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이라는 교육방법에 대해

* 이번 체벌규정에 대한 얘기들;비현실적이고, 현실을 너무 쉽게 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는 전혀 별개로 현직에 계신 선생님들에게 직접 들은 얘기이기도 하고 자녀의 교육을 학교에 전적으로 일임하다시피 하는 부모들에게서도 많이 나올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비현실적이며 현실을 너무 단순하게 보는 태도 자체는 분명 문제이지만 체벌논의에서 그런 이야기는 나올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애시당초 효과가 의문인 물리력;'매'를 통해 아이들을 통제한다는 발상자체가 그릇된 것이라면 체벌은 아예 논외의 문제입니다.

 

고문이나 구타를 통해 흉악범(혹은 범죄자)이 범죄를 진술하게 해야한다고 생각할수도 있죠.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그런 명제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물론 체벌과 구타 및 고문은 그 목적이나 원인;아무런 상관도 없는 개념들입니다. 하지만 A가 B에게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방식 중 폭력이라는 방식은 지난번에도 언급했다시피 우리 사회 상당부분에서 굉장히 의미있게 자리잡고 있었고 거기엔 학생시절부터 주입받는 체벌이라는 개념의 영향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 좀 다른 얘길 할까요. 돌이켜보건데 정규교육과정 중 받았던 가장 역겨웠던 교육방식은 집단체벌이었습니다(여기엔 얼차려도 포함됩니다). 흔히 이런 방식은 너 하나의 잘못으로 다른 구성원들까지 피해를 본다라는 개념을 주입시켜주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추측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당하는 사람(들)의 정서나 동기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큰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본다면 이런 개념자체가 이상한 것이었습니다. 한사람의 잘못으로 모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은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존재하는 것이 한사람이 무언가를 잘못했을때 아무런 문제도 없는 다른 이들을 함께 처벌받는 것에 대한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일련의 상황들은 같이 체벌을 받은 사람들이 원인이 된 사람을 향해 짜증을 부리게 하거나, 심지어 그를 증오하게 만들죠. 괴상한 일입니다. 잘못을 한 사람은 그 잘못에 상응하는 벌을 받으면 됩니다. 이런 단순하고 간단한 명제가 있음에도 우린 반애들 몇몇이 떠들었다는 이유로 책상위에 무릎을 꿇고 올라가 다리에 쥐가 날때까지 있어야 했습니다. 그 과정은 지독하게 관리자의 편의를 위한 일이었습니다. 우린 전체기합이나 빳따를 맞기 싫어서 떠드는 애들을 '자발적으로' 단속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심지어 이런 것때문에 아이들끼리 주먹다짐을 하는 사태도 벌어집니다. 일종에 자경단인샘입니다.

 

전 정규교육과정의 현장에서 떠난지 굉장히 오래되었기에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릅니다. 설마 지금도 위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요.

 

 

* 전 학교에서 맞고자란 세대입니다. 언젠가 게시판에서 우스갯소리로 우리 세대들에게 친숙한 몽둥이들을 나열한걸로 수다를 떤 적도 있죠. 하키스틱, 알루미늄배트, 각목...

 

아무런 교정동기도 부여하지 못한 폭력이지만  어쨌든 절 비롯한 우리세대는 때리고 맞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상황을 너무도 많이 접하고 자랐습니다.  다른사람들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메피스토만큼은 오프에서 누군가에게 일을 가르치거나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 중 무의식중에도 "저거 한대 줘패면 말 기가막히게 잘들을 텐데"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생각에서만 그칩니다. 하지만 참 무서운 일입니다. 어릴때부터 익숙해져온 방식은 성인이 되고 대학을 졸업하거나 일을 하며 나름의 이성과 합리라는 가치체계를 배우고 익힌 상황에서도 이성과 합리와는 정반대인 폭력에 대한 선호는 머릿속 구석에 자리잡고 있고,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있는 그대로 거칠게 표출되기도 합니다. 딴소리지만 전 (지금은 굉장히 나아졌다고 하지만)군대에서 일어나는 숱한 폭력과 학교의 체벌이 절대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규정을 통한 처벌이 아닌 폭력을 통한 처벌을 "인간적인"이라고 포장하는 썩어빠진 인습까지도 말입니다. 

 

체벌을 금지하는 규정에 일방적으로 찬성하는 것이 이상적이기만 할 일일까요. 전 정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체벌을 금지하는 것이 교육을 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방법을\찾만드는 가장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는거죠. 규칙을 위반하는 인간에 대한 처벌 방식 중 때려서라도 사회에 적응하게 하는 것이 때리지 않고 냉정하게 규정을 적용시켜 사회에서 탈락시키는 방법보다 더 낫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단언컨데, 문장자체가 틀렸습니다. 이성과 합리를 중시하는 사회라면, 아니, 적어도 이성과 합리가 지향되고 중시되어야 하는 가치는 것이 공론화된 사회라면 한개인이 규칙을 지키거나 어떤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적절한 동기를 찾아 부여하는 방식을 연구할 것입니다.

