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사철가' 배우는 얘기

- 이런 별밤이 아니라도 나는 설거지를 할 때 곧잘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흥에 겨우면 목청을 돋워 오두막이 들썩거리도록 창을 부르기도 한다.

영화 <서편제>를 보고 나서 한때는 입버릇처럼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다. 봄은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는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구나...'로 시작되는 <사철가>를 불렀다. 한참을 부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슬퍼져서 목소리가 촉촉히 젖을 때도 있었다.

슬플 때는 슬픈 노래로 위로를 삼고, 기쁠 때는 기쁜 노래로써 그 기쁨을 드러낸다.


                                                                                                    - 뜰에 해바라기가 피었네 中, 법정스님



어쩌다보니 올 겨울엔 판소리를 조금 배우게 됐습니다. 단가(판소리를 부르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해 부르는 짧은 노래) 중에서 유명한

사철가를 배우고 있는데, 물론 노래 쪽으론 전혀 소질도 없고 해서 어린이 학예회 수준으로 웅얼거리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 한 곡을

다 부를 줄 알게 되면 얼마나 뿌듯할까 상상하면서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평소에 서양음악 스타일에 익숙해져 있기도 하고 또 배우는 방식이 구전이다 보니 꽤 어렵게 느껴집니다. 가사만 적힌 종이를 보면서

선생님을 따라 한 소절씩 부르는데, 가사에 나름대로 표시해두어도 지나가면 금방 가락을 까먹어요. 겨우 가락을 기억해놓고 나면 

장단에 맞게 부르기가 쉽지 않고요. 한 장단을 다 치지 않고 때마다 강조할 박만 북으로 딱 찍는데 한 번 놓치면 혼돈의 카오스가 됩니다.


저도 이제 적지 않은(?) 나이라서 그런지, 인생의 흐름을 사계절 변화에 빗댄 가사를 읊조리고 있다보면 꽤 슬퍼져요.

어렸을 때 나도 언젠간 늙어간다는걸 상상할 수 없었듯이, 지금도 여전히 더 나이든 내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운데

십년 뒤 거울 속엔 어떤 사람이 들어있을까 싶네요.  

   


이산저산 꽃이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만은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하구나

 

내청춘도 날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갈줄 아는 봄을 반겨헌들 쓸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화시라

옛부터 일러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삭풍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단풍도 어떠한고


오늘은 여기까지 배웠어요. 다음 시간에는 눈이 내리는 가사 부분에서 뭔가 고난이도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공연 갔다오면서 사다주신 전주 풍년제과 수제 초코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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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맛이 없기도 힘든 비주얼......









    • 아. 저도 기회가 된다면 단가 배우고 싶네요.

      글구 풍남이 아니고 풍년일 걸요. ^^ 저도 작년에 처음 전주 가봤는데 대사습놀이 기간이라 온 동네에 국악 가득하여 너무 행복하고 좋았던 기억 있어요. 조금 오바해서 베니스만큼 좋았어요. ^^
      • 아, 풍년으로 고쳤습니다. 풍남제과로 검색해도 나오는 여러 수제 초코파이 포스팅에 낚였... 전 아직 전주를 못가봤는데, 저도 축제 기간에 한 번 가보고 싶네요.    

    • 요즘 드러머가 나오는 영화에 드럼 소리로 가득한 영화 음악을 듣다 보니 


      올려주신 동영상에서 북소리에 맞춰 노래를 하는 모습이 갑자기 눈에 들어오네요.  


      판소리 중에도 현악기나 관악기에 맞춰 노래하는 건 없었던 것 같은데 


      우리 조상님께서는 리듬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셨나 하는 생각도 갑자기 들고요. ^^


      왜 우리는 옛사람들이 좋아하던 리듬에 쉽게 공감을 못하게 된 건지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 반주 악기가 단촐한 것은 아마 판소리가 장터 마당같은 곳에서 공연되던 민속악이라 그런 것 같아요. 아마추어(?)들이 노래하던 시조도 간단히 장구나 단소가 곁들여지도 했지만 무릎장단으로만 연주되기도 했고, 시조랑 같은 가사로 전문 연주자들이 노래하는 전통가곡은 본격적인 악기 반주가 들어가니까요

    • 초코파이보다는 몽쉘통통에 가까운 맛이었어요.

      • 음! 딸기잼과 견과류가 섞인 커다란 몽쉘통통 맛이 맞는거 같아요. 

    • ...요즘 하단 광고에 자꾸 풍년제과 수제초코파이가 떠서 억지로 못보는척 하면 지내던 차였습니다. 차마 시켜먹을 형편은 안되고 그냥 쪼꼬파이로라도 허한 마음을 달래보아야 겠어요. 득음 하셔요 히히!
      • 본의 아니게 테러 당하시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우선 동요 부르는 수준에서는 좀 벗어나야 뱃속의 초코파이에게 부끄럽지 않을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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