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발명 (The Invention of Lying) 봤어요. 엄청 찝찝하네요. (스포)
초반만 해도 참신하고 괜찮은 영국식 코미디라 생각했는데, 중반에 딱 봐도 종교에 대한 비유로 방향을 잡을 때 어어어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개봉했을 때는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종교 단체 쪽에서 폭풍같이 까지 않았을 지 궁금하군요. 근데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고, 엔딩이 무지무지 찝찝하네요. 애나가 마크를 위해, 진정한(?) 사랑을 위해 결혼식을 내팽개치고 달려오는 장면은 관객들이 영화 내내 원했을 장면이지만, 전 보면서 굉장히 불편했던게, 마크가 자기 어머니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처럼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거짓말을 해주고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그냥 더럽게 비관적인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전 아무래도 해피엔딩이 체질에 안 맞나 봅니다. 해피엔딩이 다가온다 싶으면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닌데 뇌는 저절로 치명적인 설정오류, 더 깊이 숨겨진 덜 행복한 해석, 혹은 현실과의 심각한 불일치 이런 걸 찾게 돼요. 차라리 작정하고 찝찝한 엔딩은 속 편하게 보는 편인데.