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그게 뭔가요? 먹는건가요?

얼마전에 보니까 빼빼로는 먹는거던데 결혼도 그런건가요? 우걱우걱...

 

 

 

뭐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개그를 쳐봤는데 재미있기는 커녕 제 자신이 불쌍해지기만 하는...

 

최근 3~4달 사이에 결혼식만 4번은 간 거 같아요. 두 커플은 저보다 나이가 많았고, 한 커플은 저와 동갑이고, 한 커플은 저보다 어렸어요.

아, 이 나이가 남들이 얘기하는 결혼 적령기라는거구나,

싶더라고요.

 

뭐 그들의 어떠한 상황인지는 물론 저도 잘 모르죠. 경제적으로 어떤지, 부모님의 도움은 얼마나 받았는지, 앞으로 어떻게 가정을 꾸려갈지...

다들 각자의 상황과 사정이 있을텐데 저한테는 그냥 그게 현실감이 없네요.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인거 같아요. 일단 제가 가진 경제적 능력이 없으니까. 지금도 공부한답시고 자취하고 있는데 조금씩 부모님께 손을 벌리고 있는 입장이거든요.

공부라는 핑계가 아니었다면 돈을 벌든 히키코모리를 하든 집에서 엄마밥 먹으면서 지냈겠죠. 아 엄마밥 먹고 싶어ㅠ

저는 자취하면서 밥도 잘 안해먹어요. 대충 사먹죠. 룸메이트랑 같이 쓰는 방은 사람이 생활한다고 표현하기보단, 서식한다고 보는게 맞다 싶을 정도로 엉망이고...

근데 결혼은 그런 생활을 주체적이고 안정적으로 꾸려가는걸 말하겠죠. 나 뿐만 아니라 파트너의 사정도 맞춰 가면서.
그런데 전혀 그럴 능력이 안되니까... 돈도 없고, 돈이 없으니 방을 구할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을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결혼은 현실이라는걸 일깨워주시는 여러분들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아 이게 장난이 아니구나 싶어요. 생각해야 할 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이게 내가 원하는 나의 '생활수준'이란게 있을텐데, 저는 제가 원하는 그 생활수준 자체가 매우 낮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게 이성이든 아니든 그 정도 생활수준에 만족할 사람은 없는거 같네요. 제가 생각하고 있는 생활은 일반적인 기준에서 결혼 생활이 될 수 없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사실 이게 더 크고 중요하고 결정적이고 본질적인 이유인데.... 사실 경제적인 문제야 내가 혼자 살아간다고 쳐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니까 그렇다고 쳐도...

'결혼'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유지되는 인간관계가 심리적 정서적으로 어떤 방식일지 상상이 되질 않아요.

지난번에 연애해본지 오래 되었네 따위의 주제로 글을 올렸는데, 연애를 못해본지 7년이 되었거든요 제가.

8살짜리 꼬마한테, 야 너 7년전에 어땠냐?라고 물어보면 뭐 열에 아홉은 이상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겠죠. 기억이 날리 없으니까. 그때 어땠는지.

저도 비슷한 심정이거든요.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라는걸 하는게 어떤 심정이며 그게 정서적으로 사람을 어떻게 만드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요.

하물며 결혼은 그런 심리적 정서적 상태를 기반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거잖아요. 세상에. 그럴 수가...

 

 

결혼과 관련해서 여러분들의 논의가 오고가는걸 보며 제가 느끼는 감정은 그거에요. 신기함.

어떤 분들은 결혼이라는걸 현실적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조건화 시켜서 보는 입장에 불편함을 보이시던데 저는 그런 입장들도 정말 멋있게 보이면서 생소하고 그래요.

무언가 되게 어렵거나 재미있거나 짜증나거나 힘들거나 하여튼 그럴거 같은데, 제 입장에서는 결혼에 대한 어떤 입장이건 공감하기 어려운거죠.

