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이 이야기 이것 저것

1. 친구 장례식에 갔을 때, 맨 앞줄에 앉아있는 이제는 소년들이 아닌 청년들인 로스마리의 세 아들이 서로 어깨를 기대고 머리를 대고 함께 울면서 이 고통을 이겨나가는 걸 보며 갑자기 든 생각, 선물이는 내가 죽으면 이걸 혼자 해나가야 하는 구나. 엄마를 비롯 이 생각을 들은 사람들이 다들 저보고 참 쓸데없는 걱정한다 하는 데, 전 정말 걱정합니다.

그래서 유서도 쓰기 시작했고, 나한테 일이 생기면 한국 가족들에게 누가 연락할 건지 이런 것도 부탁하고 있습니다. 장례식 뒤에 만난 헨릭은, '넌 늘 나보고 선물이 어른 될때 까지는 안죽는 다고 하더니 이제 죽을 것도 계획하니?'라고 했는데, 정말 이런 장례식을 다녀오니 살고 죽는 건 내맘대로가 아니란 생각. 선물아,,, 혼자이게 해서 미안해


2. 여름동안 선물이의 감정적 발전이 눈에 띄게 보입니다. 특히 또래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면서요. 엄마로서 정말 자랑스러운건, 선물이가 굉장히 남과 나누는 걸 좋아하는 아이라는 점입니다. 보통 이때 애들이 장난감 가지고 싸우고 그러는데, 그리고 워낙 혼자 아이라 남들은 외동아들은 양보를 못해 이런 말을 하는데, 선물이는 모든지 나눠 갔습니다. 단 한번도 자기 혼자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를 먹은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집에는 아이스크림 얻어 먹으로 오는 애들이 바글바글...) 

한번은 선물이의 새 자전거를 온통 동네 애들이 돌려탄 날이 있었습니다. 너무 하다 싶게 선물이는 한번도 못타고요. 순간 그냥 포기하고 돌아오는 선물이의 뒷모습. 

그런데 이렇게 나누는 게 단지 물건에만 해당하는 게 아닙니다. 저희는 아침마다 아침 뽀뽀를 하는데, 며칠 전 놀이터에 있는 선물이 보고, 아침 뽀뽀 하면서 뽀뽀를 했더니 갑자기 선물이가 산드라 아침 뽀뽀 라고 말하는 거에요. 제가 네가 산드라 한테 아침 뽀뽀한다고? 했더니 저보고 엄마 산드라 아침 뽀뽀 (해주세요). 

선물이는 참 선한 마음을 가졌다고 저는 자랑스러워 합니다. (너 안 닮았다 라고 저희 엄마 말씀...)


3. 여름 한 날, 거북이와 싸우고 울고 있을 때 (네, 안 그렬러고 노력했는데 어쩔 수 없이 저 자신한테 지는 날이 있습니다.) 처음으로 선물이가 저랑 거북이를 보고, 불쌍한 엄마, 불쌍한 아빠, 불쌍한 선물이 라고 하더군요. 너무 놀랐어요. 그런 말을 할 줄 아는 지도 몰랐고, 그 말을 감정 상황에 맞추어 쓴다는 것에요. 

이럴 때는 정말 이 아이 한테 주어진 진단에 대해 살짝 의심해 봅니다. 

저는 사실 아이가 받은 진단으로 아이를 보지는 않습니다. 지금 제 입장은 이 진단을 받아야 시스템안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니, 그 도움을 받는 도구로 보자 이거든요. 

선물이,,, 언어만 좀 더 발전한다면 참 걱정이 없을 텐데 (라고 쓰지만 엄마는 늘 걱정하게 마련이겠죠) 


4. 기도합니다. 하나님, 선물이가 건강하고, 제가 건강하고, 제가 직장에서 쭉 일할 수 있어서 선물이 잘 부양하게 해 주세요 그러면 제게 족하겠습니다. 

