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회에서는....
국회와 청와대가 개콘을 위협하는 일들을 벌인 게 한두 번은 아니지만, 오늘은 역대급이네요. ㅎㅎㅎㅎ
오늘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에 관한 국회 운영위 현안보고가 열렸습니다.
야당에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만든 문건이 유출됐으니 민정수석이 증인으로 출석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민정수석이 안 나왔어요. 비서실장 김기춘이 국회 출석했으니 돌발상황에 청와대를 관리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게 불출석 이유였죠.
그리고 민정수석이 국회 출석을 안 하는 게 국회 관례였다는 설명도 덧붙였고, 몇 번(주로 참여정부 시절 문재인과 전해철입니다)의 민정수석 출석 사례에 대해서는 민정수석이 잘못한 것이 있어서 직접 해명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는 게 새누리당의 옹호였어요.
나와라, 못 나온다... 이러면서 오전 회의가 파행을 거듭했어요.
그리고 점심 먹고 2시 반에 오후 회의가 속개됐습니다. 여야 간사가 합의해서 민정수석을 출석시키기로 했답니다. (오옷! 김영한이 청와대에서 출발했나?@.@)
그러더니 김기춘 비서실장이 마이크를 넘겨받아서 민정수석이 출석하지 않는다, 본인이 지시했지만 거부하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답변하는 겁니다.
웅성대더니 바로 다시 정회. 양당 간사와 김기춘 실장이 민정수석 불출석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의논한다더군요.
아무리 실세가 진돗개라지만, 이정도로 개판일 줄은 몰랐어요.
뒤이어 오후 내내 이어진 지리한 회의 내용은 야당의 공격, 김기춘 실장의 방어, 여당의 옹호, 김기춘 실장의 화답으로 이어졌습니다.
심심하신 분들은 국회 홈피에서 동영상 회의록을 챙겨봐 보세요. 깨알 재미가 있습니다.
제 글의 어느 부분이 그렇게 읽히셨는지 모르겠네요. 김기춘 실장은 민정수석에게 국회에 출석하라고 지시했는데, 민정수석이 거부하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답변했어요. 답변 자체는 그렇습니다. 그 이후에도 '어떻게 처리할 거냐'는 질문에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답변했고요.
개인적으로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의심이 강력하게 들지만, 표면적으로는 민정수석이 상관인 비서실장의 명령을 거부한 항명사태가 맞습니다. 무엇보다도, 여야 합의라는 국민적 요청, 아무리 국회가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지만 국회의 요구는 국민을 대리하는 거죠,을 쌩깠죠.
유신시대를 넘어 조선 말 혼란기와 경쟁하는 21세기 공화정권이네요.
이 일과 관련해서 다른 사이트에서 정말 신박한 댓글을 봤어요. 민주주의를 하다보니 과잉돼서 그런거래요. 민주주의 지지하는 사람들이 왜 과잉 민주주의를 비난하냐고. 창조경제 만큼이나 신선한 용어예요, 과잉 민주주의ㅎ
과잉..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는 이 사건이 청와대에 대한 항명으로 프레임되는 게 못마땅합니다. 김영한 민정수석은 국회 출석하라는 김기춘 실장의 말을 어기고 사표를 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상관의 명령에 항명한 거지만, 속내는 국민의 요구를 쌩깐 겁니다. 국회 따위, 여야 합의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행태죠.
국민의 명령, 국민의 요구를 쌩까는 게 민주주의 과잉이라니 그 사람이 생각하는 민주주의가 어떤 건지 알만 하네요.
민주주의에 따라, 국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아 할 일을 하고, 책임질 일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의 무책임과 뻔뻔함은 민주주의가 아니죠.. 그냥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