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대한 인상

저저 아래글 보고 생각나서 씁니다.

 

전 프랑스를 3번 다녀왔는데... 모두 여행으로요. 모두 짧은 단기 체류였지만, 두번째는 2주 정도, 세번째는 일주일 약간 넘게 있었어요.

살지 않았으니 굉장히 단편적인 인상이겠지요?

 

불어를 열심히 공부한 적도 있고... 막연히 유학가고 싶엉!이라는 철없는 꿈도 이십대 초반에 꾸었더랬지요. 뭔가 프랑스는 좀 다를 거 같아... 그런 느낌이요^^

그래서 늘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에 세번째 여행갔을 땐 하필 딱 총파업 시기에 겹쳐서 갔어요.

총파업이라 기차도 안다녀서, 예매해둔 기차표가 하필 그날. 그래서 기차때문에 하루종일 기다리고 걸어다니고 고생했지요.

그리고 이번 여행 때는 민박에서 묵지 않고 현지 호텔(그것도 주택가)에서 묵었는데,

그러니까 이제야 왠지 프랑스가 어떤 나라인지 인상이라도 좀 제대로 알것 같아...라는 느낌이더군요.

(프랑스를 알기 위해 세번이나 여행을 간 건 아니지만요^^;)

 

첫번째는 생각보다 굉장히 소박하다는 거요.

프랑스도 자본주의 사회이고, 나름 돈 잘 버는 나라이고, 물론 돈이 중요하겠지만

돈이 최고! 최고! 최고최고최고 이런 분위기는 없구나 느꼈어요.

돈보다 다른 것들이 훨씬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이걸 모두가 알고 인정하는 분위기.

호텔에서 프랑스 텔레비전도 열심히 봤는데 (딱히 할 일이 없어서)

광고가 우리나라하고 굉장히 다르더라고요.

우리나라 광고는 이미지를 팔잖아요. 부자 이미지, 잘생기고 예쁜 이미지, 잘나가는 이미지.

말은 못알아듣지만, 프랑스는 그런것 같지는 않았어요.

제품의 장점에 대해 설명해주거나, 유머로 어필하거나, 암튼 굉장히 광고가 소박했어요.

그리고 사람들 차림새도 소박했구요. 아침에 일찍 나가보면

나름 깔맞춤과 컨셉맞춤을 한 소박한 옷차림으로 부지런히 일터에 나가더군요.

 

그리고 거리의 모든 가게들 진열창에 제품에 가격표를 반드시 같이 붙여놓더라고요.

광고도 가격 같이 얘기해 주는 것이 많았고.

뭐랄까, 돈은 돈이다. 뭔가 돈에 대한 과도한 자의식 같은 것이 없는 나라 같았어요.

 

두번째는 사는 건 참 불편한 나라라는 것.

집들은 모두 낡았고, 엘리베이터는 당장 떨어질 것 같고, 지하철은 당장 무너질 것 같고...

다른 지방은 좀 사정이 다르겠지만, 특히 파리는 더욱 그런 것 같았구요.

프랑스 살다 온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다들 프랑스 사는 거 정말 힘들었다고,

모두 너무 느리다고...

암튼 우리나라가 사는 건 훨씬 더 편한 것 같아요.

일례로 파업 땜에 호텔 못 들어갈까봐 현지 호텔에도 전화하고,

호텔 중개 예약한 우리나라 사이트 업체에도 전화하고 그랬는데,

현지 호텔 : 아... 그러니? 우리가 뭐는 해줄 수 있는데 나머지는 걍 참어.

우리나라 사이트 : 저희가 알아볼 수 있는 데까지... 음 이렇게 이렇게 해주시겠어요? (결과적으로 아무 도움 안됐으나)

 

세번째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

프랑스가 출산 정책에서 성공했다고 하던가요?

어딜가나 애들이 참 많고, 둘씩 데리고 다니는 엄마들이 참 많았어요.

그리고 애들에 대해 관대한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왜, 우리나라는 애들이 공공장소에서 민폐 끼치는 거 디게 싫어하잖아요.

엄마들은 애키울땐 다 그런다...라고 그러고.

