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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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명량]은 어떤 면들에선 만족스럽지만 다른 면들에선 그리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덜 요란한 전반부가 격렬한 후반부를 위한 준비 작업이긴 해도, 영화는 우리가 이순신과 명량 해전에 대해 대충 알고 있는 것들을 복습하는 정도에만 머물러 있고, 최민식과 류승룡과 같은 좋은 배우들이 평범하게 활용되는 것도 아쉽습니다. 후반부의 경우 페이스가 빨라지긴 했지만, 가끔씩 초점을 잃다보니 혼란스럽기도 하고, 어느 극적인 장면은 별로 그럴 듯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입장료를 낭비했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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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어벤저스]나 마블 유니버스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저로부터 상당한 호감을 얻어낸 본 영화는 시작부터 흥이 절로 납니다. 개성 있는 캐릭터들 간의 툭탁거리는 모습들이 자잘한 웃음들을 자아내는 가운데, 크리스 프랫을 비롯한 출연 배우들 간 호흡도 좋고, 1970년대 노래들과 1980년대 스페이스 오페라 스타일 간의 복고적 결합도 많이 즐길 만합니다. 후반부에 가서 별로 인상적이지 않은 악당 캐릭터들 그리고 요즘 들어 진부해져만 가는 대규모 액션 클라이맥스 등으로 인해 활기가 줄어드는 탓에 최근 여느 슈퍼 히어로 영화들처럼 기성품 인상을 완전 탈피하지 못했지만, 다음 편에서 좀 더 전진하길 바라게 되더군요. (***)

[리오 2]
애니메이션 영화 [리오]는 정말 뻔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를 요령 있게 잘 굴려가면서 상당 수준의 재미와 활력을 뽑아냈었습니다. 반면에 전편의 흥행에 힘입어 제작된 [리오 2]는 형편없지 않지만 전편과 비교해도 꽤나 밋밋해 보입니다. 산만한 전개 속에서 이야기는 늘어져만 가니 뻔한 줄거리는 더 뻔해져 보이고, 이젠 애들도 가진 커플이 된 블루와 쥬얼은 그들 이야기에 삽입된 갈등에도 불구하고 전보다 심심한 편이지요. 어쨌든 간에 킬링 타임용으론 무난한 편이니 어린 관객들은 저보다 본 작품을 더 재미있게 보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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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버 데이]
삶이 무척 고단했던 한 불행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막 이혼한 지 얼마 안 된 그녀에겐 살기 좋은 집과 그녀 곁에 항상 있는 아들이 있지만, 매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는 건 여전히 힘든 일이고, 이런 어머니의 모습에 어린 아들은 그저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한 낯선 이방인이 불연히 그녀 일상에 쳐들어와서 그녀는 인질 신세가 되지만, 우락부락한 첫인상에 비해 상당히 순정파이면서도 무엇보다도 끝내주는 요리사이자 사려 깊은 잡역부이기도 한 그 훈남에게 그녀는 스톡홀름 신드롬 저리가라 할 정도로 금세 반하게 되고... 여기까지만 묘사해드려도 손발이 오글오글해지실 분들이 다수 있으실 텐데 제이슨 라이트먼의 범작 [레이버 데이]는 정말 웬만한 니콜라스 스파크스 소설들 수준으로 오글오글하게 평범하고, 덕분에 본 영화는 저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오글오글한 케이트 윈슬렛 출연영화가 되었습니다. (**)
P.S.
