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글투, 책 추천 부탁

1. 그 사람의 '글투'로만 사람에게 호감이나 연정이 생길수 있을까요. 글을 읽다보면 드러나는 그사람의 생각이나, 중요시 여기는 가치라던가, 문체의 유연함에 애정이나 팬심이 솟구칠수있는건 너무나 당연한데...

제가 생각하는건 그리 깊은 글이 아니라, 단순한 형식으로써 '글투'입니다.

아주 일상적인 혹은 사무적인 그리 길지 않은 글투, 문투(?)만으로 그것을 작성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껴 보신적 있으신지 궁금하네요. 글에서 풍기는 분위기나 이미지가 있잖아요. 아무리 시덥지않고 평범한 말이라해도요.



2.정신없이 살다보니 후딱 11월이 오고 갈것만 같아, 불현듯 미리미리 준비해둬야겠단 생각에 부지런히 책장을 정리 하고 있습니다.

꼬부쳐둔 쌈짓돈을 털어 소원했던 책들을 한무더기 사놓을 계획을 잡고있는데... 막상 책장을 정리하 는데 내가 뭘사고 싶었고, 뭘 사려고 했었는지 까마득 하더라고요.

천천히 시간을 갖고 앞으로 차차 약 4달 동안 정리할건 정리하고 사둘건 좀 사두고 싶습니다.

우선, 워크룸프레스에서 나온 제안들...벼르고 있었는데 이제 사야죠. 언제 다 읽을순 있을지 몰라도 꾸준히 나올때 마다 사서 책장에 30권까지 모아두면 제법 보기좋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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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엘르 8월호)


저는 주로, 소설보다는 시집이나 학문적 성격의 책을 사는편입니다. 특히, 두껍거나 어려워서 읽기 귀찮아지고 매일 미루고 있지만 언젠간 꼭 읽어야 겠다고 다짐하는 류의 고전서를 많이 사둘 계획 입니다.

꾸준히 스테디셀러이거나 이미 너무 유명해 고전 반열에 오른 인문,사회, 과학 서적들을 추천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표현이 애매해서... 추천 해주시기 힘들것 같아 예시를 들자면,

스피노자의 에티카,

롤즈 정의론,

도킨스 눈먼시계공,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찰스 킨들버거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브라이언 그린 엘리건트 유니버스,

신영복 강의,

이런 느낌의 책들... ...



3. 아, 그리고 그냥 몇번씩 우려서 읽어도 좋았던 책들도 추천해주신다면 감사할것 같습니다. 저는 김연수 작가의 '밤은 노래한다'를 우롱차 우리듯이 하릴없이 평온할 때 몇번씩 우려서 봤었는데 좋았어요.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도 무장 독립 전쟁시기에 간도지역에서 일어났던 민생단 사건을 다룬 소설입니다.좋아하는 부분도 살짝 올려볼께요. (문제가 된다면 말씀해 주세요)


"그럼 진짜 중국을 보려면 어디까지 가야한 하는 걸까요? 보들레르의 글에 보면 그런 말들이 있던데. 중국 사람들은 고양이의 눈을 보고 시간을 읽는다는. 아, 그러고 보니, 그건 남경에 관한 글이었군요."

"그런 말이 있습니까? 중국 사람들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어요. 정말 신기한 일이군요."

내가 말했다.

"정말 신기한 일이군요."

정희가 내 말투를 흉내냈다.

"대련에 가면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이라는 책을 사서 읽어보세요. 거기에 나오는 글이에요. '꿈들! 언제나 꿈들을!' , 그런 문장도 나오죠."

"파리의 우울. 꿈들, 언제나 꿈들을" 이라고 나는 중얼거렸다.

"언제 돌아오나요?"

"유월이 되면. 아마도."

내가 대답했다.

"유월이 되면. 아마도"

그녀가 다시 내 말을 따라했다. 그리고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면서 덧붙였다.

"그렇게 왯동안? 그럼 그때까지 전 일요일마다 누구의 눈을 바라보며 시간을 읽나요?"

