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근래 일상의 편린 - 책 읽는 것의 즐거움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쯤부터였던가요. 한국 단편소설들을 하나씩 읽어 가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 지난해 이때쯤하여 어느 중요한 시험을 치루었습니다. 근 몇년을 시험을 위한 준비에 전념했고, 또 이립을 넘기는 지금에 그 시험이 가져다 주는 무게감, 혹은 이를 달성하지 못했을때 제가 당면할 현실들이 너무나 무섭게 느껴져 제가 나고 나서 처음으로 노력이란 것을 했던듯하네요. 감정을 죽이고 법서만 봐라봤던 그 이전의 나날들입니다.
그러한 과정을 겪다보니 그 이전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어냐고 자문했을 때, 학창시절, 혹은 대학 초년 때처럼 마음 편히 책을 보는 것이라는 답하곤 했는데, 과정을 마치고 부담에서 벗어나고 여유 속에 놓였을 때에도 책은 전혀 읽히지 않더군요. 이전에 읽었던 것들과 전혀 다른 성격의 책들도요.
뭐, 지금과 같은 여유로운 시기에 책을 읽지 않은 것은 스스로에 대한 방만이라고 생각하며 그 책을 읽는 행위가 저를 죄는 또 하나의 것들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책이 차근히 읽혀가기 시작했는데, 그 기점이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였던 듯하네요.
지난해 저는 연말을 혼자서 보낼 것이라는 것을 전혀 생각치 않았습니다. 애인이라는 존재는 제게 없어진지 오래 되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무언가 구체적인 구상이나 실현 노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때 저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연말을 보내고 있을것이야 하는 일종의 스스로에 대한 신탁을 부여잡고 있었네요. 뭐, 당연 그릇된 믿음이었습니다.
연휴 혼자 기거하는 서식지에서 또 의미없는 빈둥거림은 원치 않아 책장에 꽂혀 있던 책 한권을 가지고 근처의 조용한 카페를 찾았는데, 한 겨울과 또 그 시기가 주는 공허함이 이들 책이 주는 감성과 잘 어울리는지, 종일 그렇게 시간 보내었던듯합니다.
이후 계속해서 그러한 일상, 퇴근 후 집에 들르지 않고 간단히 요기 후 근처의 카페에서 그 날 아침 챙겨 온 책 한권 펼쳐 두고서 자정까지 읽다 집으로 들어가는, 그러한 나날의 연속입니다. 이가 더없이 행복하네요.
아, 책들은 아직까지 장편소설들은 인내력을 가지고 읽어내기가 힘들어 호흡이 짧은 한국 단편소설들 위주로 읽고 있습니다. 이가 지금의 저에게는 맞는듯하네요.
그리고 제가 원체 구식인지라 이러한 취향에 있어서도 그러한 편인데, 이전 어느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문답에서, 제가 최인훈 선생님과 오정희 선생님을 아주 존경하고 그 작품들을 감명 깊게 읽었다고 답했더니,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던 그 분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상대는 김영하 작가를 이야기했던 듯합니다.
그 문답 이후에, 요즘 김연수, 김영하 등의 작가들이 워낙에나 많이 언급되기도 하고 그의 작품들을 거의 접해 본 적이 없는지라 앞의 작가들 외에도 박민규, 전경린, 김애란, 편해영 작가들의 대표작들 몇 개씩 읽어보며 취향을 가늠해 보고 있는데,
김영하 보다는 김연수가 좋고 또 언제나처럼 여성작가들의 것들이 더 다가오는데, 특히나 한강의 것들이 너무 좋더군요.
읽었던 것들 중 몇가지 인상적인 것들을 꼽아보자면 김연수의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과 한강의 아기부처가 참으로 좋았습니다. 이응준의 단편들도 인상깊었구요.
지금 추려둔 것들 다 읽고 나면, 이전에 황석영 선생님이 꼽으신 단편들을 역순으로 하여 차근히 읽어가려 합니다.
자기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정말로 기쁜 일이네요.
이러한 것들로 인해 저의 올 한해가 감정적으로 풍요로웠으면 합니다.
제 주변이 워낙에나 삭막한 이들로 가득한지라 이런 이야기하면 미친놈 소리 듣지만, 혼자서 몰래 몰래 즐겨가려 하네요.
엉망인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