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자와 창조물을 분리해서 보는 제 생각이 나이브한걸까요?

밑에 이병헌, 한효주 관련 이야기를 보고 생각이 들었어요. 듀게에서도 여러번 언급된 것 같고 본인도 몇번 언급했던거라 또다시 언급하는게 좀 그렇습니다만....


창조물과 창조자 사이의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은 사람마다 다르겠죠. (저의 경우는 최대한 분리해서 보는 입장입니다.)


모든 유명인이 오드리 헵번이나 장나라처럼 인격과 실력이 일치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항상 등판하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만 해도 그의 작품 중에 명작들이 많지만, 막상 본인은 빼도박도 못하는 페도필리아이자 아동성범죄자입니다. 물론 피아니스트라는 영화에 대해선 아주 감명깊게 봤습니다.


석양의 건맨, 아귀레 신의 분노로 유명한 클라우스 킨스키는 살아있을때야 그냥 성격이 더러운 정도로 알았지만, 그의 사후 딸에 의해서 진짜배기 악행이 드러났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영화를 '절대로' 찾아보지 않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미켈란젤로(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와는 다른 인물인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는 온갖 중범죄를 저지른 양아치입니다. 동시에 바로크 시대를 연 예술가이기도 하죠.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하면 카라바조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작품이 딱 떠오릅니다.


로엔그린, 탄호이저, 트리스탄과 이졸데, 니벨룽의 반지같은 악극으로 유명한 리하르트 바그너는 반유대주의자였습니다. 그가 죽은 후 그의 아내와 후손이 나치를 옹호하는 바람에 억울하게 더 까이는 측면도 있긴 하지만요.


레니 리펜슈탈, 서정주, 이광수, 최남선과 같은 경우는 아예 본인들이 역사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물들입니다. 물론 그 사람들의 작품에 대한 평가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최근에 레니 리펜슈탈의 의지의 승리를 봤는데 제작 의도 자체가 불순한 작품이라는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시대를 감안하더라도 영상과 음악 자체는 잘 구성되었어요. 스타워즈나 반지의 제왕 등에서 괜히 그 구도가 차용된게 아니더군요.


창조자의 행동보다 창조물에 대한 평가가 월등히 강조될 정도로 창조물이 뛰어나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더욱 더 까이는거죠.


백인여성래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이기 아잘레아는 본인의 어그로(과거의 차별적 발언 등)로 인해 많이 욕먹고 있습니다. 역시 어그로로 유명했던 에미넴처럼 확실한 실력을 보여준것도 아니라서 더욱 문제죠.(이쪽의 경우 대필논란까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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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저는 이병헌이나 한효주의 작품에 평점테러를 하거나 그들의 연기에 대해 제 머리 속에서 기록말살형을 시킬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거 할거였으면 일관성있게 로만 폴란스키부터 제 머리 속에서 기록을 말살시켰겠죠.

    • 딴소리지만 언급하신 인물중에 아는 사람이 장나라 서정주 라니 나 좀 안습인듯 ㅠㅠ

    • 누구라도 장단점이 있는거와 같죠.

    • 공과 사 구분의 영역이기도 하죠. 언급하신 영화감독이나 역사 속의 화가, 고전음악 작곡가와는 달리


      연예인같은 경우 이미지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기도 해서, 이에 취약하다는 점이 있죠.




      그래서 이병헌이나 한효주의 작품, 활동이 선호되지 않는 것은 대중의 취사선택의 한 부분이라 보여집니다.


      즉 작자와 작품을 따로 본다는 것 역시 가능하다는 것이죠.


      물론 저런 다른 사람들의 노고도 들어간 작품에 평점 테러를 일삼는 것은 유치하기 그지 없고요.

    • 언급하신 인물 중에 영화쪽으로는 제가 아쉬워할 사람은 다행히 없습니다. 서정주의 시는 많이 아까워요. 다소 눈치를 보긴 하지만 여전히 서정주의 시를 최고라고 말 합니다. 아니, 최고라고 말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여전히 저는 암송하고 읽고 써보죠.


      거창하게 예술과 인성의 분리까지 갈 생각은 없어요. 그저 그것을 못 즐기는 것이 '내게' 손실이냐 아니냐의 문제일 뿐.


      이병헌이 평생 연예계에 다시 발 들이지 못한다 해도 전 '관심이 없어요'.

      관심이 없다와 나는 그 문제에 대해 객관적이고 쿨하다는 어느 쪽이 다른 쪽에 영향을 줄지언정

      전혀 다른 문제죠.


      또 다른 축으로, 잘못의 경중이나 제 개인적인 민감도 역시 영향을 미치겠지만 거기까지 감안해도 '이 사람 잘못의 덩치가 내가 그걸 즐기고 싶어하는 이기심보다 크냐 작으냐'의 문제예요.


      완전히 창작물과 창작자를 냉정하게 분리하는 감상자도 있긴 있겠지요. 적어도 듀게에선 이런 시각이 대세 같던데요.

    • 레니 리펜슈탈에 대한 미학적인 옹호까지 나오는 걸 보니, 무덤에 있는 벤야민을 인용할 수 밖에 없네요. 사진에 관한 글이지만 예술지상주의에 대한 확실한 대립각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 자신을 인상학적, 정치적, 과학적 관심으로부터 자유롭게 할 때, 비로소 그 사진은 이른바 창조적인 것이 된다. 이제 렌즈는 기발하게 배치되며 사진은 사이비 예술가의 저널리즘으로 화한다...(중략)...소위 창조적 인간은, 끊임없이 변하는 유행의 변덕스런 조명 아래서만 얼굴을 빛내는 하나의 물신이 된다. 사진에 있어서의 창조는 유행에의 항복인 것이다. ‘세상은 아름다워라’ 이것이 그들의 표어이다. 그런 사진은 하찮은 여느 수프 깡통에도 우주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인간적 연관성도 파악해 내지 못한다. 그런 사진은 한없이 고통스런 주제라 할지라도 그것의 의미를 따져내는 것보다는 상업성에 더 관심을 가진다.”

    • 창조한 결과물 자체가 창조자와 떨어뜨릴 수 없는 게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자기 몸을 이용해 연극하는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감독은 여기서 좀 자유롭죠. 애플 제품과 스티브 잡스의 '옛친구 등처먹기' 등도 어느 정도 떨어뜨려 생각할 여지가 있고... 여러 예술작품과 예술작품도 떨어뜨려 볼 수도 있고...


      배우는 그게 힘들잖아요. 그 작품 자체가 그 사람 얼굴이고 이미지 자체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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