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님포매니악 vol.2가 참 별로였어요.

1은 라스 폰 트리에 영화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얄팍했지만 기대하지도 않았던 유머에 빵빵 터졌고, 어쩌면 vol 2에선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어떤 성취를 이룰 수도 있겠단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그런데 vol 2야말로 정말 안일하게 느껴졌어요. 라스 폰 트리에가 골든 하트 연작, U.S.A. 연작, 쌍둥이와도 같은 안티크라이스트-멜랑콜리아에 이어 색정증 환자 여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만든다고 할 때, 그의 필모상의 흐름을 토대로 딱 예상되는 전개가 있습니다. vol 2는 딱 그 예상되는 만큼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예, 그 동안의 그의 필모의 연장선 상에서 이 이야기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잘 알겠습니다. 남주 여주에 하필이면 스텔란 스카스가드와 샤를로트 갱스부르를 세운 것도, '안티크라이스트'와 노골적인 접점들을 만들어 놓은 것도 그걸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건 라스 폰 트리에의 필모를 꿰고 있는, 적당한 예술적 스킬을 지닌 누군가 그닥 열의 없이 그의 필모의 연장선 상에서 펼쳐낸 작업물 같아요. 딱 예상되는 그 전개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번뜩이는 연출의 묘를 찾아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마지막 조와 셀리그먼의 대화로 주제를 요약해 주고, 그 뒤 너어어어무 뻔해서 차라리 안 나오길 바랐던 엔딩이 튀어나오는 순간엔 정말 맥이 탁 풀리더군요.

Vol 1을 막 보고 나왔을 땐 라스 폰 트리에의 감독판이 무척 궁금했는데 Vol 2까지 보고나니 감독판에 대한 흥미도 뚝 떨어지네요.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선 이 관문을 거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무감에 끌려가다보니 이번 한 번 잠깐 삐끗한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 <님포매니악>이 시각적으로는 이 감독이 만든 영화 중 가장 센 것 같은데 의외로 영화 보는 게 심리적으로 크게 고통스럽지 않았어요. 만약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 "자, 이런 여자가 있어요, 당신은 이 여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라면, 제 대답은 "이 여자의 욕망도, 고통도, 어쩐지 생생하게 느껴지지가 않아요. 저는 여전히 이 여자에 대해 잘 모르겠는데요?"일 것 같네요. (물론 제가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지요.) 

    • 저는 완전 재미있었어요. 볼륨2가 다소 뻔하다는 여러 지적을 보지만, 저는 사실 그렇게 생각이 안 되더군요. 3+5 부분에서, 저는 뻔함을 느끼지 못하고 충격을 받았거든요. 다만, 한 가지 소소한개인적 불만이 있다면 underground님처럼 그 여자에 대해 가끔 '공감'이 되지 않는다는 면이었어요. .. 욕망이라는 게 어떻게 저렇게 성욕으로만 발현될 수 있나 싶었거든요. ㅎㅎ 

    • 저도 1편만 못했어요. 1편은 예기치 못하게 빵빵 터지는 데가 있어서 꽤 유쾌하게 봤는데 2편은 제이미 벨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그냥 별 감흥 없이 봤어요. 으악 내 돈 내 시간!을 외치게 만드는 정도는 아니지만, 부산국제영화제 때 감독판이 공개된다지만 볼 마음은 전혀 안 들어요.

    • 엔딩씬에서 탁 맥이 풀렸다면 감독의도 대로 된 것 같은데요. ㅎㅎ
      • 딱 예상했던 게 너무 뻔하게 그대로 나온 게 구려서 맥이 풀렸다면 감독 의도대로 된 게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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