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전국투어Quiet Night-낙원에 갔다온 기분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서태지 콘서트에 12월 30일 31일 다녀왔습니다.

 

나의 팬질은 소중한 것이라 별로 공공 게시판에는 콘서트 후기 같은 거 안남기는데

새해를 맞이햐여 매우 한산한 듀게를 보고

또 공휴일이라 글 올라오는 속도도 느릴 것 같고 그래서 한번 써봅니다.

 

서팬들이 새가슴에 소심하여 별로 외부에 잘 안가고 팬사이트에 쪼그려 있는 경우가 많아요.

지난번에 서태지 컴백 콘서트에 놀이방 운영한다고 용기 내어 글썼더니 모르던 분들이 많이 알게되어 저도 쫌 놀랐네요.

 

일단 이 공연은 아주 오진 공연이었어요.

공연 전에 스탠딩이고 좌석이고 일괄 145,000원이라 욕 많이 먹었어요.

솔로 이후 모든 공연이 그랬는데 새삼스럽지만 뭐 욕먹는 거야 서태지의 숙명이니까.

 

근데 결론은 이틀 모두 가서 30만원을 썼는데 전혀 아깝지 않고 광주에 또 가볼까 한다는 거...

 

 

서팬이라서 그렇다고들 하시겠지만 무대며 음향이 더할 나위없이 빵빵했어요.

 

그래서 어디나 비슷한 것을 볼 수 있고 사운드 샤워를 느낄 수 있었답니다.

스탠딩 지정석 다 필요없는 게 어차피 흥이 나면 전부 일어나서 놀아서...

아래 사진 보면 화려한 무대의 감이 좀 잡히실지도..

 

 

 c0034022_54a8a18f27872.jpg

 

양쪽으로 세로로 화려한 액자의 전광판이 있어서

아티스트들이 계속 초상화 프레임으로 잡혔고

그 화질 또한 훌륭하더군요.

 

태지 팬들이 만들었던 웹진에서 8집콘서트 무대감독, 조명감독들 인터뷰한 것도 읽었는데

엄청나게 까다롭고 새롭고 멋진 걸 원하기 때문에

기술자들이 모두 서회장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만

막상 일맡기면 최선을 다한다더니 진짜 그런 듯했습니다.

서태지무대 하고 나면 진이 빠져 디비디도 보고 싶지 않을 정도지만

자신의 회사에 가장 훌륭한 레퍼런스가 된다더군요.

그 전에 안했던 걸 항상 시도하기 때문에.

 

 

다른 분의 후기를 보니 홍대에서 작은 무대에서만 록음악을 듣다가

이렇게 큰 무대에서 빵빵하고 화려하게 록음악을 들으니 완전 새로운 기분이라고도 하더군요.

 

음악이요, 네 음악.

 

셋리스트가 처음에는 9집의 분위기로 아주 예쁘고 동화적으로 시작합니다.

 

크리스말로윈 뮤직 비디오에 나왔던 예쁜 어린이 앨리가 하얀 침대에서 일어나 계단을 올라가

동화의 세계에 빠지면서 오프닝이 시작되고

숲속의 파이터라는 귀여운 곡으로 서태지가 등장하죠.

바로 크리스말로윈의 삑뽁삑뽁으로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그러나 2부에서는

 

락버전 4집곡 1996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로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7집 곡 FM Business로 가수 관중이 모두 뻑큐를 날리고

역시 락버전 2집의 죽음의 늪

3집의 지킬박사와 하이드

3집의 내맘이야로 함성 고래고래

그리고 마지막곡 모두 함께 뛰는 7집 라이브와이어까지

 

모두 완전히 졸빡센 (서태지 표현) 곡으로 내내 달렸어요.

 

 

완전히 흥분한 남팬들 남자들만의 우어어엉 소리를 내면서 열정의 도가니.

 

사실 콘서트 애창곡은 인터넷 전쟁, 시대유감, 컴백홈 같은 거였고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고 예습을 했는데

팬들이 서태지 닷컴에서 전국 투어에서 불러주었으면 하는 노래에 투표한 곡들,

그러니까 팬들은 잘 알아도 대중들이 잘 아는 곡은 아닌 곡들을

완전히 하나로 모아 5,6곡을 달리는데

정신이 완전히 나가서 몸을 흔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운드는 완벽하여 안들리는 소리가 없었고

드럼의 킥소리에 바짓가랑이가 출렁일 정도였어요.

 

또 서태지 가창력을 누가 지적했었나 싶어요.

3시간 반동안의 공연이었는데 하나 지치지 않고 또랑 또랑 귀에 박히게 노래를 부르고

고음이면 고음 뮤지컬이면 뮤지컬(네, 중간에 프로들의 뮤지컬도 있습니다. 노래는 서태지. 이러니 돈이 안 아깝다고 했죠)

재즈면 재즈, 샤우팅이면 샤우팅. 발라드면 발라드..

저 양반은 반찬이 산삼인가 싶었어요.

