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2 나쁘지 않네요.



전체적인 인상은 영화 좋아하는 부잣집 사춘기 소년이 자신이 감명 깊게 본 타짜를 나름 재구성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이거슨 마치 '신의 선물'을 봤을 때의 그 오글거림이었습니다.

 

고선생 나오기 전까지는 진짜 재미없었는데 인물관계가 정리된 다음부터는 나름 볼만하더군요.

다 보고 나니까 탑이랑 신세경은 나름 영화에 어울리는 캐스팅이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전작에서 인물을 따오는 오프닝 장면은 이 영화에 대한 그릇된 기대를 하게 만드는 큰 원흉입니다.

 

타짜2는 타짜랑은 성격이 다른 영화에요.

전작이나 원작에 대한 강박만 없었어도 훨씬 재밌는 영화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작은 무협지 플롯에 전문직의 디테일을 얹어서 새롭고도 그럴싸한 느낌을 자아냈다면

타짜2는 원작이 만든 세계를 재료로 영화 오덕의 꿈을 이룬 영화에요.

이 오덕이 너무 원작을 사랑한 나머지 원작에서 배운 느낌들을 이곳저곳에 끼워 넣지만

사실 이 소년은 감수성 충만하고 세련된 간지를 사랑하는 그런 소년이에요.

그래서 조승우와 김혜수보다는 탑과 신세경이 자기가 원하는 화면에 훨씬 잘어울리고

인물의 표현보다는 자기가 원하는 간지가 더 중요하고요.

그래서 그런가 탑이랑 신세경은 도박장면보다는 데이트 장면에서 훨씬 자연스럽더라고요.

연애장면을 빼면, 특히 도박장면은 마치 바바리 코트를 입고 이쑤시개를 입에 문 내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스스로에게 빠져들고만 있는 고삐리를 보는 것 같았어요. 

탑의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연기를 잘한다기보다는 연기하는 흉내를 잘 내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처음 양복을 입고 나타나는 장면에서는 당장이라도 랩 실력을 뽐낼까 싶어 조마조마하더라고요.

캐릭터로 제일 괜찮았던 건 우사장이네요.

이하늬가 이런 역을 이렇게 그럴싸하게 소화할 줄 몰랐어요.

그리고 벗고 치는 대목에서 가짜로 벗어서 대실망했는데

의외의 엉덩이 노출 감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관계에 따른 이야기는 그럭저럭 넘어가는 편이었고

원작에서 만든 설정들을 가지고 노는 감독의 스타일은 나쁘지 않았어요.

원작을 덜 의식했으면 더 괜찮은 영화가 되었을 거에요.

특히 영화의 완결성을 심하게 훼손하는 오프닝은 마이너스 십점 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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