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9]시베리아 횡단 열차 타보신 분(혹은 타고 싶은 분) 계신가요?
처음에는 배타고 블라디보스톡이나 다녀올까 싶었던 마음이 뭉게 뭉게 부풀어올랐어요ㅠㅠ
블라디보스톡 항 바로 앞 기차역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출발한다는데,
후기들을 보면 '못할 짓이다'라는 평도 꽤 있네요.
저는 이미 낡은 침대와 쿰쿰한 냄새가 날 것 같은 식당, 얼어붙은 땅의 풍경에 맘을 뺏긴 상태인데
많이 무리일까요?
시간이 많지 않은 관계로, 관광지 여행 대신 열차 탑승에 주목적을 두고 떠나려 합니다.
3박 4일 정도 무료하게 시간 보내는 데는 자신이 있는데
씻기 어렵다는 부분이 좀 걸리네요.
2등석 정도면 나쁘지 않겠다 싶은데, 경험해보신 분이 있다면 이야길 듣고 싶어요.
저도 통일 되면 꼭 타보고 싶은게 시베리아 횡단열차인데요. 뭔가 로맨틱(뵨사마때문에 의미가 퇴색하긴 했지만)한 느낌적인 느낌때문이었는데 아닌가봐요 ㅡㅜ
바닥에까지 빽빽하게 들어찬 사람들 사이를 비집어가며 발 뻗을 자리를 확보해야 하는 나무벤치 의자(내려서 엉덩이를 쓰다듬으니 진짜로 빨래판...ㅠㅜ)에 앉아 12시간쯤 베트남 기차여행을 해 본 경험으로는 것보다 더한 기차가 있을까 싶잖았는데(사실 설연휴 앞둔 중국 같은 곳도 마찬가지겠죠) 있나 보네요... 뭐 윗분들 댓글로는 징검다리처럼 도시간 시간차를 두고서라면 타볼 만 할 것 같은데요. ㅎㅎ
이십대 초중반까지 저도 꿈꿨던 여행인데요, 다녀온 선배의 만류(?)로 가고 싶은 여행지 목록에서 깨끗하게 지웠어요;;
제 귀가 팔랑귀가 아니라요! 정말 지루하고 심심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러브 오브 시베리아를 보고 러시아 횡단 열차에 대한 소망을 키웠는데요 선배도 딱 그랬다고 해요. 기차타서 자고 책 읽고 창밖 풍경 바라보는(..) 그런 낭만을 꿈꾸고 여행갔는데 많이 후회했다고;; 가도 가도 끝이 없고 가도 가도 보이는 건 눈밭... 자도 자도 끝이 없었다고;; 그 시간과 돈으로 다른 곳을 여행하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과격하게 말려서 후기 좀 찾아보고 꿈 접었어요ㅎㅎ
너무 안 좋은 이야기만 길게 했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저 얼마전에 퇴사한 회사에서 가장 소중했던 바이어가 러시아 거래처였어요. 일년 중 한번 가는 큰 외국출장에서 만나면 늘 저녁식사를 한 끼는 같이 했는데 그들이 현지에서 공수해 온 보드카와 캐비어 안주는 정말;;; 비지니스 대화 끝나면 제가 늘 러시아의 볼쇼이나 마린스키 발레단 공연을 직접 본 적이 있는지 물었는데, 그들 중 한 명이 (물론 비지니스 멘트였겠지만) 네가 출장이든 개인여행이든 오기만 한다면 일정에 맞춰 R석표 예매해 놓겠다던 얘기를 들어본 적은 있네요 (더 나아가 너는 그냥 무대에 바로 세워놔도 되겠다는 취중만담까지ㅎ ㅎ). 전 개인적으론 시베리안 횡단열차보다는 얼음 깬 겨울강에서 수영하고 사우나 들어가 몸을 지지는 그 극한 체험을 진짜 한 번 해보고 싶었더랬죠.
무역회사나 뭐 그런 일반회사인줄 알았는데 예술계 쪽이셨나요?그냥 무대에 바로 세워놔도 되겠다는 말을 들으시다니...재능이 대단하신가봐요.
아이고, '취중만담' 이라고 썼잖아요. 얼마전에 퇴사한 회사는 무역회사는 아니지만 암튼 일반회사였고요. 그 직전에 아주 뼛속까지 예술적인 조직에 있었죠. 대체로 늘 예술문화 언저리를 맴돌긴 했지만요. 재능은... 제 맘이야 늘 자하로바 또는 로파트키나지만 현실은 고급관객으로 족하겠죠. ㅎ
러시아야 아닙니다만 작년에 처음으로 유레일 2등석 독실로 야간열차를 한 번 타 봤었습니다. 젊은 때 배낭여행에도 해 본 적 없었던 선택지라 속으론 기대도 없잖이 있었지만, 타고 보니 아니, 사람들은 이렇게 덜컹덜컹 멀미를 부르고 잠들기도 힘든 야간열차를 어떻게 타나 신기해졌었죠. 긴 시간의 횡단 열차라든지, 활자로 볼 때는 매력적입니다만... 실제로 긴 시간 야간열차를 타 보고서야 그런 이동의 매력은 특히 나이를 먹은 사람에겐 무용함을 느꼈달까요. 인터넷에서 보면 그런 고생스러운 장기 열차 이동 후기가 빛나는 젊음-_-의 경험으로 채색되어 있다거나... 하는 걸 보곤 합니다만 그건 정말 어릴 때나 하는 거군 새삼 깨달은 몸과 정신이 노후한 여행자가 됐죠. 지금으로서는 밤을 지새워야 하는 열차를 타는 상상 같은 건 무덤 속으로...; 로망은 머릿속 로망으로 간직해 두는 게 더 낭만적일 수도 있습니다. 안 해 본 건 안 해 본 걸로 좋을 때가 있더군요.