그런데 프랑스는 애들이 다니면서 끼치는 어느 정도의 민폐는 관대하게 봐줘야 한다,는

그 선이 암묵적으로 합의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우리나라는... 애 굉장히 예뻐하면서도 어느 부분에서는 민폐라고, 굉장히 싫어하잖아요.

네 새끼는 너만 예쁘다고.

그런데 프랑스는 과한 민폐도 없어보였지만,

어느 정도의 애가 끼치는 민폐의 선,이라는 게 합의되어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여기에 덧붙여서 개가 참 많았는데...

우리나라랑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애견인이 많으면서도 개 싫다, 이런 글 종종 보이고

개가 끼치는 민폐에 대해서도 굉장히 예민한데

프랑스는 무척 큰 개를 입가리개도 없이 목줄만 하고 다니거나

심지어 지하철에도 같이 막 타더라고요 ㄷㄷㄷㄷㄷ

다들 거기에 대해 태연하고. 전 좀 무서웠는데...

궁금하더라고요. 프랑스 개들은 안 무나?

하지만, 오버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아이와 개, 그리고 장애인... 등 약자라면 약자일 수 있는 생명체를

존중한다는 느낌을 여기저기서 참 많이 받았어요.

오랑주리 미술관에서는... 귀에 보청기 낀 아이들이 단체로(학교에서 왔나봐요)

현장학습 온 걸 봤는데... 그게 너무 자연스럽고.

 

네번째는, 파업에 정말 관대하구나 하는 거.

다들 그게 너무 자연스러운 거예요.

마치 우리나라 보고 다들 분단국가 악! 이러는데

막상 와보면 아무렇지 않잖아요.

여기서 뉴스에 나고 해서 악! 거기 파업이야!하고 걱정하는 전화도 많이 받았는데

기차 때문에 하루 고생한거 빼고는... 파업이라서 흉흉한 분위기? 그런 거 전혀 없었어요.

호텔 안내데스크에서도 파업 땜에 기차 안가... 가서 사진찍고 놀지 않겠니? 이러고.

 

다섯번째는, 근데 이 나라에서 사는 거 은근 빡셀 것 같다...는 느낌.

이상하게 거기 태어나서 사는 게, 제가 위에 쓴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빡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나라와 다른 종류의 빡셈이요.

심지어 외국인으로서 정착해서 살아간다는 건... 정말 힘들겠구나 하는 그런 느낌이 막 들더라구요.

 

우리나라 공항에 도착해서,

모든 게 새 거 같고 잘 정돈되어 있고 깨끗하고,

가득한 광고판들을 보면서... 진짜 우리나라에 왔구나 하는 실감이 막 들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와 프랑스는 뭔가 다른 종류의 사회구나...하는 느낌.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장점은 아주 극과 극에 있구나, 하는 느낌.

두 나라는 정말 다른 나라구나.

그치만 위에 쓴 세번째는 정말 부러웠어요 ^^

 

 

    • 제가 가지게 된 인상은...
      1.사람들이 너무 이쁘다.
      2.슈퍼마켓만 가면 행복하다(와인, 치즈, 과일, 고기가 너무너무 싸서..)
      3.집은 좁아터지고 에어콘 있는 집도 없다. 지하철에도 에어콘 없다.
      4.생각보다 굉장히 더럽다...
    • 버버리 코트를 살 형편이 되도 영국 사람들은 좀처럼 안산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는 그거 보고 '근검 절약이 몸에 배엇다'고 하지만 굳이 그런걸 살 필요를 못느끼고 그냥 소탈하게 산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한국은 너무 불필요한데 신경을 많이 써요.
    • 프랑스가 애들이 공공장소에서 끼치는 민폐에 대해서 관대한가요? 전 레스토랑에서 엄마가 6살쯤 되어보이는 아이 뺨 때리는 거 보고 기절할 뻔 했어요. 더 놀란 건 아이는 뺨 맞고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놀란 사람들은 한국인 우리 일행뿐, 현지인들은 관심도 없더라고요.

