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A형 이사님...

수요일 회식때 이사님이 술기운에 모두의 앞에서 실수를 좀 하셨지요. 엉엉 우셨듬. 근데 그렇게 된 데에는 저도 좀 모종의 원인을

제공했는데, 결정적인 건 아니지만 아무튼 이사님의 구려진 기분에 일조를 하긴 한 모양. 26세의 오피스메이트 아가씨는 그런 나이든

남자가 엉엉 우는 거 처음 봤다며 완전 깜짝 놀랐고, 저는 뭐 분위기가 그리 흘러가긴 했지만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으므로

홀짝홀짝 계속 술을 마셨습니다. 노래방 가서 신나게 놀기까지 했지요.

 

그런데 다음 날, 이사님 휴가쓰셨( ..) 울 회사 휴가 짠 편이라 한번 쓰는데 되게 신중해야 하는데. 영업하시는 양반이라 술 마신 다음날

출근하는 게 생활인 분인데, 그날 그리 많이 마시지도 않았는데.....................................................오피스메이트 아가씨에게 문자를 보내셨

대요. '00씨, 나 산에 가서 나 자신을 좀 돌아보고 올게' .................응?

 

그리고 오늘, 돌아오셨습니다. 평소에는 열두시 전에 전화로 서너 번은 불러내서 아무 내용 없는 얘기로 앞에 세워놓고 잔소리하길

좋아하는 분이 전혀 콜이 없길래, '뭐지-_-;;;;' 싶었죠. 안 계실 때 저 혼자 들어갔던 미팅 건으로 보고 메일을 날렸는데, 평소같으면

그걸로 두세 번은 불러내서 이것저것 캐묻고 확인했을 거거든요. 그걸 당신이 안 하고, 차장님을 시킵니다. 슬슬 필이 왔어요.

 

'민망해서 피하시는군하'-_-;;;;;;;;;;;;;;;;;;;;;;;;;;;

 

심지어는 제 방에 들어오셨는데, 제가 관여했던 일 관련자료를 쑤석이면서 찾으시는데도 저한테 말 한마디를 안 거시는 거예요.

시선도 안 마주치심. 으익 초초딩 중중딩도 아니고 새삼스레 왜이르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되게 민망하시겠다, 우리

얼굴 어떻게 보실까요, 이런 얘길 오피스메이트 아가씨랑 나누긴 했지만, 이런 식일 줄이야...............................

극세사 감성에 A형 돋는 우리 이사님이 언제까지 저에게 말을 걸지 않으실지, 듀바리부인의 심정으로 지켜보겠어요.

    • A형하고는 상관없이 쪽팔려서 그러실거여요.........ㅠㅜ
    • ㅋ듀바리 부인
      설마 이사님 사모님이랑 친해지시는 건가요ㅋ
    • 본인은 나름 엄청 쪽팔리고 괴롭겠지만 "산에 가서 나 자신을 좀 돌아보고 올게"라니 으악 감성돋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나이든 남자분이 사람들 앞에서 울면 '실수'군요.....
    • 러시님/ 나이든 남자가 아니더라도 우는 주사는 실수 맞아요...일단 다음날 본인이 매우 몹시 아주 쪽팔림.
    • 원인을 조금이나마 제공하셨단 분이 놀리는 글을 쓰셨길래 좀 불편했습니다.
      뭐..쓸모없는 댓글이죠. 죄송하네요.
    • 그 이사님이 평소에 얼마나 악하게 행동하는 분인지, 얕보이는 분인지, Paul 님이랑 얼마나 거리낌 없는 분인지 잘 모르겠지만
      요즘 정말 말못할 고민이 쌓여 계신가 걱정스런 마음이 먼저 들 이유는 전혀 없으실까요? 삼성그룹 이사도 자살하는 세상인데요.
      듀게에서 초딩도 아니고 감성돋네 뒷발림을 당하고 계신 그분께 심심한 위로를 보내드리고 싶네요.
    • 러시님/ 잘 일어나지는 않는 일이지만 결국 술자리 해프닝일 뿐인데 리액션이 소심하시니 귀엽단 맘에:(
      사과씨님/ 에피소드는 에피소드로 좀 즐겨주시지..뭐 글과 실제 상황의 무늬는 많이 다르고 그걸 일일이 설명드릴 순 없으니 그만 둘게요. 전 재밌어서 쓴거지만 뒷담화는 맞으니까요.
    • 실제상황의 무늬를 아는 분들끼리 모여 가벼운 뒷담화를 즐기는 것이라면 제가 주제넘게 뭐라 할 수 있겠습니까만 ~
      실제상황의 무늬를 모르는 불특정다수 앞에 초딩도 아니고 감성돋네라는 표현들이 사용된 뒷담화를 꺼내놓고 같이 즐깁시다 하시니까
      뭔가 같이 즐기기에 껄쩍스러워서 한말씀 드려보았습니다.. 거리낌없이 같이 즐기시는 분들도 계시길래 당혹스러웠구요.
      제가 최근 나이든 한국남자들의 곪아터진 속을 제대로 들여다 볼 기회가 몇번 있어서 이사님에게 조금 이입시켰나봐요.
      에피소드를 에피소드로 즐기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금요일 오후 잘 보내세요..
    • 사과씨님도 즐건 금요일 오후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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