 

장난감 회사가 마케팅을 하는데 아이들을 붙잡고 회초리를 때려가며 이 상품이 얼마나 재미있고 유익한 것인지 설명하고 구매하게 하진 않습니다. 경쟁 회사의 제품보다 더 아이들의 이목을 끌만한, 가지고 놀면 재미있을 것같은 디자인을 만들고 캐릭터를 창조하죠.  당연히 모든 선생님들이 이번 체벌 얘기들에 일관된 입장이나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을 가진 몇몇 교사들을 제외한다면 대다수의 양식있는 선생님들은 이 논의가 가지는 의미들을 한번쯤은 고민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지금도 체벌이라는 폭력적인 도구대신 제대로 된 의미의 교육 방법론을 연구하고 계시겠죠.

 

 

p.s  : 밖엔 천둥번개가 치고 난리가 났슈.

    • 그럼 교직에 있는 선생들이 "경쟁 회사의 제품보다 더 아이들의 이목을 끌만한, 가지고 놀면 재미있을 것같은 디자인을 만들고 캐릭터를 창조하는" 정도의 부담을 감수할 수 있을정도로 교육에 투자가 이루어졌느냐(혹은 앞으로 할 것이냐)가 문제가 되겠네요. 지금 교육여건가지고는 뭐 택도 없을듯. 한반에 애들이 한 열댓명 정도 되야 가능할까....
    • 저는 위의 글에 일단 동의해요. 가장 동의하는 부분은 단체기합이 관리자의 편의라는 거에요. 애기일 때는 흑흑하면서 속상해하지만 머리가 점점 크면 "아 참나. 우리가 왜 해야 해. 잘못한 건 쟤 하나 아니야?" 이런 마인드도 생기고.
      어쨌든 메피스토님이 말씀하신 "그런 일"들은 담임선생이 누구냐에 따라 지금도 확실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겠죠. (가끔 고등학교 과목 선생들 중에서도 있을 터이고.) 대다수 한국 학생들은 지긋지긋하게 적응이 되었을 것이구요.

      솔직히 저는 왜 갑자기 벌점 이야기가 이렇게 확 부상했는지 모르겠어요. 체벌폐지와 관련해서 벌점 이야기가 확 올라왔는데 어째서 체벌의 반대가 벌점인지도 모르겠어요. 원래부터 벌점은 체벌과 같이 공존해있었고 원래부터 벌점은 쌓이면 위험했죠.
      하지만 체벌과 별개로 원래부터 한국 학교에서 벌점이란 것은 쌓여도, 아무리 최고로 쌓여도 다른 학교로의 전학이 최고였어요. 입시를 중요시하게 생각하니까 애들 미래를 망치면 안 된다는 입장에서요.
      체벌이라는 교육방법의 폐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벌점제도의 오류들은 어차피 시정이 되었어야 했어요. 더 실효성 있는 방안으로요. 그런 의미에서 솔직히 제 눈에는 벌점 이야기를 끌여들이는 건 이해가 되질 않는데, 다른 사람들이 벌점을 끌어들이는 걸 보면
      "체벌이 아니면 아이들을 효율적으로 단속할 방법이 없다"는 건데...

      체벌이든 뭐든 아이들을 효율적으로 단속할 방법은 원래 찾기 어려운 거죠. 더더욱 특히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머리가 자라는 "인격"을 통제할 방법은 어려운 거에요. 교사가 그러니까 힘든 직업이죠. 안정적이라고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저는 차라리 이런 거에 교사들이 방안을 찾으려면 "원래부터" 체벌이라는 방법을 쓰지 않고 아이들을 다루어 온 교사들에게 "어떡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으면서, 서로의 노하우를 찾아내는 게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 저도 한 창 다양한 체벌이 횡행하는 학창시절을 보냈고 많이 맞아도 받지만 한 번도 체벌이 효과적인 교육방식이라고 그때도 그리고 자식을 가진 지금도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특히나 군대 갖다 오니 더욱 확신이 들더군요. 다른건 차치하더라도 체벌의 가장 위험요소는 어느 순간 체벌자(선생님이나 상급자)의 개인적인 감정 혹은 본성이나 본능이 반영된다는 것이고 그 감정은 맞는 사람에겐 결국 분노말고는 어떤 교화의 의미도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분노는 분노를 부를 뿐입니다.
    • 집단체벌.. 그렇네요. 군대라면 똘똘뭉치는게 훨씬 강조되겠지만..(풀메탈자켓에선 뒤떨어지는 동료를 밤에 몰래 베개로 구타하죠)
      저는 omr카드 교환한 애들을 토요일에 불러내서 집단 얼차려하던 일이 정말 불합리하고 억울하게 느껴졌어요.
      아니 시험보는 애들이 오죽 조심하다가 틀렸을까! 나아쁜...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9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1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3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2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