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을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 있는 것일까, '그래서' 인기있는 것일까.

명량을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있는 것인지 '그래서' 인기있는 것인지 고민했습니다. 본 후 극장 앞 서점에 잠시 들러 베스트셀러가 뭔지 보니 sns 명언집 같은 책이더군요. 도저히 몇 페이지 읽지 못하고 덮었는데, 책 뒤에 실린 독자들 반응을 보니 진심으로 이 글로 위안을 받은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걸 보고 나니 '그래서' 인기있는 쪽이 맞구나 싶더이다. 대중을 독자로 하는 글을 쓰겠다는 맘이 있는 이상 고민 많이 해야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괴벨스적인(?) 고민이어서는 안 될텐데...
확실한 건 명량을 보며 한 방울도 눈물을 흘릴 수 없었는데 무도에서 아이돌들에게 명량해전을 강의하는 노홍철의 오바(아래 링크)를 볼 때에는 나도 모르게 찔끔 울었었습니다. '무엇이 대중적인 것인가'란 참 어려운 문제네요...

 

http://youtu.be/mDKt2mejlfg


p.s. 그나저나 영화보고 난 후 자꾸 이걸 하고 싶어 미치겠네요.  리~~~슌~~쉰!!!!
p.s. 충무공 이야기에서 임금과 조정을 극도로 나쁘게 묘사하는 트렌드는 춘원 이광수가 1931년부터 동아일보에 연재한 소설 이순신의 영향이 크다고들 하지요 춘원은 심지어 조선 백성들조차도 어리석고 겁많은 존재로만 묘사. 이순신만 찌질이 천지에 예외적인 비극적 영웅. 이건 정확히 일본의 시각과 일치.
p.s. 그나저나 이 고대 그리스 비극적인 운명의 영웅 이야기를 이후 400년 동안 가장 뛰어나게 다룬 작품은 바로 본인이 쓴 '난중일기'라고 봐요. 성찰은 있으되 자기연민은 없는 담담한 글쓰기. 아! 공은 글조차 빼어났건만, 이 무능하기 짝이 없는 후대놈들앗!!!!!!!!
 
    • 오, 성찰은 있으되 자기연민은 없는 담담한 글쓰기라니! 난중일기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듭니다. 정작 전 <명량>은 안 봤고요, 앞으로도 볼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주위에서 들려오는 평들이 하나같이 안 좋아서...;;

      참...트위터에서 이런 글을 읽었는데 문득 생각나네요.

      "명량 보는 내내 이 생각밖에 안 들더라. 조선은 있는 명장도 고문하고 내쫓는데, 일본은 해적도 채용해서 장군을 만드는군."
      • 난중일기는 일독을 권합니다. 반드시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글이에요.


        외국인들 시선에는 


        -병졸이 민가의 개를 잡아 먹어 처형했다. 화살을 다섯순 쏘았다. 머리가 아프다


        -병졸이 탈영하여 잡아다 처형했다. 화살을 여섯순 쏘았다. 머리가 아프다


        -병졸이 점호에 늦어 장을 쳤다. 머리가 아프다.


        이런식의 기록만 줄줄이 반복되니 조선군은 일본군보다 이순신이 더 무서웠을거라고 한탄하지만...

    • 노홍철의 그 잠깐 강연은 명작이었어요!영화 보면서 멋진 장면에 압도되고 싶은데 무지 히트하는 영화라 보태기 싫은 마음~입니다
    • 조정과 임금이 무능했던건 사실이지않나요? 그걸 고작 소설로 형성된 트렌드로 볼수있나요? 특히 선조는 군주로서 전란을 감당할 능력이 조금도 없었고, 자기 무능 감추느라 잘 싸운 조선장수들 전공을 깎아내리고 천병;;의 위용을 포장하는데 급급하기도 했으니까요.

      무능하면 유능한 사람이 알아서 하게 가만히 있기나하지 열등감 쩔어서 찌질찌질..-.-

      그저 우리 장군님을 괴롭힌 적! 이런 이유로 욕먹는건 아니죠.
    • 홍철이는 정말!! 마지막을 저렇게 표현해서 사람을 울컥하게 만드는 건 홍철이밖에 없을 겁니다. 오늘 따라 더욱 우울증 같은 것이 홍철이 한테만은 안 왔으면 좋겠어요. 키팅선생님의 유쾌한 영화나 평소 모습을 보다가 그렇게 가시는 것을 보니 더욱더... 




