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에서 불편했던 장면

안봤되 보실 분은 읽지 않으시는 게 좋겠네요.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전술'이 펼쳐지자 전장을 관망하던 사람들이 욕설을 퍼부으며 달려가는 장면이 불편하더라구요.

사람들을 저렇게 뭉뚱그려 수단으로 표현해도 되는건가. 민초들의 힘을 강조하는 장면이겠죠. 하지만 이타적인 목적에 생명을 바치는 사람들이 누군가 (그 사람이 이순신이라 할지라도)에 의해 조정 가능한 조건으로 여겨지는 게 싫었습니다. 동시에 좋은 일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의 욕설과 분노를 비춰서 짜증이 났구요. 저 장면의 민중들이 판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충동에 의해 희생했다고 말한다는 걸 감독은 알고 있을까, 혹시 모른 체 찍었다면, 그게 예술가로서 게으름이란 걸 말해주고 싶었어요.

뭣보다 저 사람들은 좀 더 존중 받아야하는데, 생각해서 분했습니다.

    • 그 사람들이 단순히 조종된 것이 아니라




      용기를 내지 못하고 주저했었거나




      자신들이 왜구와 일본군에 점령당했을 때 겪을 일들을 뒤늦게 자각하고




      이순신의 말에 촉발되어 용기를 내어 일어선 것이라고 보는 것이


      보다 일반적이지 않을까요?




      일본의 경우 전쟁은 사무라이들의 권력 다툼이기 때문에


      나라의 패권을 가르는 큰 전투 떄도


      주변 농민들은 도시락을 싸서 산에서 구경을 했다지만




      우리나라의 어촌 백성들에게


      일본군과 왜구의 침략은 실질적으로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존재였으니까요.

      • 그게 사실이었겠지만, 그런 인상을 저 장면에선 받지

        못했어요. 저는 용기나 이성적 판단 대신 충동이 행동

        의 동기라고 감독이 생각했어도 예술로서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 생각을 감독이 자각하고 진지하게 다룬

        다면요. 그게 영화가 가져야할 유일한 예의라고 생각

        합니다. 저 장면은 불쾌하더군요. 단순히 관습적인 장면이어서는 아니에요. 가벼운 태도가 느껴져서요. 이 영화가 사람들을 민초들의 애환 같은 걸로 쉽게 치환해서 신파를 유발하고 있진 않나, 실제로 있었던 사람들을 에피소드나 영화적 장치로 여기고 있진 않나하는 의심이 들더군요.
        • 그런데 현실에서는


          논리적인 심사숙고와 판단 끝에 무기를 들고 나서는 경우보다는




          앞장선 누군가의 용기와 충동에 자극받아서


          무기를 들고 뛰어드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인간은 특히 군중은 그런 존재거든요.




          실제로 비슷한 상황을 겪어 본 경험이 있다면


          금방 공감하실텐데


          80년대 학생운동 때와는 달리


          요즘은 그런 경험을 하기가 어렵죠.


          그러니 공감하기도 어려울 테고요.

          • 저도 여기에 한표 던집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이런거죠.


            신호등이 고장난 횡단보도를 유심히 관찰해 보면,


            신호등이 고장났다는 인식조차 없이 멍때리면서 서 있거나


            고장난건 알아도 다른사람의 눈치를 보며 마냥 기다리기만 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때 한명이 나서서 걸어가기 시작하면 다른사람들도 죄다 따라나서죠


            그런사람을 프론티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 어차피 저 장면은 실제 역사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거니까요;; 그냥 감독의 상상ㅋ

            그래도 말씀하신 바에는 공감합니다.

    • 개인은 각기 다르지만 군중은 그렇게 똑똑하지 않아요.

      브이포벤데타 보면 군중에 대한 자위가 한심할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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