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결정

 

군대를 가기위해 휴학을 하고 남는 시간에 기사2급 자격증이나 따자 싶어서 도서관을 다녔습니다.

걸어서 30분 거리였고, 자전거로는 10분정도 걸렸을거에요.

그런데 언덕이 많아서 자전거 타고 다니니기 힘든겁니다.. orz..

 

그.래.서. 150만원을 주고 스쿠터를 샀어요.

......

이거 좋잖아!

차막혀도 사이사이로 다닐 수 있고, 연비도 20km/L 는 나와서 5000원정도만 넣으면 일주일 내내 탔어요.  (IMF 전이라 기름값이 지금의 절반도 안되던 시절)

주차걱정도 없다 보니.. 한달 버스비+지하철비면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당시 여친네 동네가 버스+지하철로 3~40분 거리였는데, 스쿠터로 가면 15분도 안걸렸으니까요.

 

그러다가 당시 PC 통신 하이텔의 '바쿠둘' 이라는 오토바이&자전거 동호회에 가입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륜차와 4륜차는 운전기술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자동차 면허에 원동기 면허를 포함시킨 것은 잘못된 것이다.' 라는 이야기가 대세였습니다.

아 그렇구나.. 하고서는 저는 스쿠터 입문 3개월만에 2종 소형에 응시합니다.

 

그리고 한.번.에. 합격하였습니다.

 

그땐 하루에 30명정도 시험을 봤는데, 시험용 바이크는 1대라서 줄서서 차례차례로 시험을 봤습니다.

제가 3번째였는데 앞에 2명 다 떨어지고 제가 그날의 첫 합격자였습니다.

무감점으로 시험을 마치니 줄서있던 아저씨가 '학생, 오토바이 얼마나 탔어?' 라고 물으시더군요.

'3개월요..'

'아 씨.. 난 9년됐는데 7번째야..' .... 응?

그날의 합격자는 30여명중 4명이었습니다.

(2005년경부터 학원에서 2종소형 면허를 딸 수 있게 되었는데, 초기에는 '학원면허'라고 해서 슬쩍 깔보는 분위기도 있었죠.. ㅎㅎㅎ  그만큼 어려웠습니다. )

 

 

멋모르고 자전거 대용으로 스쿠터를 사고, 2종소형 면허를 딴게 제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던것 같아요.

그전에는 저는 전형적인 인도어 형이었거든요.

방학때 며칠씩 집밖으로 안나가본적도 있고, 취미는 독서나 영화/비디오 보기. '

겨울엔 추워서 안나가고, 여름엔 더워서 안나가고, 비오면 젖는다고 안나가고..

 

취직을 하고나서 돈을 벌게 되고, 250cc -> 400cc->650cc 스쿠터를 거쳐서 드디어 1450cc 할리로 스쿠터를 졸업하고, 지금은 1200cc 급 엔듀로를 탑니다만..

아마 제 인생에 바이크 타기 전 20여년간 돌아다닌 거리와 장소보다 취직후 대배기량 바이크에 입문하고나서부터 돌아다닌 거리가 두배는 될듯 합니다.

 

성격도 바뀌어서, 지금은 나가지 않으면 답답해요. 꼭 바이크를 타지 않더라도요.

약속이 없으면 만들고, 안만들어지면 혼자라도 나갑니다.

 

만나는 사람들도 다양해졌지요. 기존에는 만나봐야 저랑 비슷한 취미의 동호회 사람들. 같은 학교/동네 친구들이었는데

바이크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보고 있습니다. 세상 보는 시야도 좀 달라지더군요.

(제 주변에 바이크 타는 사람은 저 밖에 없습니다. 뭐 '내가 아는 사람이 (또는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오토바이 타다 죽었다 or 불구가 되었다' 라는 사람들은 간혹 있지만요.)

 

 

살아오면서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제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전환점은 역시 입대전에 스쿠터를 산것 이었던것 같습니다.

 

부모님은 가끔 그러십니다. '그때 스쿠터 산다고 할때 말렸어야 하는건데..'

