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 시티 속편을 봤습니다(전편과 속편의 스포가 있습니다)

일단 국내 번역 제목은 어휴.... '다크 히어로의 부활'이라니 이게 무슨 배트맨도 아니고... 엄연히 '목숨을 걸 만한 여자'라는 부제가 있는 마당에 참 한심합니다.


2005년에 개봉한 전작은 예고편이 뜰때부터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속의 영상미가 참으로 멋졌고 (2005년 당시에는) 신선하기까지 했습니다. 마브의 에피소드, 하티건의 에피소드, 드와이트의 에피소드는 각기 다른 이야기지만 공통적으로 통하는 것도 있었고요.(원작부터가 그렇긴 하지만 마초 냄새가 물씬 풍기긴 합니다.) 영화의 머리와 꼬리를 장식하는 고객은 언제나 옳다 에피소드는 짧지만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주요 인물들은 다들 기본 이상의 존재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작을 워낙 맘에 들어했던 터라 후속작이 나오기까지 9년이나 기다렸고 개봉 전에 전작도 다시 봤습니다. 오프닝(고객은 언제나 옳다)의 영상은 다시 봐도 소름끼치고 아름답습니다. 베키의 푸른 눈(역할을 맡은 알렉시스 블레델이 원래 푸른 눈인데다가 영화에서는 블레델의 다른 부분이 다 흑백일때 눈만 푸른 색으로 묘사되었습니다.)은 처음 봤을때도 그랬고 지금도 씬 시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입니다.


대사 중에서는 "늙은이는 죽고 소녀는 산다"가 가장 떠오르네요. 현실이 시궁창이니까 저런 대사가 인상깊게 느껴질것 같기도 합니다. 마지막의 세일즈맨(조시 하트넷)과 베키(알렉시스 블레델)의 대화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베키가 "I love you too, mom."하는 부분이요.


그리고 속편을 봤는데 미국에서 왜 제대로 망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안그래도 마모씨의 손길이 느껴지는 닌자 꼬부기, 어떻게 미국에서 1억을 넘었는지 도통 의문인(그것도 R등급인데) 루시, 토네이도만 볼만한 모 재난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실망스러웠는데 씬 시티의 속편 역시 실망할 만 합니다.


일단 이번 후속편의 에피소드가 전편의 설정과 충돌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작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인 Just another Saturday night(오프닝)과 드와이트&에이바 에피소드(영화의 부제인 A dame to kill for)는 별 무리가 없습니다. 후자는 확실히 전편보다 과거 시점이죠. 조니 에피소드와 낸시 에피소드는 영화 오리지널입니다. 조니는 애초에 캐릭터 자체도 영화 오리지날 캐릭터니까 그렇다 치고... 낸시 에피소드가 꽤나 걸립니다.(전작의 마브 에피소드보다 이전 시점인지 이후 시점인지 확신이 들지 않는군요.)


사실 각 에피소드 자체도 전편보다 재미가 떨어집니다. 마브가 풋내기 양아치들을 응징하는 Just another Saturday night은 전편에서 마브의 실력을 본지라 그냥 식상합니다. 그나마 가장 나았던 A dame to kill for 역시 에바 그린 덕분에 그 정도 한겁니다. 조니 에피소드는 조니의 손가락이 분질러지고 다리에 총 맞을때 까지만 좋았습니다. 낸시 에피소드는 안 그래도 가장 지루한데다 마지막에 나왔으니....


여러 배우들이 나오지만 그리 만족스럽진 않았습니다.

미키 루크(마브): 전작에서는 절박함이 느껴졌지만, 비중이 훨씬 늘어난 후속작에서는 드와이트와 낸시한테 재능기부나 하고 있습니다.

제시카 알바(낸시): 지켜줘야 할 대상이었던 전작보다 비중 자체는 높아졌지만 존재감은 전작보다 더 희미해졌습니다. 제시카 알바의 연기는 그냥 그렇습니다. 비슷한 나이대의 조핸슨이나 나이틀리보다 확실히 떨어집니다.

조시 브롤린(드와이트): 조시 브롤린의 드와이트는 성형 전, 클라이브 오웬의 드와이트는 성형 후라는 설정인데, 어쨌거나 결국은 클라이브 오웬이 그리웠습니다.(절대 외모지상주의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_-;;)

조셉 고든 레빗(조니): 속편에서 새로 등장한 캐릭터 중에서는 나쁘지 않았는데 허무하게 비명횡사한게 안습입니다.