원작 소설의 작가 조이스 메이나드가 [투 다이 포]의 원작 소설을 썼다는 게 상상이 잘 안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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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가족]
한 11살 소녀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시작하는 그리스 영화 [은밀한 가족]은 냉정하게 그녀 가족을 지켜보는 동안 서서히 불안과 긴장감을 화면 뒤에 쌓아갑니다. 웬만한 가족이라면 엄청 충격 받았을 이 일에 대해 그녀 조부모나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이상할 정도로 그다지 충격 받지 않는 듯하고,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이 가족의 일상은 가면 갈수록 찜찜하게 보여만 가지요. 나중에 어떤 불편한 사실이 드러나는 후반부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는 본 영화는 미카엘 하네케의 영화들과 비교되기도 했는데, 제 경우에는 폐쇄된 가정 내에서의 억압을 소재로 한 또 다른 불편한 그리스 가족 드라마 영화 [송곳니]가 떠올랐습니다. 그 영화는 블랙 코미디에 가까웠지만, 본 영화는 상대적으로 더 진지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밀고 가고 그 결과 나름대로의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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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트 원티드 맨]
첩보 스릴러 영화 [모스트 원티드 맨]은 여느 존 르 카레 소설 각색물답게 느릿하면서도 복잡하게 전개되는 줄거리 때문에 어느 정도의 집중과 인내가 요구되는 편이고, 그러니 본 작품이 어떤 부류의 영화인지 미리 인지하고 보신 분들은 영화를 더 잘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전작 [아메리칸]에서의 그 건조한 스타일만 봐도 본 영화에 적합한 감독인 안톤 코르빈이 영화 배경인 독일 함부르크 시를 비관적이고 우울한 분위기로 자욱한 회색 첩보 세계로 그리는 가운데, 올해 초에 갑작스럽게 사망한 필립 시모어 호프만과 그를 둘러싼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좋습니다. 호프만 본인의 최고의 연기는 아닐지언정, 우리 곁을 너무 일찍 떠난 한 재능 있는 배우의 마지막 주연 연기로써 기억할만한 가치는 충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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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스 버미어]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들은 상당히 사실적인 스타일 때문에 어떨 때는 유화 풍으로 포토샵 처리한 사진들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화가인 데이비드 호크니와 미술전문가 필립 스테드맨은 베르메르가 광학 기기의 도움을 받아 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을 제기했는데, 이에 호기심을 느낀 미국의 한 부유한 발명가/사업가 팀 제니슨은 그 가능성에 대해 직접 나서서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제니슨의 친구인 펜 질렛과 질렛의 마술 쇼 비즈니스 파트너인 감독 텔러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팀스 버미어]는 제니슨의 이 개인적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세세히 지켜보는데, 제니슨이 꼼꼼하게 신경 써가면서 베르메르의 그림을 재현하기 위한 환경을 준비하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그림 그리는 도중 예상외의 발견을 하기도 하는 본 작업 부분도 마찬가지로 흥미진진합니다. 끝에 가서도 베르메르가 정말 광학기기를 사용하였는지의 여부는 여전히 가설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제니슨의 프로젝트는 시도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실험이었고 본 다큐멘터리는 그 점을 잘 전달했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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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
동명의 국내 연극을 원작으로 한 [해무]의 배경은 IMF 직후인 1998년입니다. 경제적 사정이 안 좋다보니 어선 전진호의 강선장은 조선족 밀항을 돕는 일을 맡기로 하는데, 영화의 전반부와 중반부는 강선장이 그런 선택을 하게 된 상황 그리고 조선족들이 배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묘사해 가면서 긴장과 불안감을 차츰씩 쌓아갑니다. 어느 정도 예상된 암담한 상황이 터진 후에 따라오는 절정과 결말이 상대적으로 그리 효과적이지 못한 게 아쉽지만, 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나무랄 데 없는 분위기 조성 등의 장점들이 결점들을 상쇄하는 편입니다. 전반적으로 볼 때 [해적]과 [명량]에 가려지기엔 좀 아까운 영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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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