      잘가요 마이 캡틴

      • 아오,로빈 윌리암스...아까워요
    • 기승전홍철. 노홍철 홧팅!



      난중일기 저도 제대로 읽고싶어지네요. 어렸을 때 다이제스트 판으로 본듯...

    • 명량이 평론가들이 9~10점 주는 영화였다면 천만관중은 없었으리라 확신합니다.


      예를 들어 해전의 길이를 확 줄이고 캐릭터와 이야기에 집중해서 


      이순신의 복잡한 심리를 처절하게 묘사하고


      영화를 보면서 이순신에 대해서 재평가하게끔 할 정도의 작품이라면 말이예요


       


      저는 해상전 부분 재밌게 보았습니다.


      컷스로틀 아일랜드나 캐러비안에 나오는 사람이 날라다니는 산만한 해상전투보다 훨씬 좋았어요.


      전투의 진지한 긴장감 같은게 잘 느껴지더군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만드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드러내는 게 좋은 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100% 동감입니다. 평론가들도 높게 평가하고 대중들도 사랑하는 영화는 픽사 전성기 작품들 정도 외에는 희귀할 듯. 이순신의 심리를 처절하게 묘사하고~ 등속은 이미 김훈 선생이 아름답게 완성하셨으니 그걸 그대로 영화화하여 다양성 영화 박스 오피스로 가면 되겠죠. 제가 명량 보며 아쉬운 것은 '처절하게 묘사하고 재평가' 등이 전혀 아니고, 상업영화 블록버스터 3부작 프랜차이즈로서 참 좋은 소재인데, 헐리웃의 깔끔한 공산품처럼 화려한 액션이 포인트이되 양념에 해당하는 약간의 신파, 교묘한 애국심 자극, 다양한 캐릭터 활용 등도 얄미울 만큼 깔끔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거죠. 뭐랄까 예전 마이클 베이가 잘 만들던 시절 같이? 그렇게만 만들면 해외에도 잘 팔아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특히 일본에 유감 많은 중국 및 동남아 시장).  최종병기 활 보면서 감탄했었는데, 참 액션을 멋있고 긴박하게 잘 찍는 감독이죠. 그건 영상예술인 영화에서 상찬받아 마땅할 재능이고요. 이게 중심이 되는 밀리터리 액션 블록버스터로 가는거 탁월한 선택인데(뭐 굳이 충무공의 실존적 고뇌 같은 거 극장에서까지 보지 않아도 충분히 팍팍한 사회니까요), 지루하고 몰입 안되는 해전 시작 전까지의 드라마, 온 국민을 초딩으로 여기고 배려하사 직접 대사로 개입하여 밑줄 쫙 요점정리 해주기(리포터로 출연하신 장군님 자제 이회, 명대사인 '후손 아그들이 이 개고생 알까...', 두려움이 용기로 바뀌어 비로소 수군이 부활함을 안내방송해주시는 노인분의 '구선이 부활했다' 만세 삼창까지) 등등은 설마하니 '그래서' 인기 있는 요소에 포함되는 것은 아닐 거라 믿습니다. 제가 잘못 생각한 건가요... 이런 부분 때문에 감독 의도대로 눈물 흘리며 감동하고 몰입했다는 분들이 많다면 정말 고민이고요. 영화 마지막은 2편 한산을 예고하며 안개 속을 뚫고 나오는 슈퍼히어로 거북선 클로즈업이던데, 좋두만요. 2편은 아예 대놓고 이런 분위기로 갔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돈 많이 벌어 투자도 잘 될테니 쌈빡한 유사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로 어설픈 드라마 포기하고 속시원히 일본군 다양한 방법으로 박살 내는 트랜스포머 처럼 만드시고, 3편 노량은 제발 제작으로 한발 물러나시고 비장한 드라마 연출에 뛰어난 감독을 고용하여 슈퍼히어로 충무공의 퇴장은 다 같이 눈물 줄줄 흘리며 경례(!)를 붙이고 싶어지도록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기회가 되시면 난중일기는 일독을 권합니다.

      "아들을 묻은지 닷새가 지났지만 마음놓고 울어보지도 못해다"같은 일기를보면 정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추가로 일급 사료를 읽는다는 왠지 모를 뿌듯함 까지 느낄수 있습니다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3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38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8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5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0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1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6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8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4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29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3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6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6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2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4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