그런데 본심은 그렇지 않습니다. 바라는 게 더 많지요. 혼자가 아니였으면 하는 거 바라는 마음이 참 크지요. 이 지긋지긋한 한 해 동안 정말 가족없이 혼자있는 게 얼마나 혼자인지 느낀 이후 솔직히 가끔은 겁이 납니다. 어떻게 혼자 선물이를 키울까? 그 마음이 점점 커 지면 순간 제가 불쌍해져서 자기 연민으로 웁니다. 그러다가 밖에 나오면 선물이가 제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의 건물들을 지어놓은게 보입니다. 보면서 씩웃는 선물이, 잘했어 선물이 라고 스스로 칭찬하는 선물이. 


 

    • 1 네 너무 쓸데없는걱정이세요.

      2 천사같아요. 정말 천사일지도 모르죠. 선한사람들이 손해보고 산다고들 생각하지만, 가끔은 그들의 무한 긍정에너지때문에 세상의 물질쯤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그리고 선물이의 공감능력은 정말 훌륭한데요
      • 선물이 공감능력이 자라는 걸 보면서 무척 행복해 합니다. 


        쓸데 없는 생각은 줄이도록 노력할려고요

    • 뭔가 댓글을 선뜻 달 수 없는 글인 것 같아 망설이다가, 선물이는 정말 신이 커퍼공룡님께 주신 가장 소중한 선물인 걸까요? 실제로 보진 못했지만 정말 천사가 지상에 현현한 것일지도. 선물이 향한 엄마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없지만 이런 엄마를 만난 것 또한 선물이에겐 가장 큰 선물이겠죠. 12월에 한국 오실 일정 있다고 하신 것 같은데... 금쪽 같은 시간이라도 제게 할애해 주신다면 정말 소박하지만 손수 차린 따뜻한 밥 한끼 대접하고 싶네요.

      • 아 전 글을 쓸때만 좀 차분해 집니다. 그 전 그후에는 전전 긍긍... 


        선물이도 이런 천사같다가 가끔 왕 때를 쓸때는 역시 5살 어린이 입니다. 


        참 선물이의 한국이름은 정말 선물 이에요. 


        네 12월 말에 갑니다. 지난 번에도 그렇게 말씀 해 주셨는데, 만난다면 선물이도 아마 같이가 될거에요

        • 네, 당연히 그러셔야죠 ^^. 참고로 저희 집엔 고양이가 있습니다, 늠름하고 잘생긴 코숏 수고양이.

    • 바라는대로 이뤄지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착한 선물이 이야기 들을때마다 천사같다는 생각을 해요. 모든 아이들은 하느님께서 부모에게 잠시 맡겨둔 천사일지도.(사춘기 지나면서 악마로 돌변한다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구요..)


      힘든 상황 견디고 계시는데.. 어떤 일이던 결정은 좀 천천히 내리시는게 낫지 않나 싶어요. 그냥 그런 조언 아닌 조언을 드리고 싶어지는 글이었습니다.


      선물이하고 계속 건강하고 행복하실겁니다. 그렇게 믿을께요.
      • 하하 친구가 언제 내딸이 12살 생일때 뭔가 벽돌을 머리에 맞은 거 같아. 갑자기 천사같던 애가 돌변했어 라고 말하던게 기억나요. 




        네 지금은 그냥 물흐르듯이 지나갈려고 노력합니다. 하루하루 살면서요

    • 타인에게 공감하고 자신이 얻은 사랑을 타인과 나누려는 능력을 선물이에게서 봅니다. 대단해요! 늘 격려해주시고 함께 건강하세요.
      • 정말 건강하고 싶어요. 이렇게 공감 능력이 있는 아이니까 조금 걱정이 덜듭니다. 

    • 1. 실용적 의미가 아니라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습니다.아이가 아니고 자신의 삶이 한참 남았는데..아이들은 희한하게도 그런거 잘 압니다.



       



      2.3. 선물이 그리고 공룡님 심지어 거북이 그 썩을 놈조차 "불쌍한 엄마,불쌍한 아빠,불쌍한 선물이"에 지나지 않습니니다. 선물이는 그냥 거북이와 공룡님의 자식입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누군가의 자식입니다.



       



      4. 선물이가 공룡님입니다. 선물이가 거북이입니다. 선물이가 그 만년필입니다.



       



      ps)스톡홀름 시간이 파리랑 같군요..흠 진짜 한번 보입시더.

      • 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나쁜 생각은 안할려고 합니다. 


        파리에 사시나봐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9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1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3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2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