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정말 좋았어요. (스포일러)
이 영화를 일종의 초능력자가 나오는 히어로물로 생각했었는데
전혀 그게 아니었어요.
뤽 베송이 가끔 실수를 저지를 때가 있는데 (레옹이라던가, 택시 1편
이라던가 하는 실수) 이번에도 약간 실수를 저질렀네요.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매우 희망적이며, 감독이 인간에 대해 품는
믿음이나 신뢰가 보이는 영화였습니다. 물론 무자비하게 죽어가는
인간들을 생각하면 그런 마음이 정말 있는거야싶지만 대부분의 살상은
악당들에 의해 저질러 지는 것이고, 루시가 저지르는 살상은 그녀가 이미
인간에서 벗어난 다른 존재가 되었을 때 저지른 것이었으니까요. 그것도
그녀의 숭고한 목표를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처음에 말하는 루시라는 최초의 인간이 끝에 어떻게 마무리 되는지
생각해보면 이 뫼비우스의 띠에 조그마한 찬사가 나옵니다.
이 영화를 보며 지인은 Her을 떠올렸는데, 그 때 인간을 버리고 떠난
그녀가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인간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남긴 여성이 역시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것은 묘한 우연입니다.
배역은 정말 적절합니다. 최민식은 자신의 매력을 한껏 뽐내는데 심지어
레옹의 게리 올드만이 떠오를 정도였어요. 그는 그만큼 괜찮았습니다.
영어 한마디 안해도 외국인도 그의 연기에서 그를 읽어냈으면 좋겠네요.
모건 프리먼은 이런 역으로 특화되었나봐요. 신뢰할 수 있고, 끝까지 책임지며
마무리까지 떠안습니다.
중간중간 의도적으로 흐름과 상관없이 삽입된 장면들이 있는데, 약육강식의
세계라던가, 진화의 역사라던가하는 장면들이 잠깐씩 들어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방해된다고 생각했는데 끝까지 보면 영화와 잘 어울립니다.
뤽 베송은 아직 가끔은 믿을만한 작품을 내놓는군요.
끝으로 인상적인 한국인 배우들이 한국말로 떠드는 것이 재미기도 합니다.
^^ 꽤나 기억에 오래 남을만한 조연이 있습니다. 그를 더 보고 싶군요.
영화를 보고나니 김현승 님의 절대고독이라는 시가 떠올랐어요.
루시,
너는 정말로 외로운 존재가 되었구나.
외로움의 크기를 알 수 없는 그런 존재가 되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