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본 후 엉뚱한 후기

미도리는 6년 동안 그녀의 핏줄이 아닌 케이타를 친자식인 줄 알고 키웠습니다.

이제 그녀의 핏줄인 류세이를 되찾으면 그 아이를 케이타보다 더 사랑할 수 있을까요? 


미도리는 그녀의 핏줄인 류세이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친자식을 되찾게 되었다는 안도감보다는 친자식이 아닌 케이타를 잃는다는 슬픔으로 가슴이 미어집니다.  

미도리는 케이타와 있을 때는 언제나 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감싸안고 손을 만지작거리지만

정작 그녀가 낳은 아들 류세이와 함께 있을 때는 도무지 그 아이와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지 못하지요. (좁힐 의욕도 없어 보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앞으로 6년이라는 시간이 더 흐르면, 그녀는 류세이를 케이타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될까요?


삶에서 어떤 시간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오리새끼는 태어나서 처음 본 것을 어미로 생각하고 계속 그것을 따라다닌다고 하지요.

뻐꾸기의 알을 품고 있던 참새는 제 몸보다 5배는 커진 뻐꾸기 새끼를 계속 쫒아다니며 먹이를 물어다 준다고 합니다.


사랑은 때로는 그것이 처음 향한 대상에게 영원히 머무는 것 같습니다.

그가 그 사랑을 삼키고 소화하여 결국 그 자신이 되어 버려서 그것을 도로 내놓게 만들 수가 없어요. 

미도리의 6년 동안의 사랑은 갓 태어난 작고 말랑말랑한 몸뚱이에 살을 붙였고, 보드라운 팔다리의 뼈를 단단하게 했고,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작은 코를 가진 동그란 얼굴을 빚었습니다.

케이타의 몸 전체가 그녀가 6년 동안 쏟아 부어온 사랑의 결과물입니다.

그녀는 그 사랑을 다시 거두어 들일 수가 없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후 6년의 시간이 아이에게 되돌이킬 수 없이 중요한 것처럼

아이가 태어난 후 그 아이와 함께 한 6년이라는 시간은 부모에게 되돌이킬 수 없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시간 동안 아이와 함께 한 치명적인 추억으로 부모는 못생겨진 자식이 괴롭히는 나머지 인생을 버티는 것 같아요. 


미도리는 류세이와 함께 할 수 없었던 6년이라는 시간을, 케이타와 함께 했던 6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할지, 

괜히 제가 속수무책으로 가슴 아팠습니다.  


    • 그 두 가족이 함께 사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기른정이 정말 대단한거같고

      이 글은 첫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저희 엄마도 제가 첫사랑이랬어요

      막내동생은 이를 질투하면서 여자한텐 마지막사랑이 제일 중요하다며..ㅋㅋ
    • 이 글 좋아요.




      영화는 아직 못 봤지만


      저두 자두맛사탕님 말씀처럼, 땅콩집이라도 지어서 두 가족이 함께 살았으면 해요.

    • 사람에게 사랑은 한정된 재화가 아니니까요. 이전 아이에게 준 사랑은 그대로 두고 새로 찾은 아이는 사랑하기 시작하는게 맞겠죠. 앞으로가 중요한거지 단지 유아기를 함께하지 못했다는건 문제가 안될것 같아요.
    • 모성애, 부성애엔 여러 형태가 있다고 생각해요. 태어난 직후는 말씀대로 중요한 시기이지만 그 시기를 같이 보내지 못했다고 해서 돌이킬 수 없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쓰고 보니 비파님하고 비슷하군요)


      저는 이 영화 비행기에서 보면서 후쿠야마 마사하루(노노미야)가 힘들어해서 마음아팠... 다는 건 어느 정도 진담이고, 사이키 가족의 물고 빨고 기르는 자녀 양육법만이 정답인 것처럼 묘사되어서 좀 불만이었어요. 이런 리뷰는 듣도보도 못했으니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지만요.

    • 같이 살면 행복이 두배일 거라고... ㅠㅠ

    • 영화는 아직 못 봤지만 글이 좋네요. 유아기의 애착이 얼마나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지와는 별개로 주인공들이 겪을 불가피한 혼란과 슬픔에 공감이 가요.
    • 낳은 아이를 사랑하기에 가장 큰 장애물이자 엄마를 고통스럽게 한 것은, 그 아이를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떠나보낸 아이를 향해 자라는 미안함이었죠. 앞으로 더욱 커져만 갈 죄책감이요. +) 그러다 어느새 떠올리는 시간도 줄어들고, 미안한 마음도 옅어질 테지만, 그건 그것대로 엄마를 괴롭혔을 거예요. 어떤 식으로 풀어도 잔혹한 이야기예요. 모두에게. 도저히 이 영화를 좋아할 수 없었어요.

    •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두 아이를 바꿔 기른 부모가 누가 더 낫다 하기 힘들 정도로 좋은 사람들이었다는 거죠. 서로 상대방의 아이를 데려와 둘다 키울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대단했지만 경제적인 측면을 배제하고 보면 어느 집에서 크더라도 행복하게 자랄 것 처럼 보였습니다. 문제는 역시 아이의 행복 아닌가 싶었어요. 생각하기도 싫은 이야기지만.. 큰 아이가 딱 그 또래이다 보니 어느때보다 감정 이입을 해가며 본 영화였어요. 엄마의 사랑도 대단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버지의 마음도 그 못지 않다는 걸 느끼게 해준 영화.

    • 제가 쓴 글에 다른 분들의 댓글이 달리는 게 참 기쁜 일이라는 걸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 (댓글 없이 고독을 씹는 것도 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제 글을 읽고 마음을 표현해 주시는 글들을 보니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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