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축구, 여름, 잘 삐지는 사람, 노선 변경

1.

사실 지금도 잘 믿기지가 않는 스코어입니다. 독일을 06년 때부터 쭉 응원해 와서 좋긴 한데 뭔가 비현실적인 느낌이에요. 네이마르도 없고 실바도 없으니 별 일 없이 독일이 무난하게 이길 건 거의 확신하고 있었는데, 브라질 경기에서 한 팀이 7득점을 했는데 그게 브라질이 아니라고요?? 무슨 아주 잘 알려진, 그리고 증명된 과학 법칙이 하나 깨진 느낌이에요. 거품 잔뜩 꼈던 06년 대표를 서른네 살 먹은 아저씨가 탈탈 털어버리는 것도 봤는데 이정도로 무력하게 깨진 브라질은 그냥 뭔가 옳지 않은 느낌이에요.


열심히 축구를 보는데 축구 잘 안 보는 여자사람 B가 와서 같이 보는데 하는 말이, "내가 축구를 안 보긴 하지만 저게 나와서는 안 될 스코어라는 건 알거든;;" 지당하신 말씀. 트위터들은 터치다운(미식축구에서 7점 득점) 드립을 신나게 쳤고요.


제일 기억에 남는 말은 레딧에 누군가 달은 댓글이에요. 

"Spain's loss was shocking. Brazil's loss today was historical." - 스페인의(네덜란드전) 패배는 충격적이었지만, 오늘 브라질의 패배는 역사적이다.


설레발은 죄악이지만 독일 팬으로서는 왠지 아르헨티나가 네덜란드보다 덜 무서울 거 같아요. 메친놈은 이미 저번 월드컵 때 봉쇄한 전적이 있고, 무엇보다도 로벤의 다이빙이 제일 무서워요(...)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전 기쁩니다. 클로제가 그 대기록을 갈아치웠다는게요 :D 거기다 뮐러는 뮐러가 뺏긴 기록 진짜 도로 뺏어올 기세네요. 월드컵 10경기 10골 6어시. 이건 뭐 월드컵 뛰는 기계도 아니고...하지만 2연속 득점왕을 먹으려면 최소 두 골을 더 넣어야 하니 어려워 보이긴 하네요.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미친 활약을 펼쳐서...



2.

이번 여름은 제가 딱 좋아하는 여름입니다. 비/천둥번개 자주 오고, 27도 이상 올라가는 일이 드물고요. 도대체 이 동네 애들은 왜 사람 체온보다 뜨거운 날을 'nice'하다고 표현하는지 모르겠는데, 전 비만 오면 무슨 에너지가 만땅으로 충전되는 느낌이에요. 걷는 거 평소에 굉장히 싫어하는데, 비만 오면 막 어디든 가고 싶어요 :D 전 아무래도 눈이 미터단위로 오는 여기보다는 먹먹하고 우중충한 런던 같은 동네에 살아야 할까봐요.



3.

친한 여자사람 A가 있는데, 지금 저와 한 시간 반 쯤 떨어진 곳에 살고 있어요. 저도 집이 거기니까 주말에 가끔씩 가곤 하는데, 저번 주말에 놀러 가서는 얘랑 별 걸 못했어요. 가족들도 놀러왔고 숙제가 웬만큼 많았어야죠. 사실 그것도 가야 하나 고심하다 간 건데, 누구 다른 사람 만나느라 그런 것도 아니고 꼭 해야 할 일로 바쁘다고 못 만난다는데 삐지는 건 도대체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하나요. 서로 제일 친한 친구인데, 제가 보기엔 얘는 제가 대학교 가서 다른 친구들을 더 많이 만나서 자기가 버려지면 어쩌나 하는 일종의 강박/편집증 비슷한 게 있는거 같아요(paranoia가 편집증으로 해석되는 걸 이제 알았네요). 차라리 여자친구면 어느 정도 그러려니 할 텐데 얘는 도대체 왜 이러나요.(사심이 서로간에 없는 건 확정입니다.) 강도는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그걸로 도움을 받아보라고 하면 말을 들을 사람도 아니고요. 여러 모로 답답합니다. 



4.

C에 대한 노선을 바꿀 생각입니다. 거의 완전히 연락을 끊는 건 애초에 얘도 저한테 연락을 할 수 있고, 또 하는 이상 별 도움이 안 되니 (페북에 가끔씩 사진 올라오는 것도 답답한데), 그냥 전에 지내던 것처럼 보통 친구처럼 연락도 하면서 대하고, 그냥 제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서 마인드 자체를 바꾸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어쩌다 알게 된 여자사람 때문에 혼자 기분 더러워져서 밤 새우는 걸 보니 저도 참 멍청한 거 같네요. 에효.


    • 생각해 보니 괴체는 이번 경기 나오지도 않았네요. 자비를 베푼 건가...

    • 4. 완전히 끊어봐요/ 밤 새우는->밤새 우는

      • 아주 끊자니 앞으로 안 볼 수가 없는 사람이라 못하고요




        음...중의적 표현으로 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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