 

 

여러분 서태지 콘서트 이젠 광주, 대구, 부산이 남았어요. 인터파크에 가시면 됩니다.

 

정말 인생에 한번은 가서 경험해봐도 절대 후회없을 그런 콘서트입니다.

서울에서 앵콜이 있을 거라는 소문은 있는데 아직 확정된 건 아니예요.

 

네. 압니다. 그냥 라이트팬은 서태지 콘서트 가기가 좀 꺼려지시죠.

일어나기도 귀찮고 돈도 없고.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스탠딩의 관객까지 쇼에 포함되어 있다고.

서태지의 지휘에 일사분란하게 점핑하는 그들은 분명히 돈을 내고 온 관객이지만 쇼의 일부더군요.

 

 c0034022_54a8aa60b66e5.gif

 

보기에 멋져요.

 

물론 이 와중에도 점잖은 관객은 있고

양 사이드에는 혹시 초대권으로 온건지도 모르는 관객들이 앉아계시더라구요.

근데 죽음의 늪 하기전에 서태지가 무대의 제일 끝 양 사이드까지 가서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인사하며

'안녕하세요. 저 서태지라고 합니다.'하더군요.

'이제 여러분은 제 매력에 빠지실 거예요.' 하니까 그 점잖던 분들도 다 일어서더군요.

 

예.. 앉아서 볼 수는 결국 없을 지도 모릅니다.

그건 제가 장담 못하겠어요.

 

 

31일에는 새해를 맞는 카운트다운을 밴드와 다 같이 했는데

한국나이로 마흔 넷을 맞는 서태지 소감이 남다르더군요.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놀 수 있을까.

환갑이 되어도 점핑할 수 있을까..."

 

하더니 바로

 

"그 나이에 아직도 서태지냐. 철 좀 들어라 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줘.

불만있냐, 내맘이다~~! "하고는 내맘이야 달렸네요.

주위와 가족들 눈치보면서 간 콘서트라 어찌 감정이입이 되든지.

 

 

7집, 8집 콘서트 다 가봤는데

이번 콘서트가 정말 역대급이었어요.

낙원에 갔다온 기분.

무대며 조명이며 음향이며 길이며 관객과의 호흡이며 내용이.

정말 뭐라고 말을 할 수 없는 그런 콘서트였습니다.

덕분에 2015년 한 해는 정말 즐겁게 시작하게 되었네요.

 

 

    • 행복이 듬뿍 느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팬질하는 대상과 함께 호흡하면서 새해를 맞는건 정말 손꼽게 즐거운 일중 하나인 것 같아요. 올 한해도 잘 버티자고 기합을 넣고 에너지원을 얻는달까요, 저는 올해는 못 해서 많이 부럽습니다.

    • 오우 저건 어케한건지 사진 멋지군요..서태지 콘서트 함 가보고 싶네요

      환갑 지나도 충분히 뛸수 있어요.가왕콘서트 가보니 중년을 훌쩍 넘은 팬들도 다들 잘만 뛰더군요.

      나이 들었다고 못 노는게 아니라는~애정 가득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 반갑 ! 저두댕겨왔네요

      네시간 정신잃고 뛰놀다.집에기어들어와 자고났더니.이것은일장춘몽ㅠㅠ기억이안나네요.너무정신잃고논듯.

      사실 다른공연도 많이가지만

      무대질도 관객질도 다른공연보다 몇배의 행복을더느끼고옵니다요.
      • 저도 기억이 안날까봐 후기만 몇개 쓰는 지 모릅니다. 왜 그렇게 전광석화처럼 기억이 사라지는 걸까요. 뽕맞고 딴 세계에라도 있다 온 것 같아요.

    • 저도 갔다왔는데 셋리스트가 많이 바뀌어서 좋더군요, 내 모든것, 1996 등 잘 못들었던 곡을 들을 수 있어서 괜찮았어요


      그리고 남자팬들이 예상 밖으로 많이와선지 따라부를때는 뭔가 우정의 무대 비슷한 느낌도 나더라구요 ㅋㅋ 

      • 1집 대표곡이 일반대중은 '난 알아요', 팬들에겐 '내 모든 것'. 2집 대표곡이 일반대중은 '하여가' 팬들에겐 '죽음의 늪'. 뭐 그런 거죠. ㅎㅎㅎ



        남자들만 소리 질러 봐 했을 때 체조경기장을 채우던  남팬들의 우오오오 소리가 잊혀지지 않아요. ㅋㅋㅋ

    • 근데.서태지팬분들은 어디모여계시나요?-.-.어디좀가서 글 좀 기웃하고 싶은데 제가 독고다이라 어디들모여계신건지 잘몰라서..
      • 요즘엔 디시인사이드 서태지 갤러리가 모바일 접근성이 좋아서 뜨고 있는 듯 해요. 개념글만 복습해도 될 듯. 

    • 웹진은 어디 가면 볼 수 있나요:

      • 태지매니아에 가면 있습니다


        http://www.taijimania.org


        http://webzine.taijiman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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