의 원글을 읽고 엑셀이나 ms access같은 프로그램으로 관리하면 되겠다고 답글을 달았었는데 그 뒤에 9years님이 쓴 댓글을 보니까 그게 아닌듯합니다. 단지 서명, 저자, 출판사와 같은 색인정보를 입력해서 관리한다면 엑셀로도 충분합니다. 그런데 이 색인정보를 검색해서 문서 파일에 접근하고 읽거나 수정할 수 있도록 하려면 전자문서관리시스템이라는 전문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이를 기록관리시스템이라고도 하죠. 기록관리시스템은 우공님이 잘 아실겁니다.

      • 우선 저는 DBMS, EDMS, ERMS가 큰 차이를 가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세단, 아반떼, 소나타 정도?




        물론 3자는 분명히 차이를 가지지만 특정 영역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만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별도 위치에 저장된 문서파일에 접근, 읽기, 수정, 삭제하는 방법 자체는 액세스로도  충분하고, 대상이 많거나 관리항목이 많지 않으면 엑셀로도 가능합니다. 




        정보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개인이 사용하실 상황이라 가정하면 비용을 감안했을 때 MySql을 권하기도 어렵죠.

        • 9years님의 글을 읽어보니까 개인적인 용도가 아니고 회사 업무용으로 사용하시려는 것 같습니다. ms access로도 활용할 수 있지만 그러려면 어느 정도의 프로그래밍 능력이 필요합니다. 안정성도 그쪽이 낫고요. 그래서 상용 EDMS 제품을 권한 것이고요.

          • 네, 물론 액세스보다 상용 EDMS가 구축하고 운용하기 편하지요. 그래서 그만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고요.




            그런데 1만개의 문서파일은 제가 생각하기에 상용 EDMS 제품을 구매하거나 구축하기에 너무 작은 규모입니다.




            또한 DBMS에 대한 기본 개념을 어느정도 이해해야 상용 EDMS 도입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1에 대해 궁금해서 여쭤봅니다만, 언급하신 분류는 보르헤스가 소설에서 상상의 중국 백과사전을 소개하면서(그리고 푸코가 이를 인용하면서) 나온 내용이 아닌지요? 산해경이나 예기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지라, 그런 분류가 있다면 찾아보고 싶네요.
      • 보르헤스와 푸코가 소개하면서 서구 인문학계에 유명해진 이야기입니다만, 원전은 저들로 압니다. 다만 원전의 한국 해석본의 문장과 보르헤스 등의 글의 한국 해석본의 문장, 그리고 해석은 좀 다릅니다.

      • 보르헤스는 산해경에 통달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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