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투 더 스톰
연휴 직전, 일도 손에 안 잡히지만 일찍 퇴근하기엔 뭔가 뒤꼭지가 잡아다니는 사무실 사람들이 점심먹고 간단하게 땡땡이 치자고 작당모의하여 보고 들어왔습니다. 영등포CGV 4DX관에서 봤는데 재밌었습니다. 전 4DX극장이 처음이라서 더 재밌었어요. 신기하더라고요. 영화시간 맞추느라 점심을 좀 허겁지겁 먹어서 나중에는 멀미도 좀 나더군요. 영화 자체는 그럭저럭, 눈요깃거리도 있고 큰 화면으로 볼만한 영화다 싶은데, 개인적 경험이 겹쳐지니 재미와는 또 다르게 힘든 지점이 있더군요.
스포일러 있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미국 중부지방 작은 마을에 지금껏 없었던 토네이도가 발생합니다. 그 중부지방 작은마을 고등학교 교감샘한테는 아들이 둘 있는데, 이런 영화가 그렇듯이 아들들과 교감샘 사이는 별로입니다. 어머니는 일찍 죽었죠. 그리고 토네이도를 쫓아다니며 다큐를 찍는 피트네 일행이 토네이도를 따라서 이 마을로 옵니다. 이러저러하게 이 두 일행이 만나서 토네이도가 휩쓸고 가는 길에서 살아남거나 죽거나 하는 얘깁니다.
일 때문에 2년 전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휩쓸고 간 전남 지역에 상황파악하러 갔던 경험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그 때 봤던 실제 모습이 겹쳐서 조금 힘들었어요. 태풍이 양계장을 덮쳐서 약병아리 수만 수가 시체로 있는 광경이라든가, 전신주가 무너지는 바람에 전기가 끊겨 자동급식기가 작동을 안 해서 우사의 소가 굶어서 계속 울고 있는 걸 봐야 한다든가, 비닐하우스 수백채가 무너진 거라든가, 수억 원을 투자한 파프리카 농원의 유리온실 유리창이 죄다 깨진 걸 직접 봤으니까요. 제대로 된 집이 아니라 컨테이너로 대충 지은 집이 그냥 날아가서 계곡에 처박혔다든가, 동네 마을회관 지붕이 날아갔다든가 하는 것도 봤죠. 영화보다는 피해규모가 적었지만, 아무래도 스크린이랑 직접 보는 거랑은 좀 달라요. 영화를 나중에 봤지만, 그 장면이 떠올랐으니까 그때도 힘들었는데, 여전히 좀 힘들구나 싶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 교감샘 아들과 그 짝사랑 상대의 폐공장 에피소드가 참 마음 아팠습니다.
교감샘 큰아들인 도니는 짝사랑하는 케이틀린의 인턴십 지원서에 넣을 동영상을 찍으러 함께 폐공장에 갑니다. 그리고 거기서 1차로 습격한 작은 토네이도에 무너져내린 공장의 지하에 갇히죠. 설상가상으로 그 공장의 파이프가 터져 지하로 물이 계속 쏟아져요. 결국은 둘 다 머리만 동동 뜬 상태까지 몰립니다. 그 상태에서 둘은 동영상 메시지를 남깁니다.
네, 세월호의 학생들이 연상됐어요. 그냥 자동이더라고요. 상황은 다르지만, 물이 넘치는 것,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는 것.... 딱 17살 아이들이라는 것까지.
그냥 연휴 전 땡땡이로 선택한 거였는데, 루시와 이 영화 중에서 루시보다는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가 뚜렷하니까 선택했을 뿐인데요.
제가 예민했던 것일수도 있어요. 그런데, 앞으로 이런 장면이 나오면 끊임없이 세월호를 기억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영화의 한 장면일뿐인데, 이게 그냥 영화의 한 장면으로 지나갈 수는 없는 일을 겪은 거구나 싶어서요.
저도 오락영화로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계속해서 머리만 겨우 내놓고 물 속에서 버티는 장면이 나오니 보는 것이 힘들어지더라고요. 게다가 인물들 설정이 고등학생이라 더더욱 ㅠ
동감합니다ㅠ 저도 그 장면 보는데 마음 진정시키기 힘들었답니다. 세월호 학생들이 생각나서 울었다는 분들도 꽤 많더군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