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의 기억

 인천 어린이집 사건이 김치를 안먹은 것이 발단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순간 불현듯 과거가 겹쳐 지나가더군요. 저는 어린 시절 한번도 김치란 음식을 좋아해본 적이 없어요. 생각해보면, 저정도로 구타를 당하진 않았을지언정 항상 싫어하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았었던거 같습니다. 이건 아마 저뿐만의 얘기가 아닐거예요. 학교 다닐 때 '한밥풀도 남기지마라'부터 '골고루 먹어라'까지 정말 인이 박히도록 들었었거든요. 그러나 안되는 건 안되는 거였어요. 예컨대 오이 같은 음식은 결코 다 자랐을 때까지 입에 담을 수 없었단 말입니다.. 

 예전에 했었던 복불복 쇼를 아시는 분은 아실 거에요. 온갖 세계의 괴식들을 모아놓고 게임을 해서 먹이는 프로였죠. 물론 출연진들을 추려내서 뽑았을 겁니다. 그러나 죽을 상을 지으면서 꿈틀대는 밀웜이 입에 넣어지는 경험을 하는 여자출연자를 보면서 솔직히 저게 강간하고 무슨 차이가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요즘이야 많이 나아져서 외국인들이 한국왔을 때 김치먹이는 걸 희화화하는 얘기까지 듣습니다만, 아직 자녀들이 먹기 싫다는 음식을 억지로 먹이는 건 사라지지 않고 있을거 같네요. 물론 편식이 무조건 좋다는 건 아닙니다. 영양학적인 고려를 해야겠죠. 그러나 생각해보면 한반도 역사상 최고의 식문화 풍요를 누리는 이 시대의 제가 소위 보릿고개의 기억이 남아있는 '싹싹 긁어먹는' 세대의 방침을 따를 이유따윈 전혀 없더라구요. 요컨대 요즘에는 심사숙고하면 충분히 영양가 있으면서 개개인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 식생활이 가능하다는 얘기에요.

 뭐.. 두서없이 적었습니다만, 나중에 자녀가 생기면 걔가 콩이 싫다면 두부를, 두부가 싫다면 유부를 시도하는 부모가 되어야겠다 생각해봅니다. 끝으로 김치를 못먹는다고 맞았던 그 아이나, 오늘날에도 각지에서 어른들의 등쌀에 싫은 음식으로 트라우마를 갖게 될 이들의 안녕을 빕니다.
    • 요즘 부모들이 뭐 특정 음식 안 먹는다고 억지로 먹이고 그러진 않을 것 같은데요. 영양 섭취에 신경 쓰는 분들이라면 특정 음식 대신 대체 식품을 먹이려고 할 테고요. 


      그런데 다른 의미로 어렸을 때 입맛이 평생 간다고 하기 때문에, 편식 지도가 필요하다고는 생각합니다. 

    • 저는 어릴때 급식세대가 아니라 도시락을 싸갔는데 담임이 자연식신봉자 였어요. 그래서 도시락에 절대 햄 소세지 등등 인스턴트를 못싸오게 했었죠. 매 점심시간마다 애들 도시락반찬을 검사하고 맘에 안드는 반찬 싸오면 그자리에서 맞았어요. 저희 부모님은 맞벌이라 아침에 바뻐 죽겠는데 알림장에 인스턴트금지 라는 단어 하나때문에 도시락 반찬은 매번 김치랑 달걀후라이만 줄창 쌀수 밖에 없었어요. ㅠㅠ 지금 생각하면 선생이 미친놈이면 신고하는 건데 인스턴트 나쁜거야 부모들도 알고 그런걸 애들 먹이는건 부모입장에서도 죄책감드니까 신고도 못하고요. 억지로 먹이는것도 힘들지만 억지로 못먹게 하는것도 만만치않은 폭력인거 같아요. 



    • 이거 좀 논외긴 하지만, 삼시세끼를 꼭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신 분 때문에 스트레스 받은 적이 많았어요


       


      그분 : 아침을 왜 안먹냐?


