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앞에서 겸손해져야 할 때
1. 지금은 없어졌지만 한 동안 '책 읽기 모임'이 있었죠.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해 토론하는 그런 모임입니다.
거기서 토론 목록으로 오른 책 하나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였습니다. 당시엔 모임에 나가야 하니까 이해가 되건 말건 우격 다짐으로 다 읽지도 못한채 참석했었죠. 그리고 서가 한 군데 폼잡기 위해 꽂혀서 몇 년을 보냈습니다.
몇년을 그렇게 보내다 서가를 이리 저리 훑다 보니 그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때 무슨 군사작전 하듯이 이해가 되건 말건 일단 책 판권 보자는 기분으로 밀어붙인 것도 기억나고 그나마 읽지도 못한 미안한 기분이 떠올라 책을 뽑아 들어 1주 만에 읽었습니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재발견'을 사왔습니다. 제가 책을 들쭉 날쭉 읽다 보니 할 수 있을때 많이 읽고 싶었거든요. 제가 앞에 이야기 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읽으면서 '책 앞에 겸손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책을 읽는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나는 책에게 선택 당하는 게 아닐까란 생각을 종종합니다. 물론 책을 내가 읽을 수 있습니다. 어떤 책을 학생때는 학점 때문에 회사원 생활때는 업무 때문에 책에 매달리지만 그렇게 읽은 책 중에 몇 이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고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나 생각해보거든요. 조금 나은 경우는 그 책의 저자 혹은 역자의 제자에게 듣고 보고 배운 책들은 그나마 낫더군요. 학생 시절 책에 대한 의문점이나 내가 찾은 결론을 빈칸 곳곳에 적어가면서 책속에 책을 만난 것들 아니면 책이 나를 부른 경우엔 또 달랐습니다.
저도 적은 나이가 아닙니다. 일때문에 만나는 사람들은 정치나 경제나 연예를 가십으로 낭비해서는 다시 볼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죠. 그러다 보니 저도 다 굳어가는 머리 붙잡고 책과 씨름 해야 하게 됩니다. 아직 그럴 여유가 있는게 행복할지도 모르죠.
몇 백번을 읽어야 겨우 내것이 될까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