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를 위한 책 <비성년열전>

어젯밤에 듀게에 들어와서 글을 읽다 어떤 분이 백수여서 슬퍼하시는 글을 봤어요. 

(너무 피곤할 때 읽어서 내용도 제대로 기억이 안 나는데 그런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오늘 아침에 "저는 백수가 좋아요"라고 댓글 달려고 했는데 듀게가 안 열리더군요. ㅠㅠ 

그러다 갑자기 신해욱 시인이 쓴 산문집 <비성년열전>이 생각났어요. 


신해욱 시인이 말하는 '비성년'은 다음과 같은 존재예요. 

"움직여서 인간의 세계에 성공적으로 진입하여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이행하게 된 이들을 성년이라 부른다. 

'아직' 그렇게 되지 못했으되 이제 그렇게 될 이들을 미성년이라 부른다. 

'이미' 그렇게 되지 않는 이들은, 그러니 비성년이라 부르기로 하자. 

미성년은 대기중이고 비성년은 열외에 있다."


<비성년열전>에는 일하기를 거부한 <필경사 바틀비> 얘기,  

어른이 되기를 거부한 <호밀밭의 파수꾼> 콜필드 얘기, 

결혼을 피해 도망다닌 카프카의 얘기 등 많은 비성년들의 얘기가 나와요.


이 책을 읽으면 백수가 백수로 버티며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죠.

세상은 (그리고 주위 사람들은) 백수가 백수로 살아가도록 절대로 그냥 내버려두지 않거든요.

비성년으로, 백수로 살아가는 것이 이 세상에서는 어쩔 수 없이 비극적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백수는 매력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에요. 


쓰다보니 갑자기 듀게분들이 좋아하는 비성년 백수에는 누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제가 가장 사랑하는 비성년 백수는 바틀비도 콜필드도 아니고 

이상의 소설 <날개>의 주인공이에요. 


재작년에 민음사에서 새로 나온 <이상 소설 전집>에서 <날개>를 읽어 보시면 

아내에게 빌붙어 사는 이 남자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멋진 캐릭터인지 아마 깜짝 놀라실 거예요. 

유순하면서도 냉정하고 자신을 동정하지도 타인을 증오하지도 않으며 

희극적이면서도 비극적인 표정을 지닌 남자 

(아, 저의 이상형이에요. ♡.)


어쨌든 결론은, 저는 비성년 백수가 좋다고요. ^O^ 
    • 영원한 序章이라는 소설이 생각나는군요.

      • <영원한 서장>이라는 책은 생전 처음 들어봐서 인터넷에서 찾아봤는데


        와, 이렇게 종적이 묘연한 책은 처음이네요. 


        겨우 겨우 시이나 린조라는 일본 작가의 소설이라는 것만 알아냈어요. 


        椎名麟三 永遠 序章 으로 검색한 후 구글에서 일본어 번역해서 간신히 어떤 내용인지 알았네요.


        (제목만 던져주신 가끔영화님 미워요. >.<!!) 


        재미있을 것 같은데 책을 구하는 게 불가능해 보여요. 


        ==================================================


        이번 주 일요일 밤 11시에 EBS에서 영화 <영원한 제국> 해요. ^^

        • 일본 전후 문학전집에 있었는데 모르겠어요 단행본이 있을지.


          좀 짧은 중편 정도 된거 같죠.


          영원한 제국 책 재밌게 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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