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명량, 독서, 다크 나이트, 감정

1.

전 (당연한 이유로) 명량을 못 봤는데, 사실 이 영화가 평가가 좋으면 이상할거라고 생각했어요. 명량 해전은 킹왕짱 기술력과 먼치킨 장수를 앞세워서 거둔, 소설에 나오면 양판소 쓴다고 까일 만한 말 같지도 않은 사건이니까요. 마크 트웨인이 말했듯이, 말이 돼야 하는 픽션보다 현실이 한참 더 이상해진 겁니다. 숫자에 대해 논란은 있지만 어찌 됐든 최소 13 대 133의 전투에서 13 쪽의 전선은 다 멀쩡하고 133 쪽은 총대장이(...) 부상을 입을 정도의 피해를 입는 건 역덕이라면 모를까 일반인이라면 그냥 만화 같은 얘기잖아요. 사건 자체가 워낙 허무맹랑한 사건이라 그렇지 주인공이, 그것도 나라 전체가 우상으로 모시는 주인공이 전 세계적으로 한두 명 나올까 말까 한 괴물인 것도 한몫 했겠죠. 나라에서 해주는 거지같은 취급에도 불구하고 싸우면 싸우는대로 전승을 거두는 이순신 장군님은 대중의 인식 속에선 위치가 높아질 대로 높아졌고, 영화는 대중의 판타지 같은 현실성(...)을 충족시켜주지 못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2.

전 책을 꾸준히 읽지는 않는데, 가끔 가다 확 꽂히면 한 사흘 사이에 책 세네 권을 잡아먹는다던가 하는 식으로 몰아서 읽어요. 기억력이 구려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하루에 30분씩 깨작깨작 읽는 건 도저히 진도가 안 나가더라고요. 지금 제 옆에 있는 에드가 앨런 포 전집도 아마 언제 한 번 날 잡아서 한 번에 끝장을 낼 거 같아요 ㅎㅎ



3.

다크 나이트 삼부작을 샀습니다. 도대체 아직도 안 사고 뭘 하고 있었나 싶은데, 이것도 이제 일요일에 과제 끝내면 하루 뙇 잡아서 세 편을 몰아서 보려고 합니다. 이쪽 동네에서는 그런 걸 마라톤이라고 부르는 거 같더군요. 배트맨 비긴즈는 의외로 한 두 번 밖에 못 본 거 같네요. 

배트맨 비긴즈 관련 colleghumor발 재미난 영상 하나.


ANSWER ME, HOBBITSES!!


4.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한 부분이 요즘 들어 절실히 다가옵니다. 인간 등 포유동물은 뼈가 몸 안에 있어서 뻑하면 물러터진 겉부분에 오만 가지 상처를 입지만 중요한 장기들은 웬만하면 보호받고, 뼈가 밖에 있는 곤충이나 갑각류는 겉이 단단해서 상처를 덜 입는 대신 그 안은 약하다 못해 액체화했다는 얘기죠. 


그냥 그렇다고요. 겉으로 아무 문제도 없는 척 하고 사는 게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있나 싶습니다.

    • 4. 전 포유류같은 곤충이었어요.ㅜㅜ

      진화하는데 오래 걸리긴 했지만 최근

      사람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한 것 같아요.
      • 전 진화는 커녕 퇴화나 멈췄으면 좋겠네요

    • 1. 아마데우스님께서는 지금 완전 거꾸로 상황 파악을 하시는 것 같은데 위에서 말씀하신 이유 때문에-- 즉 이순신의 '말도 안되는 성취' 에 집중한 영화기 때문에-- 천만명에 육박하는 히트를 하고 있다고 보는데요 거꾸로 임진왜란의 실정을 진짜 자세하게 다루었거나 심지어는 이순신의 캐릭터라도 복합적으로 그려낸 영화였다면 평단의 지지는 받았어도 흥행적으로는 덜 성공했을 겁니다.  솔직히 이 [명량] 은 박근헤는 고사하고 박정희가 봤어도 저으기 만족스러웠을 그런 철두철미 영웅적 서사 (그리고 서브텍스트는 일본 '사무라이' 들에게 인정을 받은 조선인이라는 점... 그것이 항상 이순신 컬트의 중요 서브텍스트중의 하나여왔죠) 입니다.  김한민 자신은 민중적 시점에서 그려냈다고 생각할 지 몰라도...

      • 아 흥행에 관해선 완전 동감합니다. 사실 마케팅을 그만큼 했고 소재부터가 어마어마하니까 아주 망작이 아니라면 흥행은 과장 좀 보태서 거저먹기 수준이죠. 본문은 유난히 부정적인 리뷰+평가가 (비율은 모르겠지만 숫자상으론 아무튼) 꽤 많이 나오는 걸 보고 쓴 얘기였어요

    • 1. 영화 <명량>에 대해서는 완전 동감합니다. 차라리 블랙 코미디로 만들었으면 더 나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ㅋ


      이순신의 전과만 봐서는 임진왜란이라는 사건의 본질을 보기는 어렵죠. 요즘 최진기의 전쟁사 강의를 듣고 있는데 조선측의 3대 전투가 아닌 일본의 3대 전투를 중심으로 설명을 해주더군요. --;; 뼈아픈 실패의 얘기를 들으며 임진전쟁의 의미에 대해 되새기고 있습니다.

    • 5.짝사랑 상대를 두고 쓰신 말같은데 샌드맨의 이 구절이 생각나요

      http://www.goodreads.com/work/quotes/2647-the-kindly-ones
      • 하. 세번째 문단 끝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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