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후기
연휴인 관계로 하루 먼저 떠나서 금,토,일 있다가 일요일 심야타고 올라오는 일정이었습니다. 08년부터 매년 가고있는데 올해는 예전에 없던 기상천외 버리아어티한 시트콤급 대박사건이 연이어 터져서
즐겁기도 힘들기도 했습니다. 거기다 영화들도 대박이라 이번 부국제는 기억에 많이 남는 해가 될 듯 합니다.
먼저 금요일 첫작품은 제툴리우. 올리비에 아사야스 신작을 실패해서 플랜b로 정해놨던 제툴라우를 보게됬죠. 시놉만 보면 브라질판 그때 그 사람들 이어서 기대가 좀 됬습니다만.결론적으로느 그때 그 사람들
이 훨씬 재미있는 영화였고 뭐 이 영화도 나쁘진 않았지만 50년대 브라질 정치상황을 잘 알지도 못하거니와 극동의 반인반신 그분의 최후와 비교해보면 너무나 밋밋해서 별 긴장감도 안느껴지고 그랬네요.
그래도 뭐 평타는 치는 영화였습니다.
그 다음 영화는 중국영화 기약없는 만남. 중국에서 다방면에 잘나가는 양반이 감독한 중국판 이지라이더라는데 사실 이지라이더 보다는 그냥 전형적인 미국식의 청춘 로드무비에 가깝습니다. 딱히 정치적인
메세지도 전혀 없구요. 오히려 앞서도 말했듯이 배경만 중국이지 8,90년대 보아왔던 미국 로드무비와 무진장 닮아있어요. 낡은차에 끝없는 사막 고속도로 중간에 만나는 사람들의 형태도 뭐 다 비스했어요.
심지어는 옷차림까지도 비슷했어요. 다만 이게 중국에서 중국인들로 그려지니까 좀 신선한 느낌은 있었네요. 역시 로드무비같은게 나올려면 대륙의 스케일 되야...... 두명의 남주들이 행색은 비루해도 엄청
존잘이었고 중간중간의 유머들도 나쁘지 않았고 뭐랄까 본토영화라고 지아장커류만 있는건 아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네요.
토요일로 넘어가서 가장 먼저 예매했던 도쿄 트라이브! 소노시온과 힙합뮤지컬이라는 단어만 보고 주저없이 예매1순위로 꼽았습니다. 그만큼 기대했다는게 아니라 제가 찜해놓은것들중에 제일 빨리 매진
될거같아서요......그런데 정말 기대이상으로 죽이는 영화였네요. 단언컨데 이 영화는 컬트로 남을수도 있다고 봅니다. 웃기기도 웃기고 골때리기도 골때리지만 이 영화는 진짜 뭐라고해야하나 분위기가 제대로
에요. 정말 만화같은 분위기를 잘 살렸어요. 화면 색감도 아주 좋았고 영상자체가 너무 좋았습니다. 가사의 거의 8,90퍼센트가 랩이고 시작부터 끝까지 쿵쿵거리는 힙합비트가 쫙 깔리는데 영화가 후졌으면
시끄럽고 짜증났을텐데 전혀 안그렇고 신났네요. 다만 제가 일본힙합에 문외한이라 그런지 실제 랩퍼들이 다 나온걸로 아는데 왜이리 하나같이 랩을 못하는거같이 느껴지는지 모르겠네요 ㅋㅋㅋ 뭐 전혀
상관없지만. 저는 이 영화를 미국 흑인들에게 보여주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합니다. 되게 좋아할거 같거든요.....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진짜 빵터지는 개그가 대여섯번 나옵니다.
그다음은 또 최고의 기대작중 하나였던 위플래쉬. 저도 영화제 짬밥이 좀 되다보니 영화소개글들에 섞인 뻥카는 어느정도 감안하고 보거든요. (당한게 한두번이랴 ㅠㅠㅠㅠㅠ) 위플래쉬 같은 경우는 거의
그냥 프로그래머들의 자신감이 배째라 수준이었는지 긴말필요없으니 일단 보시라! 이런식으로 소개했던데 정말 제가 안본분들한테 똑같이 말하고 싶네요. 무조건 보세요. 이건 정말 대박입니다......
미국 최고의 음악학교에 다니는 재즈드럼을 치는 주인공이 풀메탈자켓 르메이 영감님을 지옥으로 보내서 숙성시킨거같은 무시무시한 교수한테 엄청난 갈굼을 받으면서 드러머로 성장하는 뭐 그런 내용
인데요....이게 상상을 초월합니다. 갈굼의 정도와 그 관객에게 전해지는 스트레스가.... 후반부는 진짜 폭풍이란 말도 무색하게 몰아치고요 그러다가 딱 끝나면서 엔딩크래딧이 올라가는 순간 정말 극장안에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ㅎㄷㄷㄷㄷㄷ 이게 영화관인지 공연장인지..... 초딩때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봤던 그 극장의 분위기를 연상시켰어요. 정말 이 영화는 어떤 의미에선 익스트림 무비입니다. 한계
를 돌파한 그니까 보통의 선에서 한발 더 나간 분명히 그런 영화에요. 토요일은 정말 두편이 다 대박이었고 몇년간 부산을 갔지만 최고의 하루로 꼽아도 될 정도였어요.
