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 미야자끼 하야오의 회고록
'미래소년 코난'부터 30여년간 보아왔던 그의 모든 작품들은 이 작품의 기저에 깔린 주제? 문제의식?에 정서적인 근간을 두고 있었던거 같습니다.
왠지 이 작품은 미야자끼 하야오의 회고록같았어요.
그가 만들어왔던 판타지 월드들과 대조되게 '바람이 분다'는 매우 쓸쓸하고 공허한 여운을 남깁니다.
꿈을 이루었지만 그 꿈이 도착한 곳은 지옥이었고 그것이 이미 예정되어 있었음을 알았던 사람의 인생을 보는건
편하지가 않아요.
내용으로나 형식으로나 굉장히 음울한 작품입니다.
이 영감님은 왜 이런 작품을 자신의 마지막 작품으로 남긴걸까요?
이 작품은 그와 동시대를 살며 시간과 공간을 공유했던 사람들, 즉 일본사람들을 위한 것이구나....싶습니다.
시공을 초월한 보편적인 화두도 있긴 있을거에요.
역사의 수레바퀴가 지나가는 길 위의 흙먼지같은 개인들의 삶과 꿈 열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역사의 수레바퀴가 내가 아니라 그들의 것이 분명한데 그걸 유추하려는 노력은 왠지 부질 없다는 생각이 들고
그는 사실 (1941년생으로) 전쟁을 직접 겪어본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무리죠.
그 역사의 흔적 위에 남아 있는 짙은 그림자에 흔들려온 갈대일 뿐
차라리 그 시대를 직접 살아가면서 툴툴 거렸던 '나쓰메 소세끼'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꾹 참고 끝까지 보았습니다. 느낀 것은,
- 영화의 미술이 굉장히 아름답다
- 이양반, 생각보다 더 상태가 안좋으시구나..
마지막 작품이면 차라리 정치적 입장을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정해서 만들었으면 좋았을 거에요.
스물스물 구렁이 담넘어가듯 자신의 경험과 일본의 위치를 합리화 하는데에서는..
그러지 않기를 바랬지만, 결국 이 작품을 하야오의 구역질나는 마지막 작품으로 기억하게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