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맥 매카시가 말하는 자신이 단편을 쓰지 않는 이유

몇 년 전에 인터뷰에서 '이제 당신에게 허락된 여생이 그리 길지 않으니 앞으로는 단편이나 로드처럼 짧은 분량의 소설 위주로 집필할 건가?' 라는 질문을 받고



'난 단편을 쓰지 않는다. 내게 몇 년에 걸쳐 나 자신을 자기 파괴의 과정으로 밀어넣지 않는 작업은 할 가치가 없다'고 답을 했죠.




멋있는 말이죠.



물론 단편을 쓰는 게 장편보다 쉽다고 딱 잘라 말할 일은 아니겠지만요. 매카시 본인도 몇 편의 단편을 썼었고,  로드 같은 경우엔 '누가 대신 써주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본인이 말할만큼 빨리 집필되었고요.





개인적으로 저 말에 대해 좋아하는 부분은, 보통 사람들은 글을 빨리 쓰는 것을 천재성의 반증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아시모프와 하인라히가 자기가 더 글을 빨리 쓰느니 하면서 자뻑 대결을 했다는 얘기도 있고), 그냥 타산적으로 생각해봤을 때도 글을 더 빨리 쓰는 쪽이 느리게 쓰는 쪽보다 이득이 많을 것처럼 판단되는데, 무척이나 느리게 집필하는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서 '소설을 쓰는 게 이토록 나를 힘겹게 하지 않았다면 난 거기에서 어떤 가치도 발견하지 못했을 테고, 소설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할 때 여기에서 자신의 한계, 자신의 과업,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자부심이 느껴진달까요?




지금 매카시가 쓰고 있는 소설도 꽤 긴 분량이 될 거라고 본인이 언질을 줬다는데, 짧은 기한 내에 완성될 것을 보긴 힘들 거 같네요. 핏빛 자오선과 모두 다 예쁜 말들 사이엔 7년의 공백이 있었죠. 매카시가 자신은 흥미를 주는 여러 가지의 소설을 동시에 쓰다가 먼저 완성대는 순서대로 발표한다 뭐 이런 식으로 말했다고 아는데, 그 발언을 비추어 보면 모두 다 예쁜 말들을 쓰는 와중에 2년 뒤에 발표될 국경을 넘어서도 같이 썼을 거 같지만요.

    • 이 원고는 내 생명의 피로 쓴 것이라...

    • 스티븐킹은 평소에 일요일과 휴일은 쉰다고 말했는데 사실 그런날도 계속 글을 썼다고 하더군요. 하루도 쉬지 않고 쓴다면 얼간이처럼 보일까봐 그랬다고 했죠.


      저는 저렇게 심각하게 대하는게 더 이상하더군요. 일본 작가들이 주로 그런것 같던데, 하루키도 소설쓰는게 더러워지는거라서 마라톤으로 정화시킨다 이 딴 소리 하던데(그래서 그런지 소설만 보면 제 정신 아닌 인간처럼 보이는데 에세이 보면 멀쩡하고 유머도 있어보여서 소설보다 좀 호감입니다) 또 어떤 소설가는 무슨 사무라이처럼 산속에 들어가서 찬물목욕하고 칼올려놓고 예식치르고 목숨 걸고 쓰는걸 티비로 봤습니다.(정말 속세와 떨어져 목숨 걸고 쓴다면 티비 촬영도 마다할것 같은데 말이죠.)


      어쨌거나 우리 기대와 달리 소설가의 태도나 인성과 일치하지 않는게 진실이죠.

    • 단편도 쓰면 어려울거 같은데 장편보다는 아무래도 쉽겠죠


      소설 재미있게 하나 읽으면 꼭 그 작가가 쓴 단편을 찾아보곤 했어요


      아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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