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판으로 가자~~ 랄랄랄라~
p.s. 1. 제게도 정말 멋진 영화였습니다. 두기봉 감독의 영화를 분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홍콩 영화/홍콩 영화가 아닌 영화'라는 분류도 가능할 텐데(두기봉 감독 본인도 인터뷰에서 거론하는 바입니다), 대체로 '홍콩 영화'들은 외국에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홍콩 영화'라는 건 물론 홍콩에서 만든 영화라는 의미는 아니고, 홍콩에서만 할 수 있는 미친 짓이랄까, 장르의 경계라든가 상황의 상식적 전개를 의식하지 않고 뭐든지 저질러버리는 영화들을 가리키는데, 사실 이런 홍콩스러움은 '전성기' 홍콩 영화의 약점처럼 거론되었고(과도하게 새디스틱하거나 억지스러운 유머, 개연성을 포기하고 밀어붙이는 극단적인 전개...), 21세기 홍콩 영화들은 적어도 국제 시장을 노리는 경우에는 그런 기질을 갈무리하면서 좀 더 웰메이드한 방향으로 가기를 선호하는 듯합니다만, 두기봉의 감탄스러운 점 중 하나는 그걸 감추기는 커녕 오히려 적극 확장하면서 아름다운 명장면을 만들어내고 영화의 핵심으로 삼는다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가령 도심에서 대머리 독수리와 자동차 추격전을 벌이는 [암전 2]라든지, 온몸에 기름을 바르고 도마뱀처럼 빌딩을 타고 다니는 도둑을 근육맨 유덕화가 위성접시로 덮어 붙잡는 [대척료] 같은 영화들 말이죠.
[맹탐]은 그런 맥락에서 나올 수 있는 아름다운 결과물이었다고 생각해요. 눈 먼 유덕화가 헬멧을 쓴 파트너의 머리를 향해 사정없이 망치를 휘둘러대다가 "아니야, 감정선이 맞지 않아!"라고 부르짖는 현장 검증 장면의 괴이한 충격과 유머를 어디서 또 맛볼 수 있겠어요.
저도 <텍사스 전기톱 학살> 스크린으로 보고 싶은데 시간표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네요 신작도 궁금하고요. 제일 보고싶은 영화는 <바바둑>입니다.
<딥 슬립>도 예전에 피판에서 본 <아메르>와 비슷할까 싶어서 유튜브에서 트레일러를 찾아봤는데 좀 더 정통(..)에 가깝네요. 트레일러만 봤을땐 가볍고 상큼해진 아르젠토 영화같아요.
올해는 정말 뭘 봐야할지 모르겠어요ㅠ 피판 좋아하긴 하지만 이번 라인업은 전반적으로 너무 쎄요ㅠ
주성철 기자는 워낙 홍콩 영화에 애정이 각별하고, 진짜 다른 평론가, 기자한테는 호응을 못 얻었네요. 첫 언론 시사회에서인가 두기봉 감독은 [맹탐]을 더 쉽고 재미있는 대중적인 [신탐]으로 소개했고, 영화제 관객들에게서는 거의 좋은 반응을 검색을 통해서 확인했는데 가끔 유덕화도 홍콩 영화도 어쩌다 저 모양이 돼 버렸냐는 한탄식의 글도 있었어요. 오랜만에 두기봉 감독과 작업한 유덕화는 다른 사람을 싸그리 무시하던 감독이 이번엔 욕도 덜하고 배우의 의견도 들어 주더라고 했죠. 입이 걸다는 걸 제외하면 아마 두기봉과는 반대의 방식으로 배우를 괴롭힐 것 같은 소노 시온(두기봉은 배우가 더 하고 싶어 해도 됐어! 하고, 소노 시온은 같은 장면을 몇 번이고 다시 연기하게 하는?)도 함께한 배우들로부터 즐거운 현장이었다, 감독도 좋았고, 이런 얘기를 듣기 싫대요. 오히려 그 감독이랑 두 번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해요. 현장에서 마음껏 시달리게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동경하는 여자 배우는 기용하지 않는다고도 하고요. 두기봉에게는 동경하는 여자 배우 자체가 없겠죠?
+) 아참! 8.13. 수 밤 12:10 (EBS)에 [사라진 총] 편성됐습니다. [PTU] 보신 분들은 비교해서 보면 좋겠죠.
검색해서 본 반응은 부천 때예요. 제가 헷갈리게 적었어요. 유덕화는 상해 영화제라든가에서 계속 정수문의 연기를 폭풍 칭찬하며 다녔었죠. 둘이 워낙 사이가 돈독하기도 하고요.
소노 시온은 꿈이었다는 코미디언 데뷔해서 잘 지내는 것 같아요. 올해만 해도 영화 크랭크 인 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느새 촬영 마치고 다음 작품 각본 작업하고 있더군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