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he wire를 보는데 봤던 최고의 미드 중 하나네요.


  HBO 드라마들을 좋아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미국드라마가 몇몇 개가 있어요. Dr.House, Sex and the City, Rome, 그리고 Band of brothers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하우스 빼고는 죄다 HBO 드라마들입니다. 이중 Rome은 어렸을 때 봤던 건데 정말 최고였어요. 이것 때문에 로마 역사서를 뒤지면서 술라 시대부터 아우구스투스 시대까지를 중점적으로 보기도 하고, 아우구스투스 전기를 사서 보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안 봐요. 왜냐하면 너무 자극적인 요소가 많고 허구가 많이 섞여서 다시 볼 가치를 못 느끼거든요. 네, 드라마인데 허구가 섞이면 어떠냐, 라고 하실 텐데, 물론 제가 그걸 부정하는 건 아니고요. 어느 순간부터 국적을 불문하고 드라마들에 너무 과하게 드라마적 요소가 심하면 거부감이 느껴진달까요, 보는 데 재미가 없더라고요. 아예 한국의 소위 막장드라마라는 것들은 정해진 도식처럼 정해져 있어서 볼 수 있다면, 미국드라마는 작품성이라는 말 아래에서 은근 시즌의 부흥을 위해 (이쪽들은 인기가 없으면 아예 드라마 시즌이 더 나올 기회를 잃잖아요) 자극적인 요소들이 첨가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어느 시기부터는 차라리 영화를 보거나, 좋아하는 드라마들만 보고 또 보고 보고 또 보고 하는 트랙을 밟게 되더군요. Rome 같은 경우는 말씀드린 것처럼 자극적인 요소(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잔인한 장면도 많고 근친상간적인 장면들도 나오죠) 때문에 다시 볼 마음은 안 들더라고요. 


  Dr.House 같은 경우는 시즌 1부터 3까지만 반복해서 봅니다. 한창 시즌 5 할 때는 잘 챙겨봤었는데, 시즌 3 이후, 즉 원래 멤버 세 명 아닌 다른 멤버들 들어오면서 살짝씩 드라마에 너무 극적인 요소가 개입되더군요. 커디 원장과의 연애 문제는 괜찮게 생각하긴 했습니다만, 그 두 사람의 관계나 배우 문제들로 연관된 드라마상의 결과(스포일러가 될까봐 이 정도로 씁니다)가 마음에 안 들기도 했고요. 그래도 하우스라는 캐릭터 자체는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 사람이 하는 말들에 대해 공감을 많이 하는 편이라서 특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Everybody lies.


  Sex and the city는 정말 재밌죠. 물론 이거야말로 어떻게 보면 극적인 요소들의 최고봉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공간은 뉴욕이지만, 지나치게 잘 나가는 여자주인공들과 지나치게 개방적이라고 해야 하나, 정말 그런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 세계 사람들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주인공들이 나오니까요. 하지만 그들이 다루는 연애감정만큼은 생생하달까요. 빅과 에이단, 캐리를 둘러싼 내용은 마치 '제 얘기' 같아서 (더 이상의 상상은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ㅎㅎ하지만 모든 연애사에서 있을 수 있는 흔한 일들을 많이 다루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결국 캐리가 빅을 선택했다는 것도 제겐 참 의미심장한 결말이긴 합니다.


  하지만 완성도의 측면에서 저는 Band of Brothers는 정말 최고라고 생각해요. 봐도봐도 재밌는 드라마 중 하나입니다. 주인공들이 하나 같이 매력적이고 동시에 실화라는 점에서 더 마음에 와닿기도 해요. 전쟁 속에서 점점 지쳐가고 삭막해지는 부대원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고, 딱 봐도 힘들어보이는 전쟁장면 촬영을 유기적이고 현실감 있게 찍었다는 점에서도 뛰어난 것 같고요. 언제 한 번 원작을 보고 싶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Band of Brothers를 보면서 상황이 어떤 상황이든 그 구성원들 혹은 그 대장이 누구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라도 윈터스 같은 대장이 대장님이면 너무 든든할 것 같아요.


  그런데, 어찌 되었든 하도 보던 걸 또 보고 하는 경향이 있어서 요즘에 새로운 드라마를 찾는데, 뭔가 극적인 것들이 지겨워졌던 참이었습니다. 믿고 보는 HBO 드라마 중에 The Wire라는 드라마가 있더군요. 아주 사실감 있는 게 장점이고, 소프라노스와 자웅을 겨룬다 하길래 (다만 저는 소프라노스를 굉장히 재미없게 봤습니다. 보다가 말 정도였죠.) 궁금해서 어찌 보게 되었는데, 정말정말 뛰어나더군요. 시즌 2정도만 보았는데, 이렇게 정적인 진행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고, 캐릭터들이 사실적이고 현실세계의 사람들 같으며, 볼티모어라는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범죄현장들을 정말 잘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국어지만 이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의 영어 구사도 정말 남다르게 포착해냈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그 유명한 fuck 욕들로 이루어진 수사장면은 제가 본 모든 영상물들 중에서도 훌륭한 씬 중 하나였습니다. 무겁고, 힘든 현실세계를 사실주의적인 채색으로 포착해낸 느낌이라 잘 보고 있습니다. 옛날 드라마긴 하지만, 강추.