로자리오 도슨(게일): 제시카 알바는 나이가 든게 느껴진데 비해 로자리오 도슨은 상대적으로 덜 느껴지더군요.

브루스 윌리스(하티건): 식스 센스가 떠오른다면 그건 착각입니다(?)

에바 그린(에이바): 에바 그린의 하드캐리 덕분에 한 에피소드는 혜택을 받았습니다.(300 후속편은 영화 전체가 혜택을 받았다는게 함정) 물론 300의 후속편이 그랬듯이 씬 시티의 후속편도 에바 그린의 섹슈얼한 이미지만 노골적으로 써먹은건 조금 많이 그렇더군요. 데뷔작 몽상가들에서 인상적으로 봤던게 10년 전인데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이후에 출연한 상당수의 작품들은 그다지 좋은 평은 못들은 것 같습니다.


전작에서 미호 역할을 맡았던 데본 아오키 대신 제이미 정이 후속작에서 역할을 맡았는데, 전작의 기괴한 아우라는 사라지고 그냥 평범한 동양계 여전사가 되었습니다. (영화 자체는 영 아니었지만) 써커 펀치에서는 그래도 괜찮았건만...


고인이 된 브리태니 머피(샐리), 마이클 클락 던컨(마누트)는 후속작에서 주노 템플과 데니스 헤이스버트로 바뀌었습니다. 레이디 가가도 카메오 출연했는데 공연때 입던 기괴한 복장이 아니라서 못 알아볼 뻔 했습니다.


에이바를 제외하면 전작의 옐로우 바스터드, 케빈, 재키 보이와 같은 강렬한 악당은 없습니다. 후속작의 로어크 상원의원(전작에도 나오긴 했지만)의 존재감은 전작의 로어크 추기경(룻거 하우어)만도 못합니다.


결국 흥행이나 비평이나 결과적으로 전작의 영광을 걷어 차버린 속편이 되고 말았네요.


그래도 루시보다는 낫게 봤습니다.(루시의 경우는 영화 자체가 호불호가 극명한 것 같긴 하지만요) 내셔널 지오그래픽스러운 자연 영상은 아름다웠을지 몰라도 네오처럼 되어버린 주인공, 보통 악당, 보통 박사는 그냥 별로였습니다.


    • 국내 제목 정말 헛웃음만 나옵니다. "A Dame to Kill for? 저게 뭔 소리야. 눈에 확 들어오는 쌈박한 걸로 하나 넣어봐!" 뭐 이런 지시라도 받은듯?




      에바 그린은 재밌게도 올해 두 개의 프랭크 밀러 원작 영화의 속편에 출연했네요. 둘 다 전작은 파격적인 스타일로 열광적인 반응을 얻으며 대성공을 거뒀지만 속편은 흥행, 비평 모두 전작에 못미치는 것도 같고 에바 그린 본인의 연기만큼은 작품 전체를 하드캐리했다는 평을 듣는 것도 같고 노출, 섹스신이 나오는 것까지.. 


      너무 벗는 영화만 나온다고 말이 많지만 본인은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고 정말 목숨을 바칠 수 있을 것 같은 너무도 치명적인 아름다움과 존재감을 보여준 이 작품에서 아바 연기는 인정해줄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단순히 노출 때문이 아니라 배우 본인의 이미지, 매너리즘과 캐릭터가 완벽하게 혼연일체. 너무 황홀했습니다. 




      조셉 고든 레빗이 연기한 조니 캐릭터도 멋지긴 했지만 에피소드 자체가 곁다리 같은 느낌이라 밍숭맹숭하고 마브 캐릭터는 마브으리가 됐네요. 너무 소모된 것 같아요. 마지막 낸시 에피소드는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제시카 알바는 어쩜 그렇게 연기가 안느는지... 거울 보고 술마시면서 '나 화났어. 나 화났다고!' 하는 식으로 억지로 관객들에게 감정을 호소하는 느낌이랄까... 덕분에 괜히 끼어서 같이 나온 브루스 윌리스의 연기도 구려보이는 효과가...

    • 신씨티 처음 봤을땐 정말 신선했어요.이후로 비슷한 색채의 영화들을 보다보니 스타일만으로는 만족하기 어려워졌죠.전 보고 싶지도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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