      나 : 어제 저녁을 늦은 시간에 많이 먹었다


      그분 : 그래도 아침은 먹어야지


      나 : ....


       

    • 우리 첫째는 개인 식판하고 밑에 식탁보를 가지고 다녔습니다. 


      기가 막히게 거기에 잘 숨겨서 가져오더라구요.. ㅋ

    • 김치 대신할 잘 먹는걸 해줘야 하는데 그걸 잘 몰랐죠.

    • 전 김치에 든 생강을 비누가 들었다고 투정부리기도.

    • 그러고보니 저는 편식이란 걸 해 본 적이 없네요...먹는 건 다 좋아요ㅠㅠ.

    • 유일하게 못 먹던게 파와 콩나물대가리-_-였는데


      어느정도 나이가 되니(중딩이었나) 음식을 가리는 건 어른스럽지 못하다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부터 그냥 다 먹기 시작하고 먹다보니 점점 먹을만 해졌습니다.


      심지어 지금은 파를 좋아하는 경지까지 왔지요 껄껄

    • 저는 좀 반대인게.. 물론 어린이집 미친 사람은 논외고요, 어렸을때는 최대한 음식에 대한 편견이 없게끔 만들어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보통 정~말 못먹는 음식들은 일종의 트라우마에서 생성되는데, 생각 외로 안 먹어본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편식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더라구요. 저는 20대 중반까지도 삼겹살에 비계를 떼고 먹었는데요, 그 기름기가 싫다기 보다는 말캉한 식감이 싫었어요. 그래서 버섯도 안 먹었고, 족발은 애초에 스물다섯이 되어서야 처음 먹었고요, 회도 뱃살은 안 먹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접하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더라구요. 안 먹어 봐서 잘 모르는 느낌? 지금은 껍데기도 먹고 막창은 사랑해요. 말캉한 것도 먹죠. 그런 편견이나 생소함을 어렸을때 좀 줄여준다면 좋을 것 같아요.

    • 요즘 억지로 먹이는 경우가 잘 없을 걸요.

      굳이 억지로 먹여 거부반응을 불러 일으키기보다는, 우회해서 영양을 공급하거나 오히려 음식에 관심을 가지게끔 하는 방향을,


      육아 공부를 충분히 한 요즘 부모들은 대개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특히나 음식을 굳이 강제적으로 먹이는 것도 문제지만, 편식을 권장하는 것도 문제라면 말이죠.


      최대한 건강한 식습관을 길들여 주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애들이 좋아하는 것만 주는 것도 미친 학대의 예시임에는 다를 바가 없죠.

    • 편식이라는게 뭔가요? 


      짐작 하기로는 특정음식을 안먹거나 음식을 가려먹는다는 의미 아닌가요?


      지인, 동료 그외 아는 사람들 대충보면 다들 안먹는거 한두개씩은 있는데 말이죠. 


      아무거나 다 잘먹는게 정말 좋은것인가요? 


      개인적으로는 한두개 안먹거나, 가려 먹는 습관이 왜 안좋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먹는게 귀한 시절도 아니고 말이죠.


      편식은 정말 나쁜걸까요? 음식을 가리는거 없이 다 먹는게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일까요? 소위 말하는 21세기 문명시대인 지금에도요?

    • 채식주의자도 편식이고 미식도 편식이죠.


      근데 그런 건 존중해줘야 교양있다고 생각하잖아요.


      거기 비하면 음식 몇 가지 좀 안 먹는 건 아무 것도 아닌데.




      따지고보면 편식 안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거기엔 다들 나름대로 개똥철학(ㅋㅋ)까지 있단 말이죠.




      부모의 영향이란 것도 글쎄요.


      같은 밥 먹고 자란 저와 남동생은 입맛은 물론 음식에 대한 관점이 완전히 다른 걸요.


      저는 음식과 음식문화 전반에 관심이 아주 많은 반면 남동생은 음식 따위로 왈가왈부하는 걸 찌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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