    • 하우스 시즌 4보면서 아 또 똑같은 이야기구나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시즌 파이널 버스사고.

    • 날다람쥐/ 저도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아마 버스사고면 시즌5 같은데... 커디가 하우스 환상 속에서 춤추고 하는 등... 좀 그랬어요 전.


      PhenoDeviant_D / ㅎㅎ 그것도 리얼리즘적인가 봐요? 추천 감사합니다. 

      • 좀 비튼 네오 느와르이자 형사 스릴러에요..22시간 후 수상이 유력한 남자배우의 연기가 오랫동안 기억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라는 정도의 정보만 드리죠..

        • 맙소사. 매튜 매커너히가 주인공이군요. 꼭 봐야겠네요.

    • 오... 반갑습니다. 스트링어벨 완전 간지죠. 나쁜놈
    • 아직 보지 않은 와이어가 남아있다는 것이 부럽습니다. 더 와이어는 제가 본 최고의 미드입니다.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라는 매체이기 때문에 가능한 예술적 성취를 이뤄낸 작품, '드라마'라는 매체를 끌어올린 드라마라고까지 생각합니다. 이야기적으로는 3시즌이 제일 재밌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직 3시즌도 안보셨다니 정말 부럽네요. 저는 시즌2까지만 해도 그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3,4,5시즌 다 보시면 더 좋아하게 되실 겁니다. 사실주의적 채색으로 사회 겹겹의 층위들을 어우러내는 경지가 가히 발자크적입니다.

    • 킹기돌아 / 이 배우가 지금도 여러 군데서(영화나 드라마)에서 아주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죠. 저도 이거 보기 전에 몇몇 군데서 봤었고요. 더 와이어에서 보니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젊을 때인데 엄청 잘 생기고 (수트간지...) 그만큼 비정하게 나와서 참 인상적이기도 해요. 배우가 영국 출신이라는 건 추가적으로 놀라운 사실이기도 했고요. ㅎㅎ(영국드라마에서 주인공으로 나오기도 했고요)




      익명익명 / 아 ㅎㅎㅎ 발자크적이라는 표현 너무 적절해요. 저도 드라마라서 이런 작품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즌들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특히 드라마가.



    • 어 비밀의 청춘님의 나이는 모르지만 Rome이 그렇게 오래된 드라마인가요? 아? 하긴 제가 미드 보기 시작한 것도 십년이 넘었고 저는 롬을 방영 당시 본 게 아니니 그럴 수도 있긴 하지만(찾아보니 방영이 05-07년도!), 그래도 어릴 때 봤던 프렌즈도 아니고 어릴 때 봤던 Rome이라니 좀 어색하긴 하네요. 저도 HBO 드라마를 꽤 좋아하긴 하는데 수사물 취향은 아니라 말씀하신 드라마를 볼 일이 있을지. 그래도 이렇게 여러 분들이 작품의 퀄리티를 극찬하시니 좀 관심이 생깁니다. 

      • ㅎㅎㅎ rome은 저한테 오래된 드라마랍니다.. 제가 한창 미드에 입문할 때 봤던 드라마거든요. ㅎㅎ 그 때 저는 중딩이었고요. the wire는 수사물이긴 한데... 수사물이라고만 말하기는 좀 뭣한...범죄물이라고 해야할까요 ㅎㅎ 모르겠네요. 언젠가 한 번 기회되시면 보시기를.

    • the wire 정말 최고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예요. 정말 최고의 드라마라고 생각하구요. trivia도 흥미로운 게 많아요.
    • The Wire는 정말 혼자 아득히 다른 레벨에서 노는 것 같습니다. 익명익명 님 말씀에 철저히 동의. 저도 올해 처음 봤는데, 내내 '이게 TV 드라마란 말이야?!'와 '그래, 이건 TV 드라마라는 포맷이니까 가능하지!' 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평균적인 TV 드라마의 수준을 한참 뛰어넘는 동시에 TV 드라마라는 형식의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한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그러다가 시즌 사이에 잠시 쉬면서 최근 위명이 쟁쟁했던 True Detective를 봤는데, '이건 그냥 TV 드라마네...')

    • 저도 최고라고 생각하는 드라마입니다. 여러 번 봤고, youtube에서 관련 클립들까지 싹 찾아볼 정도로 좋아했어요(클립에서 본 건데 배우들이 볼티모어 지역 말을 열심히 연습했다고 하더군요). 재미는 물론이고,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드문 작품!

    • 폴리리듬, oldies, dior / 이건 TV 드라마라기보다는 사실 다른 무언가에 가깝죠. 저도 그래서 발자크적이라는 표현에 무지 공감되는 것 같아요. :) 저도 클립들을 다 찾아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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