저 다녀왔는데 전 좋았어요. 왜이리 다들 싫어하실까요. 물론 저도 모든게 즐거웠던 21살때 다녀오기는 했습니다. 전 원글님 로망대로 열차타면서 러시아문학가들 소설 읽으면서 풍경 구경하면서 러시아사람들이랑 대화도 해보고. 좋은 기억입니다. 풍경이 생각보다 다이나믹 하진 않아요. 샤워는 물론 포기해야 합니다.
매일 두번은 가게되는 식당이 제일 즐거운 곳이구요 ㅎㅎ 장거리열차다 보니 정차역동안 15분은 정차합니다. 내려서 아이스크림 같은것 사먹고 정차역 구경하고 돌아오고.. (당시 제일먼저 배운 러시아어가 아이스크림 주세요.아이스크림 얼마예요? ㅎㅎㅎㅎ) 완전 지루하지는 않아요.
저한테 말씀 해주신 분은 철도관련 일을 하시는 분이셨어요. '그 정도라면 웬만한 노선을 다 타보셨을텐데... ' 라면서 '오죽 엉망이면...' 으로 진화하게 되더라구요. 저도 타보고 싶긴한데....
편도 3박4일 말씀하시는 거지요? 바이칼호를 보려면 최소한 울란 우데부터 이르쿠츠크까지 호수와 가까운 도시까지 가야하잖아요. 근데 여기까지 왕복하려면 기차시간만 140시간 이상이니까, 만약 시간은 없지만 시베리아 기차를 이번에 꼭 타야겠다 마음 먹으셨다면, 일정에 맞춰 정거장 아무데나 찍으시고, 열차는 로시야(001/002)호 2등칸 4인실 타시면 좀 더 편한 여행이 될 듯요. 전 로시야호는 못타봤는데 시설이 멀끔깔끔해서 돈이 전혀 아깝지않다 하더라구요. 겨울은 대체로 비수기라 운 좋으면 4인실 혼자 차지할 수도. 객실 문 열어놓고 느긋하게 양 쪽 창으로 풍경 감상 가능합니다. 저도 겨울에 탔을때 2등칸에 저와 승무원 포함해서 열명이 안되었거든요. 시베리아 열차 탑승소감이 천차만별인건 개개인 호불호도 있겠지만, 여행구간과 시간대 운도 한몫하는 거 같아요. 보통 우리가 시베리아 하면 떠올리는 울창한 타이가림이나 광활한 벌판을 열차 안에서 보려면 이르쿠츠크 한참 지나서 서시베리아로 올라가야 하거든요. 그 쪽 지날 땐 지금 시베리아 한복판을 통과하고 있다는 자각이 뚜렷해집니다. 바이칼호는 울란 우데 지나야 보이기 시작하구요. 비록 작고 뿌연 유리창이라해도 승객을 압도하는 풍경들이 있어요. 헌데 이게 통과시간대가 밤이면 말짱 헛일이라는 점. 시간을 좀 더 내실 수 있다면 크라스노야르스크까지, 아니면 최소한 이르쿠츠크까지 다녀오시는 걸 추천해요. 이 두 도시는 그냥 쏘다녀도 너무 좋았어요. 겨울엔 발레 음악회 등 각종 공연도 많구요. 크라스노야르스크는 도시 자체도 좋지만 자연경관이 끝내줍니다. 근교로 조금만 나가도 러브오브시베리아적 풍경이 펼쳐져요. 아 근데 겨울이니까 추위에 좀 많이 강하셔야 함.
예전에 시베리야 열차 관련 특집 다큐멘터리 같은 걸 본 적이 있었는데요-
그 다큐에 나온 젊은이들은 6인실에서 사람들끼리 엄청 친해지고 내릴 땐 연락처 주고받고 편지 쓰기로 약속하고 했던 게 인상 깊었어요.
초코파이가 인기가 많아서 여러 가지와 물물교환 가능하다고 했던 거랑요.
횡단하고 나서 땅에 키스하던 장면이랑 이런 것들이 다 인상 깊어서 저도 가고 싶었는데,
막상 알아보니 역에서 15분만 정차하고 한 번 내리면 끝이다. 정말 그건 '이동용'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후에 포기했습니다.
여기서 시작지점으로 비행기 타고 가서, 열차 타고, 모스크바에서 돌아오는 걸로 생각하면
유럽 가는 비행기값보다 비싸기도 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