      일행 중에 프랑스에 자주 오가는 분이 거기서는 흔한 일이라고 놀라지 말라고 하던데...
    • 미국에 살다온 분들이 엄청나게 충격을 받는 일인데 지하철역이나 식당 같은 공공장소에서 애들이 시끄럽게 굴면 프랑스 엄마들은 자동적으로 따귀를 날립니다. (반면 지적하신 것처럼 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한 게 사실입니다. 도사견을 입마개도 안 하고 지하철에 타는 미친작자들이 있죠.)
      예전에 어떤 장애인분이 tv에 나와서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아이들이 장애인을 보고 킥킥거리기만 해도 엄마의 따귀가 나가는 것에 대해 그렇게 하지 말라고, 그게 장기적으로 보면 장애인에 대한 시선을 바꾸는데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분 말씀에 공감이 가면서도 일단 우리나라도 그런 경우에 애들을 혼내는 일이 일반적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앞서더라고요.
    • 한국에선 이미 다들 편리함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예를들어 대형마트가 주말에 쉽니다.라고 하면 난리나겠죠.
    • 프랑스에 대한 대표적인 이야기중 하나가 지저분하고 불편한 지하철인데, 전 의외로 그렇지도 않다고 느꼈어요. 물론 낙서도 많고 너저분해보이긴 하지만, 냄새나거나 불결하지는 않고 그냥 소박한 느낌? 그러고보니 뉴욕도 마찬가지. 제가 너무 둔감한 걸까요? 오히려 사람 바글바글한 한국이나 일본보다 쾌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 우리나라가 사는게 편한 이유는 우리나라가 사는게 힘든 이유와 같지요
    • 오밤중님 말씀에 정말 동감ㅠㅠ 야근하다보면 이렇게 같이 망해가는 거 아닌가 싶을 때가 있어요.

      전 빠리 다닐 때 은근 감동했던 것이 건널목앞에 서 있으면 빨간불인데도 자동차가 그냥 서서 먼저 가라고 손짓해주던 거요. 근데 외곽도로에 쌩쌩 달리는 차들은 또 분위기가 다르더라구요. 도시도 작고 길도 좁으니 이런 여유도 생기는 건가 했습니다. 애가 맞는 건 못 봤습니다만 애들이 참 많이 돌아댕기긴 하더라구요.
    • 오밤중님 멘트에 완전동감..2
      빠르고 깨끗하고 편리하지 않아도 여유있는 사회가 장기적으로 사람 살기 좋은 곳일것 같네요.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아이가 무슨짓을 하건 제재도 하지 않고 미안한 기색도 안 보이는 부모들을 만나기 쉬운 나라도 흔치 않을텐데
      유럽이 아이의 민폐에 관대하다는 건 금시초문이네요.
      개를 키우는 애견인들이 우리나라 사회에서 약자인지는 모르겠지만
      개를 무서워하거나 털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갑자기 실내에서 줄에 묶이지 않은 개와 한 공간에 있으면서 두려움에 떠는 상황도 배려받았으면 좋겠군요.
      '사회의 약자'인 개가 원하는 게 장난감같은 옷을 입히고 우스꽝스럽게 털을 밀어놓고 예쁘다고 하면서
      사람 많은 좁은 까페에 데리고 들어가 앉혀놓는 것일까요.
    • 무단횡단하면서 담배 버리는 아줌마 보고 괜히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ㅎ 일탈의 희열같은.
    • 가끔 유럽영화 - 프랑스, 독일, 영국, 스웨덴 - 보면서 선진국 사람들이 참 소박하게 사는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게 뭐랄까...빈부격차가 적어서 그런가 했죠.
    •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프랑스 사람들이 좀 차려 입는 편 아닐까요? 유행을 의식하면서 화려하게 꾸미는게 아니라, 자연스럽고 세련되게 차려 입는 것 같더라구요. 사람들도 유럽인 답지 않게 체구가 아담하고.

      그리고 프랑스 다른 지방은 모르겠지만 파리는 대도시치고는 참 여유로운 느낌이었어요. 사람도 적고, 차도 적고. 그래서 지하철도 더럽다고 하지만 저는 여유로워서 좋더라구요. 참, 아이들 데리고 다니는 부모들을 많이 봤어요. 시내에서 그런 풍경 보기 참 어려운데 말이죠. 똑같은 유럽의 대도시지만 런던과 참 다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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