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입니다.

지난 주말에 일본에 놀러왔습니다. 일본 친구가  '이번 여름에 한번 놀러오라' 는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낸 것이 5월,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결국 짐싸서 왔네요.


첫날부터 고깃집에 데려가 술과 고기를 양껏 사주는데서부터 시작해서, 근교 도시에 놀러가면서 버스표랑 지하철 표까지

제 돈을 전혀 못쓰게 합니다 -_-;; 내가 전생에 죄만 짓지는 아닌갑다, 싶을 정도로 극상의 대접을 받고 있네요.

냉장고의 갖가지 맥주랑 찬장의 일본술을 맘대로 꺼내서 마시라고 하는지라 저녁마다 친구 남편이 퇴근하면

같이 맥주캔을 땁니다. 연어구이랑 니쿠쟈가 같은 일본가정식을 먹으면서 3살수준 일본어와 5살수준 영어로

수다를 떱니다.



이곳은 일본의 중간급 도시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동네입니다. 편의점은 없고, 15분 정도 걸으면 마트가 있습니다.

주위엔 중학교와 공원이 있습니다. 아까 오후에는 자그만 절 구경도 하고 왔구요.

논과 밭만 없을뿐, 조용하기로는 왠만한 산골 동네 뺨치네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도 참으로 고요합니다.


친구 집에는 텔레비젼이 없습니다. 저도 와서야 알았어요.

친구와 친구 남편 핸드폰은 둘다 쓴지 10년이 넘은 엄청나게 낡은 피쳐폰입니다.

친구 부부는 작년에 결혼했는데, 결혼식도 피로연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연히 예물이나, 하다못해 결혼 사진도 없습니다.

남편 생일에 결혼 신고 (여기선 여자 쪽이 입적했다고 하죠) 를 한게 전부라고 해요.

부모님이 허락하셨냐고, 지극히 한국인다운 질문을 하자 그야말로 쿨하게 '그래도 하는 편이 좋지 않겠냐'고 한두번 말씀하신게

전부였다고 합니다. 당연히 혼수같은 것도 없지요. 가구 자체가 거의 없는 집입니다. 거실에는 이케아 스타일의 소파와

몇 년은 썼을 법한 아웃도어 캠핑테이블이 놓여있습니다.




친구집에서 걸어서 15분쯤 거리에 시댁이 있습니다. 벌써 두번이나 놀러갔다 (?) 왔네요.

친구랑 친구 시어머니는 그야말로 나이 차이가 좀 많이 나는 친구사이로 보입니다.

영어를 하는 사람은 친구밖에 없는지라, 중간에 친구가 통역-_-을 해야 해서 원활한 수다가 이루어지지 않는것이 문제입니다.

일본어 말하기를 공부해 오지 않은게 정말로 후회되네요.




정신적으로 막다른 곳에 몰린 지경에 이르러, 거의 도망치듯 왔는데,

하루하루가 작은 충격과 감동의 나날입니다.

앞으로 적어도 1-2년을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 읽으니 좋습니다.


      한편 1-2년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데에 양가적입니다.

    • 좋으시겠어요. 한적하면서도 넉넉한 기분이 넘어오네요.

    • 왠지 다음글에는 토토로가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거 같아요.


      코이치와 류노스케가 오기다리 조를 끌구와서 데리구 놀아달라 할거 같은 분위기.....



    • 큰 힘이 되는 여행이 되겠군요.

    • 여러 모로 부럽습니다. 정말 조용한 곳이죠. 좋은 기운 많이 받아오시길 바랍니다.

    • 일본 마을 특유의 고즈넉함이 있죠. 니쿠쟈가 먹고싶어요.


      잘 쉬고 오세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4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38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8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5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0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1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6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8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4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29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3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7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6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2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5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