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미안해"라는 되도않는 문구를...

 세월호 추모 분향소를 지날 때마다 봅니다만, 그 때마다 짜증이 치밀어오르는 것을 참기 힘듭니다.


 이거야말로 전체주의적 발상 아니던가요? 저는 이나라의 심리적 기저에 있는 이런 발상이 매우 불편합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이 나라에 필요한 것은 논공행상을 제대로 하는 문화입니다. 이게 안된다면 민주주의도 자본주의도 그 어떤 시스템도 제대로 돌아가기 힘들겁니다.


 저따위 문구 뒤에 숨어서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라고 우기는 진정한 원흉들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자잘한 것도 미주알고주알 따질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오십보백보라는 문구도 참 싫습니다. 귀찮더라도 50보인지 100보인지 따지라 이겁니다.



오늘도 길가던 중에 저 문구가 눈에 띄길래 짜증을 풀겸 게시판에 끄적여봤습니다.

    • '그러니까 어른들 다같이 감방에라도 들어가자!"도 아닌데요 뭘.




      실제 저렇게 느끼는 어른들도 많으니까요.


      실은 저도 좀 미안합니다. 분향할 때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글을 남겼습니다. 


      시간 지나니까 벌써 좀 무뎌지긴 합니디만.




      진정한 원흉을 찾아내어 엄벌에 처하는 것이 당연히 중요하긴 합니다만, 그것과 '어른들이 미안해'는 좀 다른 프로세스 같아요.

    • 잘 못된 것을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방관하고 제대로된 사회를 만들지 못했다는 자책이 담긴 말이죠. 그래서 앞으로는 그런 잘못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겨져 있겠구요.

    •  근데 그 문제에 있어서 뭘 어떻게 잘못했고 뭘 어떻게 했어야 되었죠? 저같은 시민이?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프로세스의 방대함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건은 그것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나뉘어 있습니다. 그쪽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를 담당하는 이들이 책임을 지면 되는 거에요. 시민의 의무를 다하고 사태에 대하여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끼는 것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잘못에서 비롯된 '미안함'이란 감정은 글쎄요... 전 아무리 생각해도 이 사안에서는 잘못한게 없는 거 같습니다.

      • 이해합니다.

        같은말을 누가 하느냐의 문제로도 봅니다.

        저 말을 일반시민이 한다면 책임감과 주인의식이 높은것이고 실제 책임과 힘이 있는자들이 내뱉는다면 비겁한 물타기...가 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관련해서 전 고 김수환추기경이 오공육공 시절에 "내 탓이요"캠패인을 매우 불쾌하게 느꼈어요. 그걸 가장 열심히 써먹던게 조선찌라시였던건 덤...
    • 하나 더요. 이런 문구는 '죄스러움'의 범위를 넓게 전가시켜서 잘잘못을 따지기 더 어렵게 만듭니다. "다들 조금씩 잘못이 있는거지 누가 누굴 비난해? 좋게 넘어가고 다음부터 이런 일이 없도록 잘하자." 매우 흔한 레파토리 아니던가요?

    •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은 별개의 문제고,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해봐도 제 자신은 미안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미안해야 할 작자들의 행태에 대해선 설명을 생략합니다.

    • 미안하다는게  I'm so sorry처럼 감정을 나타내는 용례로 쓰였을 수도 있지 않나요? 당장 다른 식의 말을 떠올려 볼려니 힘들어요. 어른들이 슬퍼. 어른들이 가슴이 아파. 어른들이 안타까워. 어른들이 온다, 는 농담. 아니면 아예 다른 내용이 붙어 있어야 한다면 분향소에 뭐라 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 책임소지를 흐리는 것 보다 불쾌한게 사상자 대다수가 미성년자지만 성인도 많고 단원고 관계자가 아닌 사람도 많은데 저 표현은 그에 대해서는 비껴가지요. 그래도 이게 잘 먹히는 문구기는 합니다. 쓰는 쪽이 감성적 이유로 쓰는지 정치적 이유로 쓰는지는 몰라도 목적이 있다면 잘 하는 거긴 해요.

    •  "다들 조금씩 잘못이 있는거지 누가 누굴 비난해? 좋게 넘어가고 다음부터 이런 일이 없도록 잘하자."





      저는 그 말을 '어른들이 미안하다. 이제 가만히 있지 않겠다.'로 해석했는데 받아들이는게 많이 다르긴 하군요.


      실제 시위에서도 '어른들이 미안하다. 이제 가만히 있지 않겠다.' 식의 문구가 많이 등장했죠.

    • 혼자만의 섬은 아니어라..


      전 슬프기도 했지만 무섭기도 했어요. 내 행동이나 일처리가 무관하다고 생각할 수 없어서.

      내가 첫보고를 받은 그 사람이었다면 지금 이 지경을 초래한 사람보다 더 나은 판단을 하리라는 장담을 못 하겠는 거에요.


      그 첫보고나 지시를 결정한 사람은 필경 운 나쁨을 탓하겠죠. 그게 역겹고 통증이 되서 실제로도 무기력했었어요.


      이 문구의 배경과 얍삽함은 씁쓸하지만 동조합니다.
    • .  

      • +1 


        아우슈비츠 이후  수많은 독일인들이 '나 또한 히틀러였다'고 자기반성한 것과 같은 맥락의 자책성 고백인 거죠. 

        • 제가 독일인 혹은 일본인이라면 제가 인정할부분은 '우리 부모세대가 죽을 죄를 지었다'까지였을겁니다 제가 잘못한건 아니니까요
      • 음 전 미안해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원흉이라하는게 아닙니다 오해를 하신듯하네요
    • 그 논공행상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그래서 상황이 일어났을 때 아무도 공과를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미안하다, 하는 거 아닐까요.


      잘못된 행동을 한 것만이 과라면 과가 없겠지만, 자기에게 일어난 관례적 부정이나 주변의 사건들에 대한 무관심을 과라고도 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제노비스 사건을 생각해보면요.


      독일과 일본의 경우라면 그건 돈과 입지의 문제죠. 부모 세대가 그랬음, 해도 국가로서는 과거에 대한 보상을 해야하고, 현 세대는 그 댓가를 치루고 싶지 않아하니 아에 함구하는 거겠죠.

    • 안그래도 당시 집에서 인터넷만 하던 평범한 사람이 내가 이 사건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걸 보고 뜨아 했습니다. 시작은 어떤 의미이리라 짐작은 하지만 분명 과잉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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