 

 

다들 인생이 큰 영향을 준 취미라던가 사건이라던가 작품이라던가 그런게 있겠지요?

    • 저 지금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딱 글쓰신 분 만큼의 거리인데요...
      스쿠터 살까요? (뽀잉뽀잉)
    • 주위에 죽은 사람은 모르겠고
      친한 친구 하나가 입대 석달전 오토바이 타다 넘어져서 무릎을 다쳐서는 군 면제!
      그러고 나서 치료 받다가 몇 달 뒤 완치 판정!
      체격은 해병대급인데.

      오오, 승리의 오토바이!!
    • 어제 과 1학년 후배가 오토바이 타다가 사망했습니다.
      갓 20살 넘은 아이인데 너무 안타까워요.
    • 저도 스쿠터 탔다가 죽을 뻔한 이후로 다시는 안타요 ㅠㅠ 자동차는 멀쩡하게 달리는 길이었는데 쭉 미끄러졌어요.
      조심하세요..
    • One in a million / 어떤 상황에서도 헬멧과 보호대를 하고 다니실수 있다면 추천. 머리 망가진다고 헬멧 안쓰고 귀찮다고 보호대 안하다가 사고나면... (먼산..)
      닥터슬럼프 / 저는 바이크 사고로는 안다쳤는데 정작 등산갔다가 무릎을 다쳤...
      레디즈 / 안타깝네요.. 저도 동호회 지인중에 사고로 돌아가신 분도 있고 6개월째 누워계신분도 계신데.. 방어운전은 필수인것 같아요.
      블루베리 / 100km 에서 코란도가 깜빡이 안켜고 끼어들어서 충돌.. 30m 쯤 날라간적이 있습니다...orz.. 저는 멀쩡했는데 바이크는 는 작살.. 하지만, 바이크 안타더라도 뭔가 활동적인 취미로 옮겨탈것 같아요.
    • 늘 안전운전을 기원합니다.

      저는 뭐. 뮤지컬이네요. 한국 뮤지컬대상시상식에서 조승우가 부른 '지금 이순간'을 본 순간 넋이 나가버리고, 지킬 앤 하이드를 시작으로 넷상에서 수집가능한 모든 뮤지컬 자료를 모으고, 그러다가 무대위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동호회 가입하고, 어영부영 다른 사람들 공연하는거 도와주고, 어영부영 술자리 참석하고 이러다가, 2008년부터 어영부영 한해에 한편씩 하고 있어요.

      확실히 그전과는 성격이 많이 바뀌었죠. 만성적인 자신감 부족이 있었는데, 클럽활동이랑 운동을 통해서 근거없는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또 뭐든 혼자하는걸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같이 하는게 더 재미있어지기도 했구요. 예전에는 집에서 나오기 싫었는데 요즘은 주말에 맨날 나간다고, 좀 쉬라고 부모님이 질타하십니다.
    • 저는 친구가 오토바이 타다 눈 앞에서 사고를 당했었어요. 중상이긴 했지만 다행히도 후유증 남는 부상은 아니었죠. 그래도 제게 그 사고가 끔찍한 건 현장에 있었던 덕에 응급실까지 따라갔다가 아스팔트에 갈린 팔뚝을 칫솔(진짜!)로 긁어내야 하니 친구분들이 좀 붙잡고 계세요, 해서 발버둥치는 친구를 붙잡고 있어야 했던 기억이네요.

      그나저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취미라면, 2002년 월드컵 이후 호기심에 K리그를 보러 갔던 거였죠. 딱히 좋아서도 아니고 CU@K리그에 찔려서 한 번 갔던 건데 직관의 재미에 풍덩.. 그 이후로 몇 년 간의 인간관계, 그리고 첫 직장선택과 그곳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180도 바뀐 인생관 및 성격 등.. 정말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아마 그때 축구를 보러 다니기 시작하지 않았으면 제 인생은 지금 엄청나게 다른 모습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 쵱휴여 / 저도 부모님이 집에서 좀 쉬라고.. 그래도 뮤지컬은 재능이 있어야 할 수 있는건데.. 부럽습니다.
      fysas / 헉.. 자켓과 보호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데.. 가끔 여름에 시내에 가면 하늘하늘한 아가씨들이 나시에 반바지 입고 스쿠터 타고 돌아다니는거 보면 걱정되더군요. 슬쩍 넘어지기만 해도 아스팔트에 갈릴테고 그럼 흉터날텐데.. 하고요.

