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 대통령, 판사 등 사회 지도층이며 자본이라는 힘을 거역하지 못하고 돈을 추구하는 자들.
갑판장 - 지도층을 따라 그들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중간자적 인간들이며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함.
섹스에 환장한 두 선원 - 단순한 욕망 충족만 되면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의 하위 계층으로 그 충족을 위해 지도층의 개와 같은 역할을 함. 양심에 거리낌이 없음.
기관장 - 타락한 사회에 그래도 인간적인 따스함과 연민 동정을 갖고 인간다움을 지키고자 하는 소수의 사람들. 따라서 기관실은 따뜻하고 먹을 것도 나눠먹고 그 아비규환의 상태에서도 사랑이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공간임. 하지만 기관장이 죽고 나서 결국 탐욕스런 선장과 선원에게 범해지고 강간을 시도하고 결국 다른 전진호 내 공간과 마찬가지로 인간성을 말살하는 공간으로 변하게 됨. 동식은 결국 기관실의 불을 직접 꺼뜨리고 홍매를 데리고 탈출.
동식 - 마구잡이식 살인이 벌어지는 공간에서 유일하게 사랑의 가치를 실현하는 인물.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닫고 당신은 미쳤다고 외치지만 결국 전진호를 구하지 못하고 홍매와 탈출.
조선족 - 사회의 밑바닥 계층. 어창이라는 배의 제일 밑바닥 공간에 갇혀 있다 죽는다는 상징성을 보면 드러남.
홍매 - 동식과 비슷한 의미. 동식을 깨닫게 하고 탈출 후에도 희망과 변화의 가능성을 이어가는 인물.
해무라는 영화에서 살인의 의미 - 여기서 살인은 단순히 죽인다는 의미를 벗어나 교황이 말한 '경제적 살인'을 의미한다고 보여짐. 대한민국에서 지도층과 그들의 수발들이 돈을 위해 하층민들을 착취하는 것을 영화내내 표현하고 있음. 전진호라는 이름도 상당히 상징적임. 수많은 이름 중에 왜 "전진"? 현재의 대한민국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음. 후반부의 미치는 설정은과도한 오버가 아니라 감독이 현사회를 그렇다고 보는 관점.
마지막 장면 - 결국 전진호에서 탈출하지만, 결국 동식이 머무는 것은 건설현장임. 전진호라는 작은 상징적 공간에서 우리나라 전체사회로 무대가 넓어짐. 결국 감독이 전진호를 통해서 줄곧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전진호 = 대한민국이라는 것. 안타깝게도 배금주의에 반대하고 인간미와 사랑을 실현하고자 하는 동식이라는 긍정적인 캐릭터는 바닥에 머물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 사회의 한계. 하지만 마지막 청양고추라는 말에서 그래도 살아가는 힘은 사람간의 사랑과 연대라는 것을 보여줌..
첨언하자면 해무를 단순히 스릴러 영화로만 보시고 후반부의 전개에 개연성이 떨어짐에 상당한 비난들을 하시더라고요.
사실 이 영화는 스릴러적 요소들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스릴러라기보다는 사회 비판적 메타포들이 무지하게 난무하는 시사적인 영화입니다. 다만 초반의 스릴러적 요소들을 좀더 잘 챙겨가면서 후반부를 연출했더라면 단순한 수작이 아니라 명작이 될수도 있었겠죠.
오늘 아침 이동진 평론가의 평을 보는데도 똑같은 비판을 하더라고요. 좀 안타까웠습니다.
저에게는 지금까지 올해 최고의 한국 영화였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를 보는 듯한, 우리 자신의 양심을 마구 찔러대는 영화였네요..
과연 나는 전진호의 선원 중 어떤 인물로 한국 사회를 살고 있고, 앞으로는 어떤 인물의 노선을 선택할 것인가. 이런 질문을 가슴에 안고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