 

 

아... 남들은 이런 고민을 하고 사는구나... 이런 느낌.

그럼 내가 얼마전 결혼식을 보고 온 친구들도 이렇겠구나... 이런걸 생각하면 좀 놀라워요. 아니 쟤들 완전히 애들인줄 알았는데!!

 

 

그래요. 알고 봤더니 나만 애였어요. 아니 그냥 고자인가?

 허구헌날 디시가서 고자되기 리플만 달았더니 고자되기가 가장 현실감 있네요.

 

뭐 그런거 같아요. 글을 쓴 분량을 보니 이 정도면 꽤 엄청난 규모의 바낭이 되었군요.

그래서 결론은, 결혼은 먹는게 아니라는거겠죠?

    • 무슨 심리상담서? 같은 책을 친구들끼리 같이 읽어 오기로 했는데 모태솔로 친구 한 명이 연애 파트를 통째로 건너뛰었더군요.
      공감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이게 무슨 상황이고 이 상황에서 왜 이런 감정과 이런 조언이 나오는지를 모르겠대요.
      원글님이 결혼에 가지시는게 이런 느낌? 근데.. 사람은 뭐든간에 '그게 먹는건가??'의 느낌이 드는 부분이 있겠죠.
      누군가에겐 재테크가 누군가에겐 공부가 누군가에겐 나라경제-_-*가...
    • 전에 직장동료 하나가 '결혼 전에 잠깐 혼자 살아봤는데, 생각보다 재밌길래 더럭 겁이 나서 애인 생겼을 때 얼른 결혼 진행해버렸다' 라고 하더군요 ㅋㅋㅋ 혼자 사는데 너무 익숙해진 사람은 아무래도 결혼에 대한 미련이 덜할 것 같긴 합니다.
      "'결혼'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유지되는 인간관계가 심리적 정서적으로 어떤 방식일지 상상이 되질 않아요." <= 으아 이거 진짜 공감...
      전 결혼은 고사하고 한 지붕 아래 두 사람 이상이 산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도 가물가물해질라 그럽니다. ㅠㅠ
      이런 말을 하면 동생은 '사실은 못하는 주제에 안하는 쪽으로 묻어가지 말지?'라고 빈정... 오냐 그래 넌 장가갔다...근데 안 부럽다??!
    • 전 5주동안 결혼식 4번 갔어요..
      8살짜리에게 7년전을 물어보면 기억을 못하지만 20살 풋풋한 청년에게 7년전을 물어보면 기억을 하죠.
      스스로 결혼에 대한 나의 태도는 8살이라고 생각을 하시는 걸까요?

      결혼은 경제적인 준비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건 상대에 대한 존중이에요. 30년 가까이, 혹은 30년 넘게 남으로 살아오던 둘이 부부가 되서 같이 살면 사소한것부터 큰것까지 다 다를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걸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 해버리는 태도로는 결혼생활이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얼마전에 제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겠다' 라는건 결국 '나는 바뀌지 않겠다' 라는 이기심이 아닐까 하고 댓글 단적이 있는데, 산체님도 그쪽이신것 같군요.
      그래도 생길 수 있어요. 세상에 어딘가에는 나와 맞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죠. 인원이 적으니까 찾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건 어디까지나 맞는 이야기 같아요. 물론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존중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항상 따라붙지만요. 이게 이기심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 결혼, 상상초월이죠. 기싸움 같고. 겸손해지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상황의 연속이라고 각오해둬도 좋을.
      사귀는 일에 게으르지 않다면 언젠가 결혼하고 싶다, 결혼해서 내가 져줘도 좋겠다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요.
      (한번 해봤으니 다시 미혼으로 돌아가고 싶은 유부의 말입니다, 아기들도 있는데 좀 깨는 소리같네요)
    • 허구헌날 디시가서 고자되기 리플만 달았더니 => 아니 대체 어느 갤러리를 다니시길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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