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장르의 영화를 몇편이나 보셨나요?
저는 IMDB랑 왓챠를 통해 세어보니 딱 10편이 나왔어요. 전 장르 통틀어서 1000여편을 봤는데 그 중 10편이라니 1%정도밖에 안됩니다... -_-
제가 맨 처음 봤던 다큐멘터리 영화가 마이클 무어의 볼링 포 콜럼바인이었어요. 2003년에 봤으니까 조지 W 부시 시절이네요.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따분하고 지루하다는 편견이 있었던지라(지금도 아예 없다고는 말을 못하겠지만) 아카데미 시상식때 발언("미스터 부시 부끄러운줄 아시오" 이랬었죠)으로 유명하다는 말만 듣고 그냥 봤어요. 실제 사실과의 일치여부를 떠나서 다큐의 만듦새가 정말 좋았다고 느꼈습니다. 바로 다음 작품인 화씨 911도 재미는 꽤 있었는데 전작에 비하면 너무 특정한 의도를 띄고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소재 자체도 훨씬 다루기 위험한 부분이었고, 2004년 대선 5개월 전이라는 개봉 시기도 그랬고...
감독 본인이 직접 맥도날드를 삼시세끼 30일 내내 드신걸로 유명한 슈퍼 사이즈 미 역시 실험 과정이나 본인 행보 면에서 까일 만한 부분이 많았죠. 뭐 깨알같은 재미를 느끼기엔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곳 사이트에서 리뷰를 보고 언젠가는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다큐멘터리 작품도 있었습니다. 바로 가늘고 푸른 선이었는데요. 극 영화인 라쇼몽에 비하면 몰입도 자체는 낮았지만 영화의 색감과 사건 재연 부분의 미장센만큼은 맘에 들었습니다.
음악인을 다룬 다큐멘터리로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을 봤습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그들의 삶과 음악을 느끼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이제는 멤버들 중에 살아 계신 분들이 얼마 안남았나 봅니다. 백업 가수들을 들여다본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은 보고 나니 제 팝 지식이 생각보다 낮다는 사실을 오히려 더 크게 느꼈습니다.
2014년에 나온 다큐멘터리 오브 AKB48: The Time has come은 그 그룹의 코어팬이 아니고선 도저히 재미를 느낄 수 없겠더군요. 특히 5월에 있었던 악수회 피습사건이 일어난지 1달밖에 안된 시점에서 그 사건을 언급하는 내용은 이슈를 팔아먹기 위한 수작 그 이상도 아니었습니다.
한국 다큐멘터리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본 워낭소리는 할아버지의 생각과 행동에 도저히 이입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명복이나 빌어 주렵니다.
올해 국내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중 두편을 극장에서 직접 봤는데 하나는 사라 폴리 감독의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 다른 하나는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액트 오브 킬링이었습니다.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는 사라 폴리의 개인사라는 매우 민감한 내용을 소재로 삼았지만 덤덤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적 재미를 줬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 저는 사라 폴리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다이앤 폴리의 남편 마이클 폴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전에 사라 폴리의 영화들 중 몇편을 봤었고(더그 라이먼 감독도 같이 알게 해준 Go는 특히 정말 좋아합니다.)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배우로서나 감독으로서나 인간으로서나 대단함을 느꼈어요. 유명인 개인의 가족사는 타인이 아닌 본인이 직접 언급하더라도 이슈/가십 팔아먹기로 빠질 공산이 큰데 그런 길을 걷지 않은건 사라 폴리 본인의 능력 덕분입니다. 무엇보다 올해 극장에서 봤던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았습니다.
액트 오브 킬링은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진 학살의 장본인(엄밀히 따지면 수하르토 같은 정권의 수장이 아닌 지역 사회의 행동대장들입니다)들을 만나 재연극을 벌이는 용자짓을 합니다. 학살의 장본인들이 잘도 이야기하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입니다. 한국의 경우로 따지면 이근안 같은 작자들이 이에 해당되겠죠. 학살의 장본인 중 한명인 안와르 콩고가 구역질하는 장면은 여러가지 감정이 동시에 들 정도로 충격적이었습니다. 학살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침묵의 시선도 꼭 보고 싶어졌습니다.
제가 봤던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역시 다큐멘터리 장르의 객관성이란 어디까지나 극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객관적이라는 소리밖에 안되는 것 같네요. 감독의 작가성이 얼마나/어디까지 개입되느냐는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논쟁거리일겁니다.
앞으로 보고싶은 다큐들이 꽤 있습니다. 마이클 무어의 다른 다큐들,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리허설을 다룬 디스 이즈 잇이 딱 떠오릅니다.
매년 여름에 ebs에서 하는 eidf만 봐도 좋으실텐데요. 저는 올해 eidf만으로도 30편 이상 봤는데요. 세계 각국의 장단편 다큐를 행사당시에는 다시보기까지 지원해서 즐긴답니다. 선댄스 영화제 대상 수상작도 있고, 생활다큐, 음악다큐 다양해서 좋아요. 말씀하신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 올해 재방도 해주더군요^^코사코프스키 감독도 eidf로 처음 알았죠. 지구반대편의 초상 올해 다시 봐도 명작!
한국 다큐는 송환이랑 경계도시 2가 인상에 남아있네요. 다이빙벨도 보고 싶은데 우리나라 다큐 상영 여건이 참...
저도 다큐멘터리 '영화'를 많이 보진 않았는데 Man On Wire(2008)와 Touching the Void(2003)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지금도 이 두 영화를 생각하면 아찔아찔해요. @_@;;)
음악 다큐로는 아무래도 근래에 본 Searching For Sugar Man(2012)이 참 멋진 영화로 기억나고요.
환경에 관한 An Inconvenient Truth(2006)와 동물에 관한 March of the Penguins(2005)도 놀라면서 봤던 것 같아요.
황산인지 염산인지 테러에 대한 Saving Face(2012)는 분노에 차서 봤던 기억이 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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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얼마 전에 본 Tim's Vermeer(2013)도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다큐를 극장에서 본 기억은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밖에 없지만 EIDF 많이 봅니다. 거의 안 보다가 여기서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기억에 남는 건 체코드림, 작년에는 사이드 바이 사이드, 경계의 건축, 올해는 미아와 알렉산드라, 공대생의 연애공식이 기억에 남네요.
마이클 무어는 데뷔작인 '로저와 나'가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이후에 반복되는 마이클 무어의 전략의 원형을 이 영화에서 볼 수 있는데 사실 여기서 그게 가장 그럴듯하다 싶습니다. 한 마을의 흥망성쇠나 그 속에서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모습도 따듯하면서도 흥미롭게 잘 그렸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