마지막 일요일. 아벨페라라의 파졸리니. 지구상의 온갖 악랄한 영화는 다 봤던 시절이 있었는데 유독 두 영화만 못봤습니다. 홍콩에서 만든 마루타와 바로 살로소돔의 120일이죠. 감독이 아벨페라라에 주연
이 윌리엄데포에 내용이 파졸리니의 죽기전 마지막 하루. 이걸 놓칠수는 없었죠. 그런데 뭐 특별한건 없었고 심심한 영화였네요. 아 그냥 그 양반이 저렇게 죽었구나 싶었네요. 물론 아벨페라라 특유의 먼가
스멀스멀한 특유의 어둠의 기운은 여전했지만요...
츠카모토 신야의 노비. 유일한 gv가 있는 영화였네요. 2차대전 필리핀에서 거지꼴로 살아남은 일본병사가 생고생과 생지옥을 경험한다는 시놉만 보고 구미가 확 당긴영화. 굉장히 강렬했습니다. 전쟁영화
라기보다는 그냥 극한 상황의 인간이 어떻게 짐승이 되가는지 보여주는 지옥도에 가깝습니다. 근데 워낙 촬영도 그렇고 거의 다큐적인 느낌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정말 쌨어요. 중반부에 일본군들이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르는 기관총 세례에 갈려나가는 장면이 있는데 기관총에 사람 갈리는거야 많이 봤지만 라일구 이후에 가장 강력하고 섬뜩한 학살장면이었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저보다 한참 어려보이는
20대초반정도 되보이는 남자관객이 고어씬에서 계속 눈을 가리고 ㄷㄷ 하는게 인상적이었네요... (머스마가 이런거또 모뽀면 우째 큰일을할라꼬? ㅋㅋㅋㅋㅋ ) gv를 하는데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서 아니
그래도 철남의 츠카모토신야면 빅네임 아니야? 뭐지 이 분위기는? 하고 약간 당황했는데 질문자들이 하나같이 질문보다는 츠카모토신야에 대한 애절한 팬심고백을 장황하게 수놓는 상황이 연속으로 발생
츠카모토신야 입찢어지고 ㅋㅋ. 암튼 이 양반은 직접적으로 현재 일본의 분위기에 한방 놓고 싶어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네요. 많은 관객이 봤으면 좋겠다고.
마지막은 미이케 다케시의 식녀 쿠이메. 뭔가 제 리스트를 보고나니 부산에 온건지 그냥 부천에 있던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저는 또 이런 영화를 골랐네요. 하지만 굿 초이스. 요쓰야괴담을 연극과
현실을 오가며 그렸다는데 진짜 환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전혀 몰랐는데 일본 전통 연극무대가 정말 그런식으로 이루어진다면 정말 한번 꼭 보고싶네요. 영화속의 무대가 너무 아름다워서 정줄놓은게
한두번이 아님...... 영화 자체야 별 다를거 없는 일본식 호러인데 그걸 보여주는 방식이 독특했고 (주인공이 연극배우들이고 영화의 전개가 대부분 영화속 연극의 연습장면과 현실을 오가며 보여주는데
인물들의 상황이 점점 연극속의 내용과 일치되는 뭐 그런 이야기) 아름다웠네요. 근데 쿠이메가 캐릭터 이름 인줄 알았는데 쿠이메란 캐릭은 없네요? 제가 일어를 몰라서.....
아무튼 올해는 전반적으로 영화들의 적중율도 높아서 아주 좋았네요. 다만 gv나 오픈토크를 거의 못봐서 배우구경 못한건 좀 아쉽
<위플래쉬>와 <도쿄 트라이브> 기억해 둘게요. ^^
즐거운 영화제 참가네요 영화제 짬밥이 없으니 가지지가 않네요 시작이 반인데.
위플래쉬는 저도 주변에서 하도 좋다고 난리라 대통령 팔아치우고 야외상영 예매했어요. 노비는 전 사실 별로였는데 심지어 영화제 초행인 썸남이랑 봐서(보려고 본 게 아니라 황급히 약속을 잡다보니 그냥 끼워맞춘거) GV 안보고 나왔습니다. 파솔리니랑 제툴리우도 겹치고(근데 둘다 딴 거 볼 걸) 글쓴님 저랑 영화 고르는 취향이 비슷하신 것 같아요.
저는 내년을 기약할거예요. 내년엔 꼭 개막식 참여하려구요. ㅠ
위플래쉬 후기가 흥미진진해서 꼭 보고싶네요. 메모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