[원스]의 감독 존 카니의 신작 [비긴 어게인]은 전작처럼 익숙한 음악 영화 줄거리를 따라갑니다. 한 때는 잘 나갔지만 지금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음반 제작자 댄은 어느 날 밤 우연히 그레타의 공연을 보게 되는데, 그녀로부터 숨겨진 가능성을 본 그는 곧바로 그녀에게 접근하고, 그리하여 그들은 그녀의 홍보 음반 제작에 나서게 되지요. 이 정도만 얘기해도 참 뻔하게 보이겠지만, 영화는 이들의 이야기를 느긋하게 굴려가면서 여러 좋은 음악 장면들을 선사하고 키라 나이틀리와 마크 러팔로 간의 과시 없는 연기 호흡은 상투적인 순간들을 생각보다 좋게 보이게 만듭니다. 주연 배우들만 봐도 [원스]에 비하면 본 영화는 당연히 더 매끈한 기성품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비교적 덜 기억에 남지만, 편한 휴식을 원하신다면 이 영화를 기꺼이 추천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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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인 더 문라이트]
우디 앨런의 가장 컴컴한 작품들 중 하나로 기억될 [블루 재스민]에 이어 나온 [매직 인 더 문라이트]는 앨런의 차가운 수작 [매치 포인트] 바로 다음에 나온 [스쿠프]처럼 정말 가볍기 그지없는 코미디입니다. 1920년대 런던에서 중국인 마술사 공연으로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중인 스탠리 크로포드의 부업은 동시대 유명 마술사 후디니처럼 가짜 영매들을 적발하는 것인데,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호적수를 만나게 됩니다. 프랑스 남부 휴양지에서 한 부자 미국인 가족에게 사기치고 있는 듯한 젊은 영매 소피는 정말 진짜 영매인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그녀가 보여주는 능력은 스탠리의 완강한 희의론적 믿음마저도 흔들리게 하거든요. 후반부에 가서부터 설익은 인상이 들기 시작하지만, 프랑스 남부 여름날의 밝은 분위기 속에서 영화는 여전히 유쾌하고 발랄하게 다가오고, 주연 배우들인 엠마 스톤과 콜린 퍼스는 자신들 캐릭터들을 갖고 어느 정도 쏠쏠하게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수작은 아니어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인상을 남기는 소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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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노멀 하트]
미국 게이 커뮤니티 일원들이 전보다 더 많은 자유(그리고 재미)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던 1981년, 게이 환자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한 정체불명의 질환에 관한 뉴욕 타임즈 기사가 이들의 앞날에 어둠을 드리웁니다. 나중에 AIDS로 명명될 이 질환이 그들 사이에서 계속 퍼져만 가니, 작가 주인공 네드 윅스와 그의 친구들은 이에 대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함께 뭉치지만, AIDS으로 인해 더 심해진 성소수자들에 대한 편견뿐만 무관심한 미국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인해 그들은 더욱 더 좌절과 분노에 빠집니다. 그런가하면 운동가로써 너무 과하게 나서곤 하는 윅스는 그의 동료들과 번번이 갈등을 일으키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그들 주변 사람들은 하나씩 하나씩 AIDS에 스러져가지요. 래리 크레이머의 1985년 동명 연극을 원작으로 한 HBO TV 영화 [더 노멀 하트]는 그 당시 상황에 대한 열정적 항의였던 원작 연극을 갖고 멜로드라마적인 순간들에 거리낌 없이 돌진하는데, 이는 당연히 출연 배우들에게 에미상 표 연기 할 기회들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무대가 되고, 그들의 좋은 연기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절실함을 따라가는 동안 영화는 그 암담한 시절 속에서 노력했고 좌절했고 가슴아파했던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아마 내일 에미상을 받을 마크 러팔로가 영화 중심을 단단히 잡는 가운데, 그를 둘러싼 테일러 키취, 짐 파슨스, 알프레드 몰리나, 조 만텔로, 줄리아 로버츠 등의 조연 배우들도 각자만의 에미상 표 장면들에서 빛을 발하는데, 특히 윅스의 연인을 맡은 맷 보머는 에미상은 이미 찍어둔 것이나 다름없는 절절한 조연 연기를 선사합니다. (***1/2)
P.S.
1. 자신의 일부 장면들을 위해 18kg 체중 감량을 하기도 한 맷 보머는 [매직 마이크]에서 같이 일했던 매튜 매커너헤이로부터 체중 감량 관련 조언을 받았다고 하더군요(이유는 다들 아시지요?).
2. HBO 18금 영화답게 신체 노출이 꽤 많습니다.
호프만의 유작을 봐야겠군요.
아래 세영화 땡깁니다.
저는 <팀스 버미어>가 가장 궁금하네요. <더 노멀 하트>는 TV 영화인 것 같아 기대감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별점이 세 개 반이니) 한 번 찾아서 볼게요. ^^
TV 영화 맞습니다.
작년 국내 개봉한 [쇼를 사랑한 남자]에서 보다시피 요즘 TV 영화들은 연기나 기술적인 면에서나 웬만한 극장용 영화들 못지 않게 질이 좋아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