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윌 헌팅, 이케아, 블랙미러, 그외

1. 다시 굿윌헌팅. 맥주 한 잔을 마시고 보는 굿윌헌팅은 뼈마디에 사무치는군요. "southie"라는 표현, 결말의 의미, 윌 헌팅의 독백, 션 박사와 램보 교수의 연기대결. 저번에는 잘 보이지 않던 벤 에플릭의 연기까지 아주 근사하네요. 만만히 볼 영화가 아니예요. 미국 교육의 문제점과 갈등, 불공평한 재능과 인생의 의미가 로빈 윌리암스의 맑고 푸른 눈동자와 더불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2. 이케아. 한국에서 지금까지 나온 언론 보도 중에서 제 마음에 흡족하도록 날카롭게 쓴 보도는 없더군요. 에스콰이어에서 신기주 기자가 쓴 것 외에는 말이죠. 

http://m.navercast.naver.com/mobile_magazine_contents.nhn?rid=1415&contents_id=52399&isHorizontal=Y

제가 한 번 써볼까 하다가 그래서 뭐하려고, 하는 생각에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어차피 성공할 건데. 저는 이케아가 이 부유한 듯 가난한 세대에, 박근혜 세대에, 일본의 10년전을 닮아가는 세대에게 어필할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과거의 패턴이 미래를 가장 잘 설명한다면, 이케아는 성공할 거고, 그 성공은 한국의 소득 불평등을 배경으로 이루어질 거라고 봅니다. 네이버에서 가장 인기있는 웹툰 중 하나가 "은주의 방"이었던 거 기억하시죠? 이 우울한 젊은 세대는 조금이라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을 필요로 합니다. 커피샵같은 남의 공간으론 충분치 않아요. 


이케아 물건을 사는 것이 애국적이지 않다느니 이기적이니 정의가 아니라 (@윤주진 트위터) 하더군요. 일전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이마트 피자와 관련해, "동네 슈퍼와 대형마트의 생태계는 달라야 한다. 독점 자본의 잠입은 옳지 못하다”라는 트위터 멘션에 대해 "소비를 이념적으로 하네요"고 하셨다죠.  http://news.donga.com/3/all/20100928/31464341/1  지금은 상황이 반대로 바뀌었죠. 국내 비즈니스가 해외의 더 큰 기업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니. 


무조건적인 경쟁이 옳다느니 국내기업을 보호해야한다느니 한 쪽의 편을 들어주자는 건 아니예요. 밸런스가 필요하죠. 사람들은 소비자 잉여(consumer surplus)가 뭔지 종종 잊곤 하는데, 가치에 비해 가격을 높이 지불할 수록 소비자 잉여는 적어지고, 그건 개개인의 손해로 이어집니다. 경쟁을 높여서 소비자 잉여를 늘리고, 또한 경쟁이 존재하도록 국내 비즈니스를 살릴 규제도 필요하겠죠. 


이케아는 아직 개장도 안했다고 생각해요. 겨우 차 한 대 끌고 가서 소품이랑 가구 몇 점 사오는 수준이예요. 전 아직 블로그에 이케아 전체를 카피한 방 포스팅 올라온 걸 못봤습니다. 


3. 블랙미러. 블랙미러 시리즈 1, 에피소드 3의 제목은 "The entire history of you"입니다. 근미래에 인간은 눈동자만으로도 자기가 보는 걸 다 기록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걸 다시 재생할 수도 있구요. 과거를 되씹으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나 점검하기도 하죠. 기록하지 않기로 한 사람은 이상한 사람 취급 당해요. 


영국인들은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디스토피아를 밀어붙여 구체화시키는데 어쩜 이렇게 능한가요? 조지 오웰의 후예들이라서인가요. 이 에피소드에 나온 테크놀로지는 이미 나와 있어요. 자기에 관한 모든 영상을 기록하는 거죠. (GoPro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약 100달러 정도면 살 수 있고, 동영상과 (가끔의 음성영상)을 저장하는 정도라면 인생 전체를 저장해봤자 데이터도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는다고 해요. 최근에 이와 관련해서 자기가 기록한 과거의 영상 중에서 랜덤하게 이미지를 뽑아 상품을 만들어주는 서비스가 히트를 치기도 했어요. 블랙미러의 배경은 근미래처럼 보이지만, 그 소재는 사실 현재에 있죠. 그렇지 않으면 현재를 사는 우리들을 겁줄 수 없을테니. 


4.  I, Frankenstein.이 괴작을 보지 않았겠습니까. Rotten tomato 3%의 작품이죠. 남자 주인공이 Aaron Eckhart. 이건 마이클 파스벤더가 제인에어에서 로체스터로 나오고 못생긴 척 하는 것과 다름없죠. 이 영화에서 건질 건 악마 Naberius역을 맡은 Bill Nighy의 훌륭한 발음 밖에 없어요. 말 그대로 악마적이죠.


5. Rounders. 멧 데이먼이 나오는지라 이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네요. 배우고 학습하면 포커로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회의적이예요. 제가 아는 사람은 포커에 재능이 있는 프로 포커 플레이어 (베가스 출신)입니다. 제게 포커를 가르쳐주겠다고 하는데 겁먹고 배우지 않았어요. 포커 페이스라는 거 자체가 안될 것 같아요. 순식간에 프로들의 눈앞에서 벌거벗겨지고 말걸요. 이런 인간이 테크닉을 배워봤자죠.


그러나 한 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해요. 배우면 어디까지 할 수 있을런지. 

    • Rounders 찾아보니 제가 좋아하는 아저씨가 두 분이나 나오네요. 존 말코비치와 존 터투로 


      맷 데이먼의 청순한 모습과 가냘픈 목소리도 오랜만이고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 

      • Rounders에서 존 말코비치가 러시아인 인척 하는 연기가 끝내주죠. 맷 데이먼이 아무리 멋져봤자 이 아저씨 연기 공력에 맥을 못춘달까요. 

    • 이케아 이번에 주방용품이 안들어 왔더군요. 식품코너도 썰렁하고. 보병부대가 안들어온 꼴?


      이케아 애용자들이라면 잘알거에요. 있어야싶겠다싶은건 뭐든 다 있는 이케아 주방용품의 어마어마함. 그것도 무지 싸죠. 그래서 소비자를 흡입하는 엄청난 미끼력을 갖고 있죠. 이게 안들어 왔는데도 그 난리였나 싶더군요.

      • 주방용품이 안들어왔다고요? 그게 들어오면 상당히 임팩트가 클텐데요. 주방 인테리어의 꽃은 그릇이니 말이예요. 이케아 유리컵이 하나에 50센트 꼴인데요.






        이케아 관련, 이런 칼럼도 있더라구요. 




        http://m.mediapen.com/news/articleView.html?idxno=59949







    • 굿윌헌팅을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이케아에 대해 링크해주신 기사도 좋고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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