그렇게 말하던 정희의 눈동자. 두 개의 검은 동그라미 나는 그 시선을 피해 멀리 해란강 쪽을 바라봤다. 어느새 미처 눈치를 채기도 전에. 유월이 되면 여름이 더 깊어지겠지. 밤이면 땀에 젖은 체취와 같은 향기가 거리에 가득하겠지. 강가의 아이들은 검게 익을 테고, 사내들은 잠이 줄어들겠지. 그늘에서만 술을 마시겠지. 내가 일요일 오후의 대화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게되겠지. 어느새. 미처 눈치를 채기도 전에. 정희가 있는 세계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왔다는 것을 그래서 이제 그 이전의 세계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겠지. 하지만 그런 생각 따위는 입 밖으로 내뱉지 않고, 나는 그저 강물만을, 여름을 앞두고 바짝 줄어든 수량으로 겨우겨우 아무르 만을 향해서 나아가는 얕은 강물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련에서 머무는 2주 동안, 내가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나는 것은 하나도 없고, 다만 만철 직원용 사택촌길가에 심어놓은 아카시아 꽃잎들이 바람에 흩날리던 광경만이 눈에 선하다. 돈도선의 연약 지반 구간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내 마음의 연약한 부분을 어떻게 달랬는지 지금도 기억하고있다. 나는 미쓰비시 백화점 도서부에서 보들레르의『파리의 우울』을 구입한 뒤, 정희가 말한 부분을 찾았다. 중국인들은 고양이의 눈을 보고 시간을 읽는다는 구절은 「시계」라는 글에 등장했다. 그 글에서 남경의 중국인 소년은 선교사가 시간을 묻자, 대단히 큰 고양이 한 마리를 안고 고양이의 흰자위를 바라보면서 서슴지 않고 "아직 완전한 정오는 아닙니다"라고 단언했다. 그 글을 읽어보니 고양이의 눈동자를 보고 시간을 읽은 소년은 정희가 아니라 나였다는게 확실해졌다. 거기 나오는 "그런데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나는 아름다운 암코양이. 휄린느"라는 구절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암코양이는, 그러니까 정희였던 셈이다.

그 아름다운 암코양이가 곁에서 사라지자, 나는 다른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헤매게 됬다. 사랑에 빠지면 자연의 아름다움이 전에 없이 더 또렸해진다는 건 바로 그때 알았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란 한 사람의 아름다움을 대체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결국 깨닫게 되는 것은 그 어떤 아름다움도 그리운 단 하나의 얼굴에는 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 내게 이런저런 보고서 작성과 회의는 정말 지루하기 짝이없는 일들에 불과했다. 나는 닥친 문제의 해결에만 집착하는 기술적 본성을 타고났지만, 그 기술적 본성이 지향하는 곳은 한 사람의 눈을 통해 읽는 시간, 즉 영원이었다.

 

김연수의 밤은노래한다(p35~37)




    • 밤은 노래한다, 멋진 장면이네요. 예전에 읽었었는데 그때는 이렇게 멋진 소설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죠.

      • 저도 처음엔 잘 몰랐다가... 우려 읽을수록 좋아하게 되더라고요.

    • 1. 육체에 매혹되듯 文體에도 당연히 매혹되죠...그래서 어떤 작가의 책을 모으게 되고ㅎ


      2. 워크룸프레스 책 디자인과 경향이 맘에 들어 저도 모으고 싶더군요. 


          오로지 책 자체의 알맹이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디자인이랄까요.


          책할인 행사 때 사는 게 보통인데 일시에 모으겠다고 하시니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네요. 그래서 할인폭의 변동이 크지 않고, 


          책장에 꽂아두고 보기만 해도 읽고 싶어지는 제목의 책 몇 권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재독의 유혹도 갖춘 것으로.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공가와 꿈/, /예술과 환영/, /철학자와 늑대/


      3. 이 부분만 봤을 때는 하루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서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 나오던 장면이 살짝 오버랩이 되네요. 물론 내용은 완전 다른 내용이지만 뭐랄까, 문장들이 만들어내는 묘한 증기들이 현기증을 만들어내는 기분이랄까요. 김연수 작가의 유려한 문체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 이 부분은 참 멋집니다

      • 1. 아, 저도 문체때문에 계속 사게되는 작가가 있긴 하네요.


        2. 좋은책 추천 감사합니다. 철학자와 늑대는 안그대로 사려고 했었던 책이었는데, 까먹고 있었네요.


        3.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안읽어봤는데 한번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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