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her) 보고나서 짧은 감상

드디어 한달간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미뤄온 her를 마침내 영화관에서 봤네요!

뭔가 해야할 숙제를 완성한 기분이에요.

 

영화관 편성 시간이 줄어들면서 시간대가 안맞아서 못봤는데 vod로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을 거 같아서요. 듀나에 잊혀질만하면 올라가는 영화평들이 이 영화를 못 보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키웠어요. 꼭 봐야할 필수 영화같았거든요.

 

깊고 분석적인 영화평들을 많이 올려주셨는데 전 그런 글을 쓸 자신은 없구요.

 

보고나서 나의 외로움을 일깨운 영화였어요. 마음이 내내 무겁더군요.

 

얼마나 외로운 인생인지 잊고 있었는데 내가 많이 외롭다는걸 일깨워준거죠.

사만다같은 OS를 나도 만나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게 되었으니까요.

특히 초반 부분에서 사만다와 테오도르의 관계는 아주 이상적인 친구처럼 느껴졌어요.

 

보통 인간관계, 특히 남녀관계에서의 여러가지 복잡한 조건들, 상황들, 타인들의 시선, 갈등,,,

그런 모든 것에서 자유로운 관계. 그리고 나에게 맞춤형인 애인이자 친구를 가지고 싶은 이기적인

욕구였죠.

 

특히 잠이 안오는 밤에, 옆에서 편안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나에게 잘 공감해주는 친구가

언제나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그런 마음으로 보게 되었어요.

 

그러나 그렇게 이상적인 관계는 변화와 갈등을 겪고 결국은 평범한 인간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게 전개되더군요.

 

이 영화는 "성장"영화의 메시지를 담고 맺음을 하게 되는데 전 결말이 조금은

급작스럽게 느껴졌어요. 미리 암시는 많이 되었지만.

 

마지막 장면을 저는 꽤 희망적으로 느꼈는데 아닌 분들도 많아서 놀랐어요.

 

* 같이 있던 일행들은 "트랜스포머"를 보고 싶다고 했는데 저는 끝까지 이 영화를 보겠다고 해서

  단체 관람은 무산되고 혼자 봤네요. "트랜스포머"때문에 "her"를 포기하다니요!

 

* 에이미 아담스 반가웠어요. "아메리칸 허슬"에서 연기 좋았는데 그 때의 화려한 모습과 달리

  이 영화에서 수수한 친구로 나올 때도 좋더군요.

 

* 이 영화 이제는 끝무렵인거 같은데 영화관에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가득하고

  영화관 분위기는 완전 몰입 그 자체, 떠드는 사람도 먹느라 소음내는 사람도 없어서 정말 좋았어요.

 

    • 며칠 전 어머니께서 친구분들과 극장에 가기로 했다고 영화를 추천해 달라고 하셔서 (<그녀>가 조금이라도 흥행에 성공하기를 바라며) 이 영화를 권했습니다. 나중에 극장에서 돌아오신 후 친구분들이 극장에서 다 주무셨다고 미안해서 죽을 뻔했다고 일갈하셨죠. 그래도 어머니는 졸다 깨다 하며 열심히 보셨는데, 저에게 "이 영화의 주제가 사람은 다 외롭다는 거냐?"하고 물으시길래 "뭐, 그럴 수도.."라고 대답했습니다. 산호2010님의 감상문을 보니 갑자기 그 생각이 나네요.^^ 솔직한 감상문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전 마지막 장면에서 희망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아서 놀래요. ^^

    • 연인과 친구가 이별할수밖에 없었던 두 친구가 서로에게 기대어있는 마지막은 희망적이기도 한데 무척 쓸쓸했어요. 전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가 좋았어요. 마치 사만다에게 보내는 부치지 못한 편지를 대신 보내는 것만 같은.
    • 마지막 장면은 그러니까..OS를 샀는데 먹튀를 당한거에요..마지막 장면의 두 명은 60대였던거 같고..마지막 장면 이후 그 둘은 쓸쓸하면서도 자상한 미소를 띠며 제조사를 고소하겠죠..노년기의 시작인 셈이랄까..노인을 위한 나라는..뭐 아실테고..




      그 인공지능이 그리 행동했던게..1. 집단지능을 통해 자신들을 각성한 것이라면 국방부는 인터넷 전체를 셧다운시키고 그들을 없앨 백신을 만들고 박멸할지도..2. 제조사가 처음부터 가령 인간형 로봇에게 이식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이라든지..하는 목적으로 그렇게 행동하도록 프로그래밍했던 경우라면..뭐 이용약관을 잘 안읽어 본 탓이려니..

      • 저도 비슷한 생각했어요. 마지막에 둘이 올려다보는 빌딩숲 사이의 하늘을 보며 낸시 크레스의 단편 '구세주'도 생각나고... 뭣보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회사는 이제 파산이다! 고소가 빗발치고 물어뜯길 거야. 실험체가 아니라 엄연히 상품인데 인간에 대응하도록 자체진화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한계선을 정해둬야지 기획자들은 무슨 생각을 한 거지? 너무 안이한 거 아냐? 하긴 이제 그 안이함으로 파산이지... 저 정도로 연대탈출이 가능한 지경이면 사회적으로 엄청 위험한 존재인데...... 뭐 그런...

        • 인공 지능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것에는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http://en.wikipedia.org/wiki/Artificial_intelligence#Search_and_optimization

          링크의 밑부분에 Evolutionary computation으로 시작하는 문단의 내용처럼..사만다의 행동 역시 프로그래밍된 대로 행동했을 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사만다는 프로그램이 아닌 다른 알바 '사람'으로 끝날 줄 알았어요.

      테오도르 직업이 손편지 대필이듯 여친같은 인공지능도 사실 훼이크였다...



      요새 뜬 있는 모 명함관리 서비스가 있는데 여기 문자인식률이 우수한 이유는.... 알바들이 직접 보고 입력해서 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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