      재작년에 야구 직관갔다가 직관의 재미를 느꼈는데, 워낙 야구팬이 많아서 주말에 표구하기가 어렵다보니 가기 어렵더라구요..

      그러고 보면 지인들이 제가 바이크를 탄다고 하면 다들 깜짝 놀랄 정도로 그런 성격/이미지가 아니었는데 뭐에 씌여서 이렇게 되었는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안전주의자인 제가... (먼산..)
    • 가라 / 일단 아마추어 뮤지컬은 재능이 문제가 아니에요. 돈과 시간과 근성만 있으면 할 수 있음. 반대로 저는 타고난 속도포비아에 면허도 없어요. 심지어 자전거도 서툼. 운전쪽 재능으론 하위 10퍼센트가 아닐까 싶어요.

      근데... 30미터를 날라가셨는데 멀쩡? 혹시 금강불괴?
    • 제주도에서 큰 바이크 탄 40대? 세 명이 그 뭐라 그러죠? 타이어 문대서 땅에 동그라미 그리는 거, 그거 하고 막 좋아하는데 신나게 사는구나 싶어 부럽더라고요. 통일되고 길 나면 그런 바이커들 신세계 열리겠어요.
    • 쵱휴여 / 헬멧에 장갑, (등보호대와 팔꿈치, 어깨 보호대가 들어간)라이딩 자켓, (무릎과 골반보호대가 들어간) 라이딩 팬츠로 무장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사실 중간에 충돌할만한 구조물(전봇대라던가 벤치나 화단 같은것들)이 있었으면 다쳤을 겁니다.

      호레이쇼 / 정식명칭은 번아웃인데 휠스핀이라고도 하더군요. 한짝에 20만원 가까이 하는 바이크용 타이어로 번아웃은.. 아까와서 못해요. orz.. 재작년인가 HOG(공식 할리 동호회)에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거쳐서 독일까지 한달반정도 거쳐서 가는 투어가 있긴 했죠.. 완전 캐고생이었다고 들었습니다.
    • 허어~댓글이 정말...태그대로 진행되네요.
      저도 할 말이 있지만 그냥 갈래요.
    • 라면포파/그러게요 ㅎㅎ 사실 바이크 처음 타는 사람이 하는 문의글도 아니고 누가 오토바이 타다 죽었더라 이런 이야기는 충분히 들으셨을 텐데, 또 안 타는 사람들은 주변의 교통사고가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도 어쩔 수 없나봐요.
    • 소싯적 바이크 타다가 다리부터 발까지 온갖 상처를 남겨놓고 '나 다시 바이크~바이크~'
      노래부르는 남편은 오늘도 게임으로 라이딩을 대신합니다.
      전 심장 떨려서 내 남편 바이크 태워서 못 내보낼 것 같아요 ^^;;

      전 살 빼고 나서 인생이 바뀌었어요. 중학교 때까지 비만에 육박했는데, 고등학교 때 살 빼면서 행복한 고3을 보낸 희귀종이 되었지요.
      기저에 깔린 소극적인 성격은 못 바꿨지만,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면이 많아져서 살뺀 후에는 우울한 감정 따위 없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백화점 데려가서 패션쇼놀이 시키던 엄마 덕에 살맛 났다는... Hoot.
    • 작고 귀여운 스쿠터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끔 들긴 해요. 하지만 저는 겁이 많을 뿐이고...
      저도 관련해서 뭔가 말하려다